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클럽

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그러고보니까 히가시노 게이고님 책을 얼마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다.

한창 <용의자 X의 헌신> 이후로 광팬을 자처하고 마구마구 읽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한 달내내

히가시노의 그 유니크한 추리의 세계에 흠뻑 빠져있기도 했었는데 말이지.

일본추리소설 자체의 입문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으로 했어서 그런지, 항상 관심도 많고

애정도 많고 기대도 크고,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애정으로 모두 다 감싸안고서

내색하지 않는 적도 많다. 하하하하 난 정말 착한 팬이얌.

히가시노 게이고를 알게되고는 처음으로 읽게 되는 단편 소설.

 

특히나 의뢰를 받은 사건에 대해서만 개입을 하고, 또 부자들만 가입하도록하여 회원의 질에 신경을 쓰는 요 탐정클럽이라고 하는 곳은

검은 정장을 입고 나타나는 큰 키에 덩치가 좋은 탐정과 그의 조수(처럼 보이는데 말투는 아나운서,

얼굴은 누구라도 자세히 보게 될만한 미녀미녀 초미녀!!)로 구성되어 돌아가고 있는데,

'클럽에서 나왔는데요' 하면서 등장하는 요 듀오의 깔끔하면서도 시니컬하고 절대 쓸데없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는, 시크한 모습이 보는내내 왠지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흥미롭다.

 

 

 

 

다섯 가지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그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수사를 부탁하는 의뢰인들은 모두 돈 좀 있으신 탐정클럽의 회원분들이시고, 유일하게 <의뢰인의 딸>에서만

사건과는 조금 무관하게(아니지. 아주아주 긴밀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의뢰했던 일과는 별개로

또 의뢰인의 딸이 또 다른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해 달라고 하는 것 말고는 모두 회원제로 돌아간다.

근데 여기서도 재미있었던 게, 정말 돈돈돈 돈 없으면 의뢰할 수 없다는 게 나타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어리고 돈도 없는 의뢰인의 딸에게도 돈은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고. 또 결국에는

꼬이고 꼬여버린 사건 때문에 돈을 받지 않게되긴 하지만, 그 딸이 꼼쳐놨었던 세뱃돈이었던가.

여튼 그 돈으로 어떻게든 낸다고 하니까 아무런 거리낌없이 알았다고 하고 추리에 착수하던 모습 -

왠지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사건에 다가가고 움직이던 여느 형사들이나 탐정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었지. 어쩌면 차라리 이런 게 더 현실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책은 전체적으로 뭐 이렇다할 임팩트가 없는 건 사실이었다.

트릭이나 복선이 난무하고 이곳 저곳에 증거와 증인들이 속속들이 숨어있어서

결과적으로 이야기의 막바지에 가서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고 독자들의 허를 찌르곤 했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흡입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 장편만 내내 읽어오다가 단편을 읽다보니까

그런건 감안을 해야 하는 건 맞겠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단정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에서 또 다른 단편인(좀 더 옴니버스식이라고는 하더만) <교통경찰의 밤>이

읽고 싶었는데, 곧장 읽기보다는 다른 장편들로 우회해서 좀 더 매력을 느끼고 와야 할 것 같다.

너무 오랜만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라서 이렇게 실망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히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