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섬 공방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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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기사단은 십자군 시대 종교와 군사 및 병자 치료에 봉사하는 종교 단체로 설립되었으며, '청빈, 복종, 순결'의 3원칙을 모토로 기사도 정신과 수도원 정신이 융합된 조직으로 예루살렘 함락과 함께 로도스로 근거지를 옮겨 일명 로도스 기사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로도스 기사단은 바다에서 기독교 세력을 보호하고 이슬람 세력을 공격하는 해적 행위로 조직을 유지해 왔으며, 이로 인해 프랑스, 독일, 에스파냐, 영국, 이탈리아 등 서유럽 기독교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끊임없는 기사들의 자원으로 젊은 피를 수혈해 왔다.
로도스 섬 공방전은 1522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투르크 제국 술탄 쉴레이만 1세가 이끄는 이슬람 세력과 성 요한 기사단장 필리프 드 릴라당이 이끄는 기독교 세력 간의 약 6개월에 걸친 공방전을 그리고 있다.
당시 서유럽 국가들은 도시형 자립 국가에서 영토형 대륙 국가 시대로의 전환기에 있었기에 투르크 제국에 맞서 싸우고 있는 성 요한 기사단을 지원할 여력도 마음도 없었기에, '푸른 피'가 흐른다는 몰락하는 기사 계급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어떻게 신흥 대국과 맞서 싸웠고 마침내 패했는가를 저자는 담담한 필치로 써내려 가고 있다.
로도스 섬 공방전 이후, 성 요한 기사단은 몰타섬으로 근거지를 옮겨 몰타 기사단으로 활동하다가 1798년 6월 이집트 원정길에 오른 나폴레옹에 의해 몰타에서 추방되어 이곳 저곳을 떠돌다 현재는 로마에 본부가 남아 의료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한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벌인다는 게 요즘도 종종 있는 일이지만, 종교는 그저 명분상의 이유이고 실제론 영토욕, 정복욕, 경제적 욕심 때문인 것 같다.
성 요한 기사단 역시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기독교 세력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해적 행위를 정당화했으니 말이다.
명색이 문명국의 귀족 자제들로 구성된 기사들이 기사도 정신 운운하며 해적질을 한다고 생각하니 실소가 나온다.
당시 귀족 자제들은 장남은 가업을 잇고, 차남은 종교에 귀의해 추기경을 노리고, 삼남은 군사를 이끌고 용병 대장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다.
그러므로 성 요한 기사단과 같은 단체가 필요했을 법도 하다.
20대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수도승이 되어 바다 위에서 싸우다 흩어져 버린다.
20대 젊은 혈기였기에 강철 갑주로 무장하고 장렬히 싸우다 죽는 게 멋있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투르크 제국의 병사들도, 성 요한 기사단의 기사들도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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