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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꿈 맨발의 여행자 - 낯선 이름의 여행지 동티모르의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달콤한 이야기
박성원 지음, 정일호 사진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오랜만에 보게 된 여행집.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을 읽고 나서는 아프가니스탄이 너무 가보고싶었고
또 다음에 읽었던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를 읽고나서도 아프가니스탄에 그렇게 가고싶더니
이번에는 동티모르.
여유와 느림의 미학이 살아 숨쉬는 그 곳.
동티모르의 딜리에 도착한 지은이는 여행 첫날부터
가이드해주기로한 친구가 갑자기 한 달동안 휴가를 가게 되었다는 날벼락 소식을 듣고는
홀로 딜리의 이곳 저곳을 방황하며 마을을 느낀다.
이 동네에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거리를 질주하는 자동차들과
카메라를 목에 건 채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걸어다니는 이방인들 뿐.
그나마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자동차 소리에 묻혀버리고 만다.
비가와도 처마 밑으로 숨지 않고 맨발로 웃으면서 뛰어다니는 청년들을 보며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비가 멈춘 다음에는 운동화를 손에 들고 사뿐 사뿐 걷게 되던 지은이.
삶은 달걀을 장에 가지고 나와서 주말에 아르바이트 삼아 팔고있는 어린 소년들,
팔리지 않고 점점 낡아가기만 하는 전화 충전카드들을 손에 들고 빙긋이 웃어보이는 청년들,
카메라도, 동영상 기능도 없는 먹통 핸드폰을 끌어안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누워있는 소녀,
눈을 마주칠때마다 그저 환하게 이를 드러내보이며 웃어보이는 사람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자랑스럽게 아랫도리를 가리키며 따봉-손모양을 해대는 해변가의 아이들,
왜 그렇게 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운동화를 한 켤레씩 나누어 신고 축구를 하는 아이들 ......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가난할 듯 보여도, 그것을 부끄러움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 속에서의 삶에 깊은 애정을 느끼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하루하루를 죽을똥 살똥 해가면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고있는 내 자신이 오히려 부끄럽게 느껴졌다.
우선은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한밤중이 아니더라도 모기와 개미, 귀여운 차원을 넘어서는 크기의 도롱뇽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여행을 하는 지은이가, 여자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는 그다지 부러운지도 모르고 한 장, 한 장 넘겼는데
그래도 역시 - 처음 여행을 시작했던 딜리에서부터 쭈욱 한바퀴를 돌아 또다시 딜리로 돌아와서
그 사이에 변해버린 모습의 동네를 바라보던 지은이의 감회가, 어찌 지은이만의 것이겠는가.
하지만 역시 직접 겪고, 느끼고, 숨쉬고 온 지은이의 감흥을 텍스트와 사진상으로만 보는 독자입장의 내가
따라갈 수는 없겠지? 아아 ... 역시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