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쟁이 엄마 쑥쑥문고 46
이태준 지음, 신가영 그림 / 우리교육 / 200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0여 년 전의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었다. 예스러운 말투와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표현들, 어려운 단어와 사투리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해하면서.

『몰라쟁이 엄마』에는 총 12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린 수문장』, 『불쌍한 삼형제』, 『슬퍼하는 나무』처럼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다룬 이야기도 있고 『몰라쟁이 엄마』, 『엄마 마중』, 『꽃 장수』, 『물고기 이야기』처럼 지금의 아이들이 읽어도 절로 웃음이 피어나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만 작가 이태준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쓸쓸한 밤길』과 『눈물의 입학』처럼 1920~30년대의 어려운 시대 상황을 보여주는 『슬픈 명일 추석』, 『외로운 아이』, 『불쌍한 소년 미술가』 등은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채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에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걱정하다가 문득, 친부모의 학대에 신음하는 아이들, 굶주림이 일상이 된 북쪽의 아이들, 아직도 세계 곳곳 어딘가에서 전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까지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역사의 잔인한 수레바퀴가 우리 아이들만은 비켜가길 바라지만 세계인으로서, 인간으로서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손 내밀 줄 아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지켜나갈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책을 읽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6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9살에 어머니마저 잃은 작가가 남의 집살이하며 온갖 구박과 멸시에도 열심히 공부해서 당시 명문이었던 휘문고에 들어가고 나중엔 우리 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저자 약력이 눈에 띄었다. 그 모진 세월을 견디면서도 각박해지지 않고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세상의 모든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버리지 않고 작품에 녹여내 준 작가에게 더 없는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해방 후 고향이 있는 북쪽으로 돌아간 작가는 그 후 어떻게 살았을까? 불우한 시대에 태어나 불우한 삶을 살다간 작가가 『불쌍한 소년 미술가』에서 어린 미술가를 향해 던진 한 마디가 책을 덮은 지금도 메아리처럼 맴돈다.

‘저렇게 무서운 장사를 그린 그 약하디약한 어린 미술가가 지금은 어디서 울고 있을까! 문 밖에만 나가면 그를 당장 만날 것처럼 그리워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오~ 우리 불쌍한 어린 미술가여!’

행복하길, 아프지 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