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의 기억 - 잊히지 않은, 바뀌지 않은, 끝나지 않은 5.18
범현이 지음, 하성흡 그림 / 내일을여는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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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총알>
꿈많은 10대, 고등학생때 5.18민주항쟁 운동이 일어났다.
누군가는 앞장서 깃발을 흔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손발이 되어 온갖 허드렛일을 하고, 또 다른 이는 학생들과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는 주먹밥을 만들었다.
우린 거기 있었고,
우린 아무런 죄가 없었고,
우린 부당함에 한 목소리를 냈고,
우린 힘없이 신군부의 총알 받이가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유없이 아픈 두통이 눈치없이 몰려왔다. 더 잦아들었고, 더 고통스럽고, 더 견디기 힘들었다.
그 고통의 원인은 그날 그 자리에서 맞은 총알이 머리 깊숙하게 박혀 기억을 끄집어내고, 기억을 되살렸다.
수술을 하려면 그 총알과 같은 것을 구해와 MRI기계에 적합한지(자석성분이 있으면 안됨-종류를 정확히 알아야 함)조사해야 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주먹밥을 만들어주던 10대 소녀가 무서움에 손수건에 싸서 고이 간직해오던 총알을 건넸다.
다행이도 검사를 할 수 있는 범위의 총알이었다.
그 총알은 이유없이 고통을 준다는 사실에 그저 미안함이 몰려왔다.
그 총알이 살아있는 노란나비처럼 주인공 할아버지의 오랜 삶을 함께 해 왔다.

<아름다운 상상>
나는(뱃속의 8개월된 태아) 곧 태어난다.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빠와 공장에서 일하던 엄마는 열렬히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다.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라는 이름은 너무도 조심스럽고 사랑스럽고 예뻐서 얼릉 태어나 부모님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일하러 나간 아빠가 돌아오시기 전까지 엄마와 단둘이서 청소도 하고, 텃밭에 상추도 뜯고, '강아지 똥을 읽어주던 엄마의 목소리와 모차르트의 멋진 교향곡을 들으며 가끔 배가 고플때 엄마의 배를 차는 것 외에는 곧 세상밖으로 나갈 준비(운동)를 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에 면포가 덮여있고, TV에서는 "군부독대타도", "신군부는 물러나라"는 알 수 없는 격렬한 울부짖음에 엄마는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올 시간이 됐는데,
나도 배가 고픈데,
엄마는 누워서 아빠를 기다렸다.
늦은 시간 두려워진 엄마는 야학 선생님과 형이라 부르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문 밖으로 나오지마요. 내가 곧 올테니 집 안에서 기다려요"라고 다정하게 말하던 아빠의 말을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대문밖으로, 좀 더 길 모퉁이를 돌아서,
조금 더 대로변으로...
갑자기 발소리가 천둥처럼 밀려왔다. 부푼 배를 감싸고 뛰기 시작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탕! 탕! 탕!"소리에 엄마는 쓰러졌다.
얼른 일어나라고,
얼른 집으로 가자고,
나는 소리쳤지만 엄마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었다.
총알이 엄마를 비켜가지 않았다.
그 뒤로 수많은 군인들이, 탱크가 밀려들어왔다.
잠을 자듯 스르르 눈을 감는 엄마.

모두에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그들에게 일어났다.
그 곳에는 국민학교를 막 들어간 뒷 집 막둥이도 있었고, 형누나 손을 붙들고 나왔다가 손을 놓치고 사람들의 군홧발에 알아볼 수 없는 몰골이 된 어린아이도 있었다.
아무 일 없듯 양복을 챙겨입고 출근했던 삼촌, 이모도 있고, 아이들을 찾으러 나갔던 부모님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2달만 더 있으면 부모가 되는 착한 사람들.
이 세상이 아이에게 더 줄 것이 없는 암담함이 펼쳐진다해도 부모라서 더 많은 사랑을 주겠노라 굳은 다짐을 하던 어린 부모도 있었다.
그 거리에서, 그 날, 그 시간에 존재했던 기억이나, 아픔이 많은 시간이 흐른다하여 지워지거나 잊혀질수는 없다.
그 어린 생명이 마지막까지 울부짖던 울음을 엄마는 끝끝내 들을 수 없었고, 지켜줄 수 없었고, 엄마와 함께 하늘의 별이 되었다.
어떤 변명도, 어떤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역사 앞에서 일말의 잘못을 사과하는 작은 움직임이 필요할 뿐이다.
우리는 지켜봐야하며 잊지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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