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먼트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도 이 책 속에 나오는 환자들처럼

죽음을 앞 둔 순간, 소원을 빈다면 어떤 소원을 빌게될까?

정말 막연한 소원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 나 없다고 슬퍼말고

열심히 씩씩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나와는 달리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라겠다고 빌겠지만

그렇게 막연한 것이 아닌, 실제로 아르바이트 청소부 학생이 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정말이지, 나는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까?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죽음을 앞 둔 환자와, 그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미스터리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

조금은 따뜻한 설정으로 시작되는 듯하여 나름대로의 예지(?)를 하면서 보았는데

워워 - 전혀 따뜻하기만하지는 않다. 정말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어떤 소원을 빌 수 있을까.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4개의 이야기가 이어져있어서 그다지 어렵지않게 쉬이 책장이 넘어간다.

제각기 다른 상황에 놓여, 색다른 (사람들 만큼이나 개성있는) 소원을 말하는 환자들과

그러한 환자들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병원의 아르바이트 청소부 대학생, 간다.

 

자신의 옛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값지못할 빚을 진 남자가 어떻게 잘 살고있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해오는 노인 이야기. 조금은 안타깝게 이야기가 전개되는가 싶더니, 웬걸.. 갑자기 뒤통수를 때린다.

빚을 지고 있는 남자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책을 잠시 내려놓고는 멍 하게 있었다. 할아버지 멍미, 왜 그렇게까지......

그리고 두번째는,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가싶더니 역시 예상치 못한 반전을 보여주는 소녀의 이야기.

하지만 거의 마지막즈음에 누군가에게든 '그렇게' 이야기하고싶었다고 말하는 얘기를 듣고있자니,

한편으로는 너무 안쓰럽고 안됐고. 또 충분히 그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하고 그렇더라. 본인은 오죽 힘들었을까

음, 그리고 그 다음에는 유방암이 재발했던 우에다씨 이야기.

보는내내 우에다씨가 그 공중전화에서 음성메시지를 남겼던 상대방이 누굴지 너무 궁금했었는데,

결국은 그런식이었구나. 하긴,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되고있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난다는 것도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겠다. 어쨌든 우에다씨가 그렇게 병원을 떠나서 죽었든, 살았든,

그렇게 마지막으로 간다와 보냈던 하루가 간다에게는 영원히 잊지못할 시간이 되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책 초반부에 등장했었던 특실의 장기입원 환자.

흑의의 청부살인업자에 대한 호기심에 솔깃해서 어떻게 책장이 넘어가는지도 모르고 봤던 마지막 이야기.


--------------------------------------------------------------------------------------------------

"하지만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그런거잖아요?

그 사람이 살아있찌 않았더라면, 저 역시 그 사람과 알게 될 일도 없었고 얘기할 일도 없었고

호의적인 감정을 가질 일도 없었겠죠. 살아 있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자신에 대한 호의와 악의, 선의와 미움같은 감정이 생기겠죠.

그렇게 때문에 제 호의에는 그 사람이 살아있다는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굳이 책임 얘기를 하자면 그 사람에게 있습니다.

자기만의 사정으로 멋대로 죽고 싶다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죠."

-p.313

-------------------------------------------------------------------------------------------------


책에서 나온 말처럼, 정말 간다의 마음이 그렇기 때문에 나온 억지스러운 논리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따뜻하게 위로가 되는 말도 있을까?

직접적이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얘기인 것 같은데...

어쨌든 주변의 사람들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도, 결과적으로는 그 사람의 책임이기 때문에

자기 사정으로 그렇게 죽고싶어진다면, 그를 좋아해서 그가 계속 살아주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동의를 구해야 된다는 말. ..내게는 확 와닿는걸?


그리고 사건들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남자 주인공, 간다

왠지 처음부터 말하는 투나 행동하는 걸로 봐서는 줄곧 틱틱거리기나 하고 고집도 있고, 시니컬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친절하게 죽어가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올바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나서서 막을 줄고 알고

또 자기의 신념이 곧고 본성은 착하다는 게 쏙쏙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만약에 영상화한다면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의 현빈과같은 캐릭터가 어울릴것 같기도 하고.

아 그런데 현빈은 너무 자기가 하는 일에 열정적이었던가 .....-_- 무슨 얘길 하는건지

 

어쨌든 처음에는 표지에 끌리고, 제목에 끌리고, 그 다음에는 이야기에 끌리더니

마지막에는 남자주인공에게 꽂혀버린 이야기. <모먼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