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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추정 시각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읽는내내 왠지 추리소설이 아니라 다큐나 에세이로 실제 사건 자체를 재조명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정도로 하나하나 세세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고
또 작가가 이야기를 밀어부치는 힘이나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따른 행동들이 너무 실감나게 다가왔다.
이야기는 어느 살인사건부터 시작한다.
그 지역 유지의 하나밖에 없는 애지중지 딸이 하교길에 유괴를 당하여 실종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은 돈을 요구하여 돈만 준다면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하고
그의 부모는 돈을 주고 아이를 찾아오겠노라고 경찰에게 이야기하지만
경찰은 그저 원칙으로 알고 있는 '돈을 주면 끝장' 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돈만 주고 아이를
못찾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자,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던 범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돈을 건네주지 않고 결국 이틀 후에 아이는 어느 산기슭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하여 중요하게 쟁점으로 떠오른 죽은 소녀의 사망 추정시각.
지역 유지인 소녀의 아버지는 경찰이 자신의 말을 어기고 돈을 주지 않아서 딸이 죽은거라면
(즉. 돈 받는 걸 성사시키지 못한 이후에 범인이 딸을 죽인거라면) 절대 경찰을 용서치 않을 거라고 한다. 그 지역의 경찰이나 정부직 사람들 중에 소녀의 아버지에게 돈을 받지 않았던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부정부패 깊숙한 곳에 그가 있었음.
그리하여 경찰은 소녀의 사망 추정시각을 돈을 요구하기 전으로 설정하고는
그에 입을 맞추어, 적당한 용의자를 지명하고 그를 범인으로 짜맞추기 식의 수사를 진행한다.
대충 이야기 내용은 두 개로 나눠져 있다.
하나는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으로 지목된 용의자를 검거하고,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등장인물이 자신들의 편의와 이익에 따라서 진짜 레알 진실을 등지고
진실을 자기들끼리 골방에서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힘없고 평범하고, 우연히 사고 현장에 잠시 들렀다가 지갑에서 현금 조금 꺼낸 죄밖에 없는
아주 적당히(?) 나쁜, 어리버리한 청년은 아무런 변호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사형선고까지 받는다.
그리고 그 뒤편의 이야기는 그 청년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흑기사 변호사의 등장.
수사과정에 있어서 아리송한 사항들을 콕콕 찝어내어 청년의 석방을 돕는다.
- 요 부분에서 솔직히 간지러웠던 부분을 확실하게 들춰내고 긁어주는 변호사의 추리과정이
(독자인 나는 이미 다 알고있던 사실이긴 했지만) 무지 통쾌했고 기분 좋았는데
이게 적지 않게 반복되던 게 조금 지루하더라. 뭐
청년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까발리는 것보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게 뭐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한번이면 족해요. 흐흐 그래도 변호사가 밟아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니
왠지 제대로 된 법정소설이라도 읽은 듯한 뿌듯~한 기분은 어쩔 수 없구나 '-' 으하핫
음. 읽으면서 내내 생각났던 영화는 카세 료의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사실 영화 속 청년과 책에서의 어리버리는 지하철 성추행범과 살인범이라는 누명 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영화에서는 차라리 더 가벼운 범죄라는 의미에서, 더 내가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 대한 의미가 크다.
영화 속 한 장면으로도 나오는 얘긴데, 그냥 안했어도 그렇게 몰린 이상 내가 했다고 하고서
벌금 조금 내면 되지 않겠느냐고 권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주인공의 적극적인 누명벗기 모습이 소설과는 다르긴 했지만 요 책이랑 같이 보면 좋을 듯.
다음은 영화 속에 나오는 명대사 -
"증거는 없지만 피고인이 진범일지도 모른다" 이런건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그런걸로 재판관이 고민하면,
증거가 없어도 검찰의 주장만 중시하다가 때로는 무죄인 사람을 유죄로 만들 수 있습니다.
검찰관의 증명을 숙고해 유죄라는 확신을 얻을 수 없다면 무죄인 겁니다.
형사재판의 최대의 사명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바로 죄가 없는 사람을 벌하지 않는 것입니다.
죄가 없는 사람은 벌하지 않는 것.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도 이를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강조 강조하는 걸 보면, 참 많은 죄없는 사람들이 벌받고 있는 현실인가보다. 아 씁쓸해. 소주 땡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