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 ㅣ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평점 :
작중의 유코는 시인이다. 유코가 시인이 되고자 마음먹으며 소설은 시작한다. 이후 유코는 소세키 선생과 얼음 속의 여인 네에주를 만나며 성장한다. 이 작품의 주제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젊은 시인 유코의 정신적 성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럼 시인은 뭔가 강렬하고 낭만적인 이미지의 이야기들이 많다. 과연 시와 시인이란 그렇게 낭만적일까? 시인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은 사실 시인에 대한 그릇된 환상에서 탄생한 것 아닌가. 요즘이 시인이 비범한 인물 취급받는 시대는 아니니까. 오히려 현실과 가까워질수록 쓸 수 있는 시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선 견해는 지나치게 환상적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는 시와 시인이 현실적으로 무슨 효용이 있나. 솔직히 난 없다고 본다. 그냥 재밌어서 쓰고, 재밌어서 읽는 거다. 예술에서까지 뭔가 얻어갈 필요가 있을까. 효율적인거 하고 싶으면 그 시간에 영어단어를 외워야지... 본질적으로 시를 읽는 행위와 게임을 하는 행위는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은 돈이 된다. 우리나라 문화 산업 중 영화보다 게임이 더 수익을 낸다는 통계도 본 적 있다. 근데 시는? 그만큼 안 된다... 게임만 해서 먹고사는 사람은 있다. 스트리머로 뜨거나, 개발자가 되거나, 프로게이머가 되면 된다. 시로 먹고 사는 사람은? 게임에 비해 한 줌도 안 될 거다.
당연히 나는 전문 시인이 아니니까 이런 말은 조심스럽긴 한데, 내가 생각하는 시인은 이렇다. 시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시를 쓰면서 삶도 살아가는 사람. 그러니까,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사람인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이렇다고 본다. 돈 벌어서 현생 챙기고, 시도 쓰고, 이렇게. 시 쓰기는 취미, 여가 활동 아닐까? 다들 돈벌고 취미하면서 사는 거지! 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나는 시 쓰기는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작중에 소세키가 이런 말을 한다. '진정한 시인은 줄타기 곡예사의 예술을 지니고 있다.' 작중의 의미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시인은 곡예사처럼 언어 사이를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가는 존재이다. 둘째, 시인은 줄 위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 후자가 더 강조되고, 더 어려운 일로 묘사된다. 완전히 공감한 부분이다.
책은 좀 짧은 분량이지만...문단이 길지 않아서 가독성도 좋다. 은근히 힐링되는 내용으로 취향이 맞다면 골라 읽을 만 책. 내 개인적으론 프랑스 작가가 일본 배경으로 쓴 점이 흥미로워서 작가에 좀 관심이 생겼다. 다행히도 내 취향과는 적격이라 작가에 대해 더 알아보고 다른 작품도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