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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보는 요시모토 바나나 책.
한 때 그녀의 불후의 명작 <키친>을 보면서 그다지 대놓고 눈물을 자극하는 슬픈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뚝뚝 흘려가면서 주인공들의 마음에 함께 공감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리고 <N.P>를 보면서 그 담백하면서도 청아한 문장에 푸욱 빠졌던 그때 그 여름나날이 있었는데
그렇게 좋은 기억들로만 가득했었던 것도 잠시.
<하치의 마지막 연인> 을 보면서 그 감당하기 힘든 바나나의 4차원 세계에
아무리 열심히 보려고 해도 봐지지가 않고 공감가지 않아서 결국 그 두껍지도 않은 책을 중도하차했었뜨랬지. 참 읽기 쉽게 책을 쓴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쉽게 쓰는 책도 안 읽힐 정도로 가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정말로 소재가 정말 독특하다.
이번에도 평범하진 않았음.
자기가 무언갈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도 이미 '범죄'라든지 '위험'에 대한 자각은 있었고. 사실은 딱히 어리다고만은 할 수 없는게 그때 당시에 유미코는 남자친구를 따라서 이탈리아로 떠나려고 짐을 싸고 있었뜨랬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끔찍한 사건을 겪고, 자신이 잊으려고만 하고 또 지우려고만 하던 과거를 하나 하나 다시 되짚어가면서 스스로를 용서하고 또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나타난 백마탄 왕자(정말 바르고 성실하게 자란, 백마탄 왕자!) 쇼이치와 함께
과거의 자신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언젠가부터 책을 보면서 별로 생각을 안하기 시작했다.
추리소설을 요즘 들어서 읽은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것도 한 몫하겠지만 어쨌든 뭐 조금 의심이 나기도 하고 약간 갸우뚱 하게 되는 대목이 나와도 굳이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본다거나,
아니면 막 바로 읽었던 앞장을 뒤적여가면서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한 수고를 하지 않는다.
한 때는 책 읽으면서 한쪽 귀퉁이에다가 등장인물에 관계도, 이런저런 화살표에, 죽을 死자까지 써가면서 골똘하게 연구하며 열정적으로 책을 보던 시절도 있었는데.
단순히 그렇게 성실하게 읽어야할만한 책을 요즘들어서 안 읽은 거일수도 있고
아니면 귀차니즘 작렬.
또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성심성의껏 책을 안읽고 있는 거일수도 있겠다.
어찌됐던 이 책에도 여러가지 사알짝 반전이라고 할만한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할만한
상황이나 대사들이 속속들이 숨어 있었다. (요기부터 스포일러짓 작렬)
마지막에 유미코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갑작스럽게 자신을 찾아온 친절하기 그지없는 쇼이치도 그렇고, 또 그와 함께 과거의 사건을 밟아
과거로의 여행을 하면서 너무 술술술, 잘 풀린다는 느낌이 너무 컸고
또 결정적으로는 당시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구마씨와의 만남에서
그때(한창 유미코네 엄마가 마녀기운이 극에 달했을적에) 유미코를 데려오지 않은 자신의 엄마가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이상하다며 몇번이고 말하는 쇼이치에게 한, 구마씨의 한 마디.
"알고는 있지만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군요. 언젠가 말할 수 있을 때가 있다면 말 할게요."
흐음. 이미 다 나온 얘기나 마찬가지.
평범하지만은 않은 이야기 흐름이라고 생각하면서 내심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여사님!' 하고있었는데
<하치의 마지막 연인>에서 그렇게 당하고도 이 이야기의 흐름과 결말이 나쁘지가 않다.
더군다나 영화 <인셉션>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왠지 거의 마지막 즈음에 유미코가 쇼이치더러
"도저히 믿기지 않지만, 여기는 현실이 아니야." 하는 장면에서는 괜히 소름까지 끼칠 것이다. (내가 그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