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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면 ㅣ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4
헬렌 라일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6월
평점 :
문이 열리면
헬렌 라일리 / 키멜리움 / 2024.06 / 304page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클래식 추리소설
반전소설, 추리소설, 스릴러소설이라고 불리는 영역의 책은 대부분 자극적이고 잔인해서 저 같은 매니아층이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에 읽은 클래식 추리소설 <문이 열리면>은 자극적인 소재는 최대한 빼고 등장인물들 간의 묘한 기류, 끝을 향할수록 느껴지는 긴박감,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추리 소설이 꼭 갖춰야 할 요소들만 담고 있는 담백한 소설입니다.
오랫만에 가진 가족모임 자리에서 주인공 이브의 이모인 샬럿이 총에 맞은 채 죽게 됩니다. 사망 당시에 함께였던 이브의 가족들은 모두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죠. 가족 중 누군가는 범인인 것이 분명한데 아무리 수사해도 범인을 잡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사이 사건과 관련된 자들이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게 되는데요, 사연 많은 가족이기에 범인이 누구인지 왜 죽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어요.
고전 추리소설이라 하지만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치정과 재산 문제는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이죠. 그래서 그런지 고전의 식상함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샬럿을 죽인 범인이 밝혀졌을 때, "여태까지 난 뭘 읽고 뭘 생각한거지?" 라는 멍때림(?)의 시간을 가질만큼 반전이 임팩트 있었어요.
p.182
이 순진무구한 얼굴들 중 하나는 무자비하고 영약한 살인의 의지와 능력을 뒤로 감추고서 해맑은 순수의 얼굴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p. 268
이 교활한 살인 사건의 배후에는 극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두뇌가 있어서 세계 최고의 경찰을 빈번이 능가하며 기습적으로 허를 찔렀다.
p.282
그리고 그 순간 잃어버린 작은 톱니 하나가 제자리에 끼워지면서 샬럿 포이 살인 사건의 전체 그림이 작디작은 세부 사항까지 완전히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었다.
가족 모두가 샬럿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실의에 빠진 것 같이 행동하면서도 다음 작전을 세우고, 유족인듯 피해자인듯 교모하게 수사선상을 빠져나가는 치밀함이 돋보였고, 이 치밀함을 더 치밀하게 파고드는 형사 맥키의 수사 능력이 인상깊었던 책입니다.
추리소설, 반전 소설을 도전하고 싶은데 피튀기고 자극적인 소재를 잘 보지 못한다면 고전 추리소설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