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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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표지. 왠지 여운이 느껴지는 제목. 그리고 빈티지 감성 여행에세이 라고 하는 소제목까지

어쩐지 여성스러우면서도 솔직 담백한 여행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 같은 이 책에 퐁당 빠져버렸다.

글 쓰는 방송인이기도 하고 방송하는 글쟁이이기도 한 사람이 김태훈 말고도 많이 있구나.

지은이 강한나는 VJ, 리포터, MC 등의 방송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도쿄 여행에세이 <동경 하늘 동경>과

이번에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우리 흩어진 날들> 등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여행기라서 그런지 역시 사진을 빼 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 건 분명하지만

그녀의 책에는 사진만큼이나 글들이 돋보인다.

그저 오사카, 고베, 히로시마, 미야지마, 구라시키, 나가사키, 교토, 도쿄 등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맛집이나 볼거리 등을 제공하는 식의 여행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닌. 일본을 다니며 쓴 것만 아니라면

그저 에세이라고만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글 하나하나에 그녀가 쏟은 정성이 느껴진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누군가에게로 끊임없이 보내는 듯한 고백과도 같은 편지 형식의 글들이 괜히 내 맘을 뭉클하게 했다.

 

특히 낡은사랑002, 이끼. 라는 소제목으로 한 장을 채우고 있는 그녀의 글에서는

왠지 모를 동병상련의 마음과 애잔한 여운을 남겨주어

괜히 신나서 일본 여행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나의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매번 억울하기만 했었다는 그녀의 사랑.

항상 상대받에게 주는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억울하기만 하고, 또

내 사랑을 담은 마음을 좀처럼 알아주지 않아서 또 그것도 억울하기만 했다. 그렇게 항상

억울해하기만 하다보니 결국은 너덜너덜 낡아버려 초라해저버렸다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

그러고나서 이별을 하고나서도 줄곧 그 둘은 억울해했다는 지난 사랑의 기억들을 그녀는

일본 오사카의 조용한 오후 거리의 바닥에 제멋대로 자라있는 습기찬 이끼를 보면서 그때를 떠올린다.

그리고 한마디 겻들인다.

'이기적이게 마무리 지은 당신과 내게 남겨진 게 있다면, 이렇게 지워지지 않는 얼룩들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녀의 감성적인 마음을 엿보는 동시에 역시 여행기로써의 백미도 빠뜨리지 않고있다.

역시 여행기를 읽을 때마다 내가 주목하는 건 여행하는 각지마다 특성있게 내놓는 먹거리들.

특히나 카레라면은 사족을 못 쓰는 내가 주목한 건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지유켄 가게의 카레!

노오란 카레에 생달걀을 얹고 있는 모습은 왠지 그 모양새에서는 타지에서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살짝쿵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쓱싹쓱싹 단방에 비벼서 한 입만 맛본다면

그때의 거부감은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맛있게 한그릇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먹거리 구경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당연한 거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 구경하다가 망하는 도쿄보다, 옷 입어보다 망한다는 교토보다, 차라리 먹다가 망할 수 있다는

오사카에서의 나날들이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다.

막막 내가 그곳에서 닭국물과 돼지육수를 섞어서 개발한 킨류라멘을 먹고, 또

타코야키, 오코노미야키, 유부조림 가득 들어있는 기츠네우동, 하코스시, 복요리,

손바닥크기의 왕만두 등등 마구마구 하나도 빠짐없이 오사카에 있는 맛집들을 죄다 돌아다니며

맛보고 싶은 마음에. 작가의 차분하고 쓸쓸해보이는(왠지 그래보였어)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괜히 나 혼자 들떠버렸다.

 

자꾸만 휴가 시즌도 다가오고 해서 그런지 이런 여행기가 너무 땡긴다.

정작 가고싶은 곳만 많아지고 현실은 시궁창이니. 괜한 욕구불만에 짜증만 솟구치는 여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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