'아~! 이런 일은 제발 잊고 싶다'라는 생각,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봤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저에게도 학창시절 참으로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책을 덮을 무렵, 최근 아이를 키우면서까지도 잊고 싶었던 일들 마저도 생각나구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되돌아보니, 작가의 말처럼 당시 그렇게 힘들었던 일들은 지나고 보니 '별 일 아니었던 것'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그 때는 정말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아픔처럼 느껴졌던 일들조차 말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 [기억을 지워 주는 문방구]를 읽다보면, 주인공들의 아픔이 곧 내가 겪을 수도 있고, 혹은 내가 겪었을 법한 힘든 일이란 생각에 마치 우리 반 친구에게 일어난 일인듯 푹~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소풍을 갔다가 친구 해아의 가방을 맡아주게 된 미지는 해아의 아끼는 휴대폰이 사라지자 휴대폰 도둑이란 누명을 쓰고 맙니다. 사실 해아와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미지는 해아때문에 수행평가에 빵점을 받게되었고, 뒤 늦게 이 일을 알게 된 엄마가 나서게 되자, 해아는 담임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이 일이 있은 후부터 미지를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리기 시작하죠. 하지만 학년이 바뀌어서도 해아와 같은 반이 된 미지, 엄마는 학기 초에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작년 일을 이야기 하며, 미지와 해아 사이에 부딪힐 일이 없도록 미리 조치를 취합니다. 덕분에 해아와 무슨 일이 생기면 선생님은 미지를 감싸게 되고, 그러면 그럴 수록 해아는 미지에게 더욱 앙심을 품게 되고, 친구들 사이에 미지를 더욱 따돌릴 뿐입니다. 소풍날도 해아에게 도둑이란 누명과 더불어 심한 말까지 들었던 미지는 친구들을 피해 지나다가 우연히 '귀신딱지 문방구'에 들어가게 됩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귀신딱지 문방구'는 문을 열은 날이 거의 없어서 운이 좋아야만 들어갈 수 있으며, 이 곳엔 희한한 장난감이 많다는 소문이 돌았는데요. 그 귀신딱지 문방구에 들어가게 된 미지는 귀신딱지 문방구 주인인 짝짝이 눈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할머니에게서 '오늘을 잊는 초콜릿'을 받게 되죠. 긴가민가 하며, 초콜릿을 먹은 미지는 집으로 돌아오다가 가방을 문방구에 놓고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곳으로 돌아가 가방을 가지고 나오던 중 한 여자아이와 부딪힙니다. 그리고 다음 날, 미지네 반에 새 친구 우정이가 전학을 오는데요. 미지의 짝이 된 우정이 역시 같은 날 '귀신딱지 문방구'를 찾았던 아이였죠. 둘 다 기억을 잊는 초콜릿을 먹은 아이는 사실 서로의 짝꿍이었습니다.

왕따라는 공통점은 가지고 있지만. 그 왕따가 된 배경은 서로 달랐고, 우연하게 먹은 기억을 잊는 초콜릿이 서로의 기억을 바꿔놓으므로써 각 자가 처해졌던 상황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소통을 통한 이해가 더해져 그 둘은 '왕따'의 고통에서 차츰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잊고 싶었던 기억을 잊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즉시하고, 상황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극복하려는 의지가 빛이 난 동화. 더욱이 '왕따'란 소재를 피해자의 고통에 초점이 아닌, '왕따'를 당하는 두 아이의 소통으로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에 초점이 맡춰져 있어 기존 '왕따'를 다룬 이야기와는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또, '기억을 잊어주는 귀신딱지 문방구' 같은 참신한 소재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충분하고 말이죠.

책 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읽다보면, 아이들은 더욱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힘든 일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고, 소통하여 해결하는 방법을 실천해본다면, 더욱 문제는 가벼워 질 수 있다는 것 말이죠. 그리고 추신에서 그녀가 말했듯, 지나고보면 '별 일도 아닌 것'이 될 수 도 있는 일 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고민이 있다면 그 고민의 무게를 좀 덜 수 있게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