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양성평등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 시리즈
이해진.김영호 지음 / 파라주니어(=파라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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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보이지 않는 장벽, 유리천장의 실체를 느껴봤을 것이다. 해방 전후 세대였던 나의 부모님은 남아선호 사상과 함께 성역할 고정관념이 뿌리 박힌 분들이셨지만 내리 아들 둘에 막내로 딸을 얻으신 탓에 운 좋게도 나는 별다른 차별을 느끼지 못하고 자라왔다. 내가 처음으로 유리천장의 실체를 뼈저리게 실감한 건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면서부터였다.

당시 나의 직장은 회사 사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출산 휴가 3개월을 다녀오는 해와 승진 시기가 겹치면 암묵적인 승진 누락이 있었다. 나 역시 출산하던 해에 승진심사가 있었고 마치 당연하다는 듯 승진은 누락되었다. 병역을 마친 남성들은 입사 후 2년이면 승진하지만 여성들은 승진하려면 3년을 기다려야 하고, 출산으로 인해 또 1년의 누락까지, 어제의 신입사원 동기가 나보다 2년이나 먼저 승진 가도를 달리고, 햇병아리 시절 사수로서 가르쳤던 남성 후배가 나를 앞지르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좌절감과 패배감을 맛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직장에서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맞벌이가 일반화되어 있고, 남성들도 양성평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인식은 있어서 가정에서의 역할 분담에도 적극적이지만 어디까지나 도와준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의 경우엔 육아를 시작하면서 자녀 양육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있어서 남편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아쉬웠다. 분명 두 사람 모두의 아이이고, 둘 다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의 예방 접종일을 챙긴다든가, 이유식의 시기를 가늠해 본다든가 등등의 결정권이 오직 나한테만 있는 듯이 행동하는 남편의 태도가 불만스러웠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보조자이며,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적극 돕겠다는 뉘앙스는, 마치 내가 기업의 오너로서 월급 주며 일 시키는 직원에게 주인의식까지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는 15위인데, 정치, 교육, 고용, 보건 등 4개 분야에서 남녀 불평등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남녀격차지수’를 보면, 2010년 전 세계 134개국 중 104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본문 104쪽에서 발췌)
진정한 양성 평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일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이는 역시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읽기>교과서에 실린 『청소년을 위한 양성평등 이야기』의 어린이판인 이 책은 초등 고학년 어린이는 물론이고, 현재 딸을 둔 아버지와 아들을 둔 어머니 모두가 함께 읽어 딸을 둔 아버지는 현재의 양성평등을 위해, 아들을 둔 어머니는 미래의 주역이 될 남성들이 양성평등을 위해 앞장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간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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