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영어다.
그런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영어 학원을 다녀왔다.
중학생 학부모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불안과 걱정이 예비고 1이 되고 보니 한가득이다.
그리고 그런 부모의 불안을 요즘 부쩍 아이에게 잔소리로 쏟아내는 중이다.
부모가 중심을 잡고 아이를 믿어줘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저녁 준비를 했다.
닭다리살을 튀기듯이 정성껏 굽고 간장 양념에 졸여서 아이가 돌아올 시간에 맞춰 밥을 차렸다.
맛있는 냄새에 아이가 미소를 짓는다.
그 얼굴을 보니 나도 흐뭇하다.
행.복.하.다.
돌아서면 또 이런저런 걱정에 쉽게 우울해지고 낙담하는 종이 멘탈이라 금방 이 행복한 느낌이 잊히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좋다.
행복, 그거 별거 아니네.
어제, 오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소설을 읽고 있자니 나까지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삶이란 고통이다.
생노병사를 차례로 거쳐야 끝낼 수 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힘든 삶의 과정을 지나가며 서로에게 연민을 품고 좀 더 다정히 대해야겠다.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 P140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 P252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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