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나, 너, 우리를 위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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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베르그송, 정연복 옮김, 『웃음』(세계사, 2002)
앙리 베르그손, 황수영 옮김, 『창조적 진화』(아카넷, 2005) 류종영, 『웃음의 미학』(유로서적, 2005)

현대 프랑스 철학의 아버지 베르그송의 주저는 『창조적 진화』다. 방대한 책이라고 두려워하지 말고 천천히 읽으면 생물학적 사유를 토대로 한 새로운 형이상학의 가능성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베르그송의 개성과 속내를 더 알고 싶은 사람은 정연복이 번역한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유동적인 것과 고정된 것, 생명과 무생물의 구분에 근거한 웃음에 대한 베르그송의 통찰은 흥미진진하다. 웃음이 가진 철학적 혹은 인문학적 의미를 개관하고 싶은 독자들은 류종영의 책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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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최성만 옮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역사 외』(길, 2007)
발터 벤야민, 조형준 옮김, 『일방통행로』(새물결, 2007) 김상환 외, 『매체의 철학』(나남, 1998)

현대 미학은 매체의 역할을 강조하는 매체의 미학과 숭고라는 감정을 중시하는 숭고의 미학으로 양분된다. 매체의 미학을 연 사람이 바로 벤야민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벤야민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길출판사에서 최성만의 주도로 벤야민 선집이 나오고 있다. 현대적 도시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을 인상적으로 포착한 『일방통행로』를 읽은 독자들은 벤야민이 데리다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문필가라는 찬사를 듣는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매체가 가진 철학적 의미를 더 파고들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김상환 등이 지은 연구서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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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유정완 외 옮김, 『포스트모던의 조건』(민음사, 1992)
사이먼 말파스, 윤동구 옮김,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포스트모더니즘을 구하라』(앨피, 2008)

칸트에 따르면 숭고란 기존의 관념이나 습관으로 포착되지 않는 압도적인 사건이나 광경에 직면했을 때 발생하는 미적인 감정이다. 태풍으로 뒤집어질 것 같은 바다를 보았거나, 아니면 깎아지른 암벽에 직면할 때 드는 감정이라고 하겠다. 리오타르는 숭고라는 미적 감정을 토대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제반 현상을 분석하려고 했던 현대 철학자다. ‘포스트모던’이란 개념을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 ‘포스트모던’은 바로 ‘숭고’의 느낌을 주는 사회적 변화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리오타르에 대한 해설서로는 사이먼 말파스의 간결한 책이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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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 좀바르트, 이상률 옮김, 『사치와 자본주의』(문예출판사, 1997)
강신주, 『상처받지 않을 권리』(프로네시스, 2009)  

좀바르트는 베버의 위상에 가려서 우리에게 별로 부각되지 못한 비운의 사회학자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발달이 생산 차원이 아니라 소비 차원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소비의 사회』를 썼던 보드리야르의 논의를 선취하는 대목이다. 내가 쓴 책은 자본주의의 전략을 집어등集魚燈이란 개념으로 포착하려고 했다. 오징어를 잡기 위해서 켜놓은 등처럼 자본주의는 우리의 욕망을 부추기면서 성장한다는 취지다. 독자들은 내 책을 통해 소비에의 욕망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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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이유, 조한경 옮김, 『저주의 몫』(문학동네, 2000) 조르주 바타이유, 조한경 옮김, 『에로티즘의 역사』(민음사, 1998)
유기환, 『조르주 바타이유』(살림, 2006)

바타유는 에로티즘이 동물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차원의 문제임을 해명한 프랑스 철학자다.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는 통찰에 근거해서, 인간의 에로티즘은 금지된 성적 대상에 대한 욕망이라고 정의한다. 당연히 역사적 시기마다 에로티즘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금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에로티즘의 역사』는 바로 역사성과 에로티즘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에로티즘에 대한 통찰을 ‘일반경제’ 차원에까지 확장해서 다룬 책이 『저주의 몫』이다. 축적보다는 낭비가 체계를 유지하는 데 관건이 된다는 이 책의 주장은 매우 중요하다. 바타유의 복잡한 사상을 개략적으로 알아보려면, 유기환의 연구서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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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보르, 이경숙 옮김, 『스펙타클의 사회』(현실문화연구, 1996)
라울 바네겜, 주형일 옮김, 『일상생활의 혁명』(이후, 2006)

기 드보르는 현대 소비 사회를 ‘스펙터클의 사회’라고 명명한다. 대중문화 비판이나 대의민주주의 비판에서 기 드보르의 통찰은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스타가 되어버린 현실을 비관하여 권총 자살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할 정도로 기 드보르는 철저했던 사상가였다. 바네겜Raoul Vaneigem은 기 드보르와 함께 상황주의 운동을 이끌었다. 바네겜의 책은 자신이 처한 상황, 즉 일상생활에서 혁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매우 감동적인 문체로 피력하고 있다. 기 드보르의 글이 추상적인 주장이 많다면, 바네겜의 글은 친절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먼저 바네겜의 책을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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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충, 이주행 옮김, 『논형』(소나무, 1996)
임옥균, 『왕충: 한대 유학을 비판한 유학자』(성균대학교출판부, 2005)

중국 철학사에서 왕충은 이단적인 철학자로 분류된다. 그는 천명天命이나 본성[性]처럼 결정론적 뉘앙스를 가진 모든 형이상학적 사유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유학 사상이 지배적이었던 시절 『중용中庸』에 등장하는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그러니까 ‘천명이 바로 본성이다’라는 주장 자체를 부정한 것만으로 그는 이단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비범한 경험주의 정신, 그리고 운명론에 대한 철저한 비판 정신을 견지했다. 이주행의 책은 왕충의 주저를 번역한 것이다. 아쉽게도 일부분만 번역되어 있고, 시중에서도 구하기 힘든 책이 되어버렸다. 왕충 사상의 전반적인 윤곽을 이해하려면 임옥균의 책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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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다 겐지, 김석근 옮김, 『주자학과 양명학』(까치, 1993) 양국영, 김형찬 옮김, 『양명학』(예문서원, 1994)

현재 동양학 연구자에게 양명학은 주자학에 비해 지엽적인 것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조선 시대를 지배했던 주자학의 영향력은 현대 연구자들도 가만히 두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양명학에 속한 학자들의 글이 번역된 경우는 거의 없다. 반대로 전통적으로 주자학보다는 양명학을 더 중시했던 일본에서는 양명학과 관련된 많은 번역서와 연구서들이 출간되어 있다. 그 중 우리말로 번역된 책들 중 시마다 겐지의 책이 압권이다. 특히 주자학과 양명학의 철학정신을 거시적 안목에서 비교하는 시마다 겐지의 안목이 부럽기만 하다. 중국 학자로는 양국영이 지은 책도 많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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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김학주 옮김, 『노자』(을유문화사, 2000)
강신주, 『장자 & 노자: 도에 딴지걸기』(김영사, 2006)

『도덕경』은 81개의 철학적 운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연히 이 책에 대한 해석은 해석자의 수만큼 많다. 최초의 해석자들 중 대표적인 두 사람, 즉 한비자와 왕필은 노자의 철학에서 제국 통치의 정치철학을 읽어냈다. 최근 노자 철학은 생태철학적 통찰력의 보고로, 혹은 문명 비판서로 독해되는 경향이 강하다. 내가 쓴 책은 한비자나 왕필의 입장에 한 표를 던졌다. 엄밀한 고전학을 추구하는 김학주의 번역서를 넘겨보면서, 독자들은 『도덕경』이 강력한 정치철학서인지 아니면 반문명적 생태철학서인지 직접 가늠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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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김학주 옮김, 『묵자』(상·하)(명문당, 2003)
김학주, 『묵자, 그 생애·사상과 묵가』(명문당, 2002) 문익환·기세춘·홍근수, 『예수와 묵자』(바이북스, 2009)

묵자는 갈등과 대립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사랑에 있다고 역설했던 숭고한 이상주의자다. 사랑이야말로 ‘적과 동지’라는 대립을 무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확신했다. 중요한 것은 묵자와 그를 따르던 묵가 학파는 말뿐만 아니라 몸소 자신들의 이상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김학주의 번역서와 연구서는 묵자와 묵가 학파의 이상과 실천에 대한 전모를 우리에게 객관적으로 가르쳐준다. 문익환과 기세춘, 홍근수의 책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정신과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묵자의 정신이 어느 측면에서 유사하고 어느 측면에서 다른지를 논의한 흥미로운 책이다. 묵자 사상의 현재성을 음미해보려는 독자들에게 많은 지적 자극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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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베유, 윤진 옮김, 『중력과 은총』(이제이북스, 2008) 앙느 레느, 황세연 옮김, 『시몬느 베이유, 철학교실』(중원문화, 2006)

시몬 베유는 젊은 시절 노회한 트로츠키Leon Trotskii를 곤궁에 몰아넣었던 대화로 유명한 프랑스의 여류 철학자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그녀는 가난한 이웃, 노동자들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불꽃처럼 태우고 떠난 우리 시대의 성녀이기도 하다. 그녀는 노동자가 시인이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다. 이런 그녀의 고뇌와 신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 바로 『중력과 은총』이다. 시몬 베유의 사유 중 정치철학적인 전망을 보고자 한다면, 앙느 레느Anne Reynaud의 책을 보는 것이 좋다. 이 책은 베유를 존경했던 제자 앙느 레느의 수업 노트이기도 하다. 베유의 솔직한 속내, 그리고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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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바디우, 이종영 옮김, 『윤리학: 악에 대한 의식에 관한 에세이』(동문선, 2001)
알랭 바디우, 서용순 옮김, 『철학을 위한 선언』(길, 2010) 제이슨 바커, 염인수 옮김,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이후, 2009)

타자와의 소통, 그리고 차이의 긍정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윤리적 명제가 된 시대에, 바디우는 이런 논의가 기본적으로 서양 국가들의 시선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이런 비판 정신에 입각한 『윤리학』에서 그는 새로운 윤리학을 정초하려고 고군분투한다. 주체는 미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건과 진리에 대한 충실성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그의 주장은 매력적이다. 들뢰즈 이후 가장 주목받는 프랑스 철학자인 바디우 사상의 전모를 이해하려면 『철학을 위한 선언』을 일독할 필요가 있다. 바디우가 난해하다고 느껴진다면 제이슨 바커의 해설서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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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W. F. 헤겔, 임석진 옮김, 『법철학』(한길사, 2008) 이득재, 『가족주의는 야만이다』(소나무, 2001)

연애와 결혼, 나아가 가족에 대한 우리 시대의 통념을 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바로 헤겔의 『법철학』이다. 결혼과 가족 제도를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헤겔을 극복해야만 하고, 반대로 그것을 긍정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헤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연애의 불확실성을 결혼과 가족을 통해서 미봉하려는 헤겔의 논의는 이 책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득재는 들뢰즈를 통해 가족 제도를 야만이라고 규정하면서 헤겔을 철저하게 비판한다. 들뢰즈만큼 헤겔을 집요하게 공격했던 철학자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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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들뢰즈, 김재인 옮김, 『천개의 고원』(새물결, 2001)
존 라이크만, 김재인 옮김, 『들뢰즈 커넥션』(현실문화연구, 2005)  

생성이란 새로운 결합의 사건이라고 주장했던 들뢰즈는 20세기의 최고의 형이상학자다. 심지어 푸코는 21세기가 들뢰즈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창조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라면, 생성은 유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마주침과 연결이 없다면 생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정신을 기초로 집필된 책이 『천 개의 고원』이다. 들뢰즈 본인이 자신의 주저라고 공언한 책이기도 하다. 라이크만의 연구서는 들뢰즈 철학의 핵심이 새로운 연결에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연구서 제목으로 ‘연결’을 의미하는 커넥션connection이란 단어를 쓴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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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호이징하, 김윤수 옮김, 『호모 루덴스』(까치, 2003) 노명우,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사계절출판사, 2011)

자본주의 발달 이후 사람들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규정한다. 노동은 수단과 목적이 분리된 활동이다. 노동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 안정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이며, 직장 생활은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하위징아는 이런 통념을 일거에 날려버린다. 인간은 노동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무엇보다도 먼저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라고 주장한 것이다. 노동이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기도 하다면, 직장 생활은 놀이의 장일 수 있다. 노명우의 해설서는 하위징아의 통찰을 더 확장해서 놀이가 가진 폭발적인 힘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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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랑시에르, 양창렬 옮김,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길, 2008)
홍태영 외, 『현대정치철학의 모험』(난장, 2010)

촛불집회를 철학적으로 살펴보고 싶은 사람은 랑시에르에 주목해야 한다. 한때 알튀세르와 함께 프랑스 마르크스주의를 주도했던 그는 이제 알튀세르를 뛰어넘는 중요한 정치철학자가 되었다. 대의민주주의를 비판하고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아나키스트적인 면모를 보인다. 현재 우리의 정치가 ‘치안’일 뿐이지 결코 온전한 의미에서의 ‘정치’가 아니라는 그의 통찰은 두고두고 음미할 가치가 있는 주장이다. 랑시에르를 포함한 현대 정치 철학의 쟁점에 대해서는 홍태영 등이 쓴 책이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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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박재희 옮김, 『독일이데올로기 Ⅰ』(청년사, 2007)
가라타니 고진, 김경원 옮김,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이산, 1999)

마르크스가 살았던 시절, 영국은 경제학, 프랑스는 정치학, 그리고 독일은 철학이 주도적인 학문이었다. 마르크스는 영국, 프랑스, 독일을 오가며, 독일 철학을 경제학과 정치학적 시선으로 비판했고, 영국 경제학을 정치학과 철학적 시선으로 비판했으며, 프랑스 정치학을 경제학과 철학적 시선으로 비판했다. 『독일이데올로기』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면에만 갇혀 있던 독일 지성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마르크스 사유의 현재성에 주목하고 싶은 독자들은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마르크스가 결코 죽은 개가 아니라, 아직도 포효하고 있는 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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