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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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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는 읽는 내내 독자로 하여금 지금, 여기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어떤 지점에 서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소설집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제목인 안녕에서부터 오는 복합적인 감정, 즉 만남과 헤어짐, 시작과 끝이 한 단어에 엉켜 있는 그 미묘하고도 보편적인 감정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상실과 새로운 모색의 순간들은 바로 그 안녕의 두 얼굴을 보여주며, 독자로서 저 역시 삶에서 마주쳤던 끝인 동시에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막막함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좋은 이웃, 홈 파티 등에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현재와 계층을 드러내는 지표로 작용합니다. 장소를 둘러싼 인물들의 미묘한 긴장감과 갈등은 결국 우리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구분선을 예리하게 보여주며, 40대 소시민들의 불안과 내 것을 지키려는 욕망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사람을 지키고 싶었던 젊은 날과 달리 재산을 지키고 싶어지는 중년의 불안은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솔직한 속내일 것입니다. 소설들은 무거운 현실을 다루지만, 그 안에는 인간적인 연대와 부디 평안하시라는 조용한 기원이 담겨 있습니다. 때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이물감을 통해 나의 편견을 깨닫고, 때로는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죠. 작가는 화려한 수사 대신 일상의 구체적인 감각과 쉽고 오래된 말을 통해 진심을 전달합니다.

결국 안녕이라 그랬어는 불안한 시대 속에서 서로에게 어떤 태도로 안녕을 물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자, 그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남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부드러운 위로처럼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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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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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는 마치 예리한 칼날 같습니다. 이야기들이 다루는 소재는 무속 신앙부터 스타트업 부유층의 일상까지 다채롭고 생생합니다. 읽는 내내 마치 넷플릭스 영화를 보는 듯한 강렬한 몰입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진짜와 가짜라는 혼모노의 주제는 단순한 구별을 넘어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진정한 나인가 무엇을 진짜라고 믿고 살아가는가 하는 존재론적인 불안감을 서늘하게 마주하게 합니다

​작가는 세상의 다양한 단면을 치밀한 취재와 전문적인 지식으로 현실감 있게 포착해냅니다. 인물의 심리 묘사나 상황 설정이 지극히 현실적이라 소설 속 인물들이 당장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아 더욱 충격적입니다. 쉽게 선악으로 판단하거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정직하고 담대한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그래서 독자는 결말 없는 여운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게 됩니다. 혼모노는 재미와 깊이를 모두 갖춘 오랜만에 만난 진짜 소설 같은 느낌입니다. 가볍지만 묵직하게 독자의 관습적인 태도를 해체하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미학적 광기가 느껴졌습니다.

​결국 혼모노란 스스로의 진심을 다하는 삶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책장을 덮었습니다. 이 시대의 불안과 욕망을 가장 첨예하게 다루는 작가 성해나의 뛰어난 통찰력에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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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2 : 인간 삶의 연약함) - 전3권 - 바람이 분다, 가라 +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내 여자의 열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을 읽는 한 해 2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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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단순히 채식을 선언한 한 여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인간 본연의 폭력성과 욕망, 그리고 그에 저항하려는 한 개인의 처절한 몸부림을 강렬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 영혜가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을 선언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를 넘어섭니다. 꿈속에서 보았던 잔혹한 이미지들과 세상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려는 영혜의 시도는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을 야기하고, 그녀를 점점 더 고립된 세계로 이끌어 갑니다.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을 통해 비춰지는 영혜의 모습은 그녀의 내면이 얼마나 깊은 고통과 혼란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며, 독자들은 그들의 시선을 통해 영혜를 이해하려 노력하게 됩니다.

'채식주의자'는 아름답지만 섬뜩한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합니다. 식물로 변해가는 꿈을 꾸는 영혜의 모습은 폭력적인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순수하고 무해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그녀의 열망을 상징합니다. 또한, '몽고반점'으로 대표되는 영혜의 신체적 특징은 억압받고 상처받은 영혼의 흔적처럼 느껴집니다.

이 소설은 아름답고도 잔혹한 문장으로 독자의 심장을 파고듭니다. 불편하고 때로는 충격적인 묘사들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게 합니다. 영혜의 고통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폭력성과 부조리,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이 겪는 소외와 절망감을 예리하게 비판합니다.

'채식주의자'는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깊은 사유를 요구하며, 독자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인간 존재의 의미, 폭력의 본질, 그리고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분명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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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의 세상 - 제1회 사회평론 어린이·청소년 스토리대상 대상 수상작 사회평론 어린이문학 1
정설아 지음, 오승민 그림 / 사회평론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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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설아 작가의 이루의 세상은 단순히 가족을 잃은 슬픔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후의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이루는 아빠를 잃었지만 크게 울지도 않고, 주변 사람들도 의외로 덤덤하다. 보통의 이야기였다면 눈물과 비극으로 가득했을 텐데, 이 작품은 오히려 그 공백 속의 이상한 일상을 차분히 보여주며 현실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루가 죽살귀신이 된 아빠와 바다로 향하는 여정이었다. 환상적인 설정 같지만, 사실은 이루가 아빠의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읽혔다. 특히 죽은 이를 보내 준다는 것은, 결국 자기 마음속에 남아 있던 미련과 두려움을 정리하는 일이기도 했다.

읽고 나니 이 책은 단순한 판타지 모험담이 아니라, 애도와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며, 겉으로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속으로는 각자의 방식으로 애쓰고 있다는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다. 이루처럼 누군가를 잃은 경험이 있든 없든, 누구나 자신의 세상을 다시 세우는 순간이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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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시리즈 1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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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금성이, 행성 금성을 연상시켜서 SF소설으로 착각하기도 했지만, 사실 제목의 금성은 통일신라 시대의 수도 금성을 뜻합니다. SF극이 아닌 통일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역사 추리 소설이라서 신선했습니다..
주인공은 미은이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천재적이고 유능한 재능을 갖고 태어나서 죽은 오라비 자은 대신에 당나라로 유학을 갔다가 금성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미은이라는 이름 대신, 자신의 오라비 이름인 설자은의 이름으로 남장을 한채 살게 됩니다. 설자은은 당나라에서 금성으로 돌아오는 배에서 만난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이라는 자와 함께하게 되고, 설자은과 목인곤은 여러 미제 사건들을 함께 해결하면서 추리물의 대표적인 캐릭터들인 홈즈와 왓슨보다 더 매력적인 케미스트리를 보여주어 작품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아마 이번 소설 이후로도 시리즈물로 설자은과 목인곤이 신라시대의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계속 이어질것 같아서 많은 기대가 됩니다. 한국소설의 대표적인 추리 시리즈가 되었음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작가님이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고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한 글을 본적이 있는데 소설속에서 백탑파 시리즈에서 영향을 받은것들이 설자은의 방식으로 녹아져 있는게 느껴져서 반갑기도 하고 좋았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보건교사 안은영과는 완전 다른 느낌의 소설이어서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색다른 소설을 쓰다니 하는 놀라움도 있었습니다. 거의 아예 다르다고 할수있는 장르와 시대상인데 이 역시 정말 재미있으니 정세랑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호기심이 생기네요. 앞으로 계속 읽을만한 시리즈를 발견한듯하여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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