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어록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8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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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요약한 것이 아니라 발췌한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독자에게 왜 완역이 아니고 그렇다고 요약도 아니며 하물며 해설도 아닌, 발췌라는 수단을 택했는가에 대한 설명을 책의 서두에 16쪽이나 할애하며 친절히 들려 주고 있다.
저자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생애와 사상을 양립시키면서, 아울러 피렌체 공화국의 쇠퇴와 겹쳐서 쓸 수 있을까 하는 과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두 가지를 분리해서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에서는 한 사람의 인간인 동시에 그가 살았던 시대의 피렌체를 그리고, <마키아벨리 어록>에서는 그의 사상을 다루기로 하였다.
그녀는 마키아벨리의 대표작인 <군주론>과 <정략론>만 정확히 읽으면 그의 사상을 거의 따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의 동양인들에게 마키아벨리의 고전은 본문에 붙어 있는 방대한 '주'(註)때문에 경원되는 현실에서 저자는 과감히 '주'를 떼어버리고 '주'가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마키아벨리가 인용한 구체적인 예증까지 없애버렸다.
시오노 나나미는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이러한 것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을 마키아벨리의 '삶의 증거'인 작품에서 에센스만을 추출하여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그녀는 마키아벨리 사상의 독창성은, 정치란 경우에 따라서는 인륜의 길에 어긋나는 일도 해야한다고 말한 점, 다시 말해서 정치와 윤리를 분리한 데에 있는 것이며, 그것을 부정한다는 것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
덧붙여 정치란 가진 힘을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기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인간 관계가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서 습득하고 활용해야 하는 기법이 아닌가 싶다.
마키아벨리의 어록 몇 장만 읽었을 뿐인데도 마구 밑줄을 긋고 싶은 유혹을 참아야 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기에...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오직 내 남편과 아들에게만 추천해 주고 싶은, 내 방 책장에 꽂아두고 오래도록 반복해서 읽고 또 읽으며 음미해 보고 싶은, 그런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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