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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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내 살던 세간살이 모두를 두고 떠나야한다고 했다. 억척스레 마련한 돼지, 오리, 닭을 그냥 두고 열흘치 먹을 음식만 챙겨야한다고 했다.
어디로 가는지, 얼만큼 가는 건지 어느 누구 하나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떠난 고향, 터를 잡고 살아온 고향을 떠나 긴 여행이 시작됐다.
화물칸에서 열악한 환경과 비좁은 공간에서 최소한의 위생마저 차단당한채 알수없는 암흑이 가득했다.
그들은 죄가 없다.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쫓겨나듯 부모들은 이역만리로 떠나왔고, 그 부모들이 세상을 하나 둘 떠나고 자식들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17만 명의 이주민이 되었다.
조선인과 조선인의 혼인,
조선인과 러시아인의 혼인.
살기 위해, 낯선 땅에 정착하기 위해 살을 맞대고 살아가야했다.
가장 슬픈 이야기다.
어느 곳에도 정착할 수 없고, 원하지 않는 이주민들의 삶이 그저 고단하다.
그들의 바람은 굶주리지않고 살아가는 딱 하나뿐이다.
역사의 한 흔적을 그들은 깊게, 아프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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