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우주여행 - 한국 SF 단편선
양원영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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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발한 상상력만큼은 괜찮았다고 할 수 있었던 한국 SF 단편 10개 모음집

조금은 유치해보이기도 하고 귀여워보이기도 한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서 보게 되었는데

내용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단편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유독 SF라는 장르에는

그다지 진지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뭔가 기승전결 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허망하게 마무리 지어지거나. 아니면

어디에선가 들은 적 있는 것 같은 이야기들의 짬뽕구성이었던 소재가 간간히 눈에 보여서 살짝쿵 실망.

특히 수록되어 있는 단편 중 <머리 사냥꾼>은 그 잔혹성이나 자극적인 소재는

예전에 정말 경악을 하면서 읽었던 (아직까지도 끔찍충격버라이어티 1등을 놓치지 않고있는)

강지영님의 단편 모음집인 <굿바이 파라다이스>의 '점' 이야기를 살짝쿵 떠올리게도 했다. 하지만

잔혹성이나 경악도를 따져봤을때엔 역시 강지영님의 그것.은 절대 따라올 수 없으리라.

 

줄거리를 살짝 엿보자면

우선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제일 처음에 수록되어있기도 한 양원영님의 <아빠의 우주여행>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서 부모님의 외형적인 모습은 싱크 99.9를 자랑하고

그 버릇이나 성격, 심지어는 기억의 단편들까지도 죽은 아빠를 꼭 빼닮은 안드로이드가

주인공이 성인이 됨과 동시에 다시 국가로 반납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

음. 약간 SF라고 하기도 그렇고 요즘 소설들의 소재들에 비해서 그다지 기발하게도 느껴지진 않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안드로이드를 반납하지 않고 가지고 있게 될시에 지불해야 할 돈이나

파손이나 유기를 하면 안된다는 기타 등등의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한 묘사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또 재밌었던 건 <스위치, 오프>.

우선은 몸에 내장되어 있는 스위치를 끄는 것 만으로 남녀의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컨셉 자체가

너무 기발했어. 정말이지 내가 남자가 되거나 여자가 되는 걸 선택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둘 다 경험해 보고 더 내 적성에 맞는(?) 걸 고르게 된다면. 아마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을텐데...

아마도 하리수 같은 엇갈린 운명의 고생스런 시행착오도 겪지 않아도 될 것이고

어쩌면 성폭행과 같은 극악무도한 다른 이성의 신체를 함부로 범하는 식의 범죄도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옛날에 엄마와 아빠가 살았었다던 그 사회.

정말 그런 사회가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런식으로라도 사회를 유지시킬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서는

참. 사람들이 어리석은건지 극도로 머리가 좋은건지. 알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을 전혀 이해 못하겠다는 식으로 하나하나 반박하던 꼬마 주인공의 마음이

영특해보이기도 하고 예뻐보이기도 하고. 그 꼬마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것 처럼

그게 정말로 당연하게 느껴지는 사회가 언젠가는 오게될까 - 하는 아득한 바람도 갖게 되었다.

 

소재만 생각해 두고서는 아무렇게나 이야기를 전개해서 흐지부지 마무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몇 몇 작품이 있어서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소재를 생각해낸다는 게 어디야!

특히 그 <해바라기>에서의 그 행성은

예전에 보았던 애니메이션 <월-E>에서의 우주비행탐사선?을 떠올리게 해서 반갑기도 했었다.

물론 그 속에 사는 주인공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 애니메이션에서의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지금의 우리 일상과 비슷하긴 했지만. 뭐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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