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나와 너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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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칸트, 백종현 옮김, 『실천이성비판』(아카넷, 2009) 가라타니 고진, 송태욱 옮김, 『윤리 21』(사회평론, 2001)  

칸트의 3대 비판서, 즉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은 최근 백종현에 의해 다시 번역되었다. 칸트의 글은 무척 어렵다. 그것은 그가 당시 지식인의 공용어였던 라틴어를 포기하고 독일어로 철학책을 썼기 때문이다. 일상 언어를 학술 언어로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난해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 백종현의 엄밀한 번역을 통해 난해한 칸트의 사유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는 자유와 윤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실천이성비판』의 현재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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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누엘 레비나스, 강영안 옮김, 『시간과 타자』(문예출판사, 1996)
강영안, 『타인의 얼굴』(문학과지성사, 2005)

현대 철학의 키워드는 타자와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차이보다 핵심적인 개념이 바로 ‘타자’이다. 타자를 경험했을 때에만 차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레비나스의 철학이 중요하다. 그만큼 타자와 그에 대한 경험을 숙고했던 철학자도 없을 것이다. "타자는 나의 미래이다"라는 도전적인 주장을 전개한 『시간과 타자』는 그의 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이다. 이 책 후반부에 번역자인 강영안이 붙인 소개의 글은 레비나스 철학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더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면 강영안이 쓴 『타인의 얼굴』을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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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 정소정 옮김, 『존재와 무』(동서문화사, 2009) 변광배, 『존재와 무』(살림, 2005)

『존재와 무』는 보부아르와의 계약결혼으로 유명한 사르트르의 주저다. 제목을 보면 난해한 철학책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기면 첫인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섬세하고 구체적이었던 사르트르의 정신이 빛을 발하고 있다. 사랑, 나아가 기존의 철학자들이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육체적 관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이 그득하다. 탁월한 문학자이기도 한 사르트르의 문체를 제대로 살린 번역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방대한 분량에 압도되었다면, 변광배의 안내서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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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사계절출판사, 2009) 강신주, 『공자 & 맹자: 유학의 변신은 무죄』(김영사, 2006) │
신정근의 『논어』해석은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한문투가 아닌 우리말로 말끔하게 번역하려는 저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논어』의 각 조목마다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밝히려는 저자의 자세에서 학자적 성실성과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내가 쓴 책은 공자와 맹자로 대표되는 유학 사상의 핵심을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공자와 맹자뿐만 아니라 주자와 정약용까지 포괄해서 유학 사상의 공통된 토대와 다양한 변주를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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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이지형 옮김, 『다산 맹자요의』(현대실학사, 1994)
임부연, 『정약용 & 최한기: 실학에 길을 묻다』(김영사, 2007) │
한학에 정통한 이지형의 가장 큰 매력은 그가 우리말에도 능통하다는 점이다. 한문은 잘 해석하지만 우리말에 서툰 번역자가 많은 현실에서 이지형은 소중한 번역자라고 할 수 있다. 정약용, 나아가 실학의 전반적인 경향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임부연의 해설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정약용으로 박사 학위 논문을 썼던 공력을 토대로 저자는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가독성도 높은 책을 쓰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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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김선욱 옮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길사, 2006)
엘리자베스 영 브륄, 홍원표 옮김, 『한나 아렌트 전기』(인간사랑, 2007)

아렌트는 나치의 잔혹함을 온몸으로 겪었던 유대계 여성 철학자다. 전체주의의 발생을 숙고함으로써 인류의 역사에 다시는 전체주의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그녀의 필생의 과제였다. 그녀의 지적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무사유가 전체주의 발생의 기원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 다음 그녀의 작업이 인간의 사유에 대한 연구였다는 것은 어쩌다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저술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에도 정열적이었던 그녀의 삶이 궁금한 독자들은 영 브륄의 방대한 아렌트 평전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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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강영계 옮김, 『에티카』(서광사, 2007)
프랑수아 모로, 류종렬 옮김, 『스피노자』(다른세상, 2008) 스피노자의 정신, 성귀수 옮김, 『세 명의 사기꾼』(생각의나무, 2005)

스피노자는 가장 중요한 서양 철학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일종의 초월론을 피력했다면, 그는 내재주의 철학 체계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초월론이 인간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나 가치를 긍정한다면, 내재주의는 이런 초월적인 것들을 부정하면서 현실의 인간으로 되돌아오려는 사유 경향이다. 스피노자의 저작이 어렵다면, 프랑수아 모로의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적절한 해설과 함께 스피노자의 원문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스피노자의 내재주의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성귀수가 번역한 『세 명의 사기꾼』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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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데리다, 남수인 옮김, 『환대에 대하여』(동문선, 2004) 김상환, 『해체론 시대의 철학』(문학과지성사, 1998)

데리다는 초월론의 불가능성을 다각도로 주장했던 철학자다. 초월론의 불가능성을 논증하려는 그의 전략은 흔히 해체론이라 불린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기존 사유를 해체한 이유가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초월론이 전제하는 체계를 해체한 뒤, 그가 삶의 다양한 지평에서 인간의 자유로운 실천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해체한 건물의 파편 위에서 새로운 인문적 사회를 꿈꾸었던 것이다. 남수인이 번역한 데리다의 책은 이를 잘 보여준다. 데리다가 기존 형이상학적 사유 전통을 어떻게 해체하는지를 이해하려면, 김상환의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데리다만큼 아름다운 문체가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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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효, 『근사록집해』(1·2·3)(전통문화연구회, 2004) 백민정,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사계절출판사, 2007) │
주자의 그늘에 가려서 사람들은 정호라는 철학자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하고 있다. 그는 단순한 규범주의자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비범한 통찰을 던진 철학자였다. 맹자가 말한 측은지심이 결국 고통에 대한 공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정호는 세계에 궁극적인 평화가 가능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수양해야 하는지를 해명하고 있다. 정호의 책이 번역된 것이 없어서 아쉽지만, 주자가 편집한 『근사록집해』에 실려 있는 그의 글을 읽어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하자. 백민정의 글은 기존에 나온 유학 사상에 대한 해설서들 중 단연 발군이다. 정호를 포함한 유학자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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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W. 라이프니츠, 배선복 옮김, 『모나드론 외』(책세상, 2007) 배선복, 『라이프니츠의 삶과 철학세계』(철학과현실사, 2007) │
라이프니츠는 우리에게 전개될 모든 사건과 관계들이 이미 우리 내면에 갖추어져 있다는 이론, 즉 ‘예정조화설’로 유명한 철학자다. 우발적인 마주침을 강조했던 스피노자와는 달리 그의 사유는 기본적으로 결정론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동시에 미세지각과 관련된 흥미로운 통찰을 전해주기도 한다. 배선복의 번역서는 라이프니츠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며, 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개의 글도 싣고 있다. 라이프니츠의 삶과 사유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독자들은 배선복의 해설서도 일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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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스 이리가라이, 박정오 옮김, 『나, 너, 우리: 차이의 문화를 위하여』(동문선, 1998)
한국문학연구회,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한길사, 2000) │
페미니즘은 보통 여성의 억압된 권리를 회복하려는 사유 경향이라고 이해된다. 이리가라이는 단순한 페미니즘을 넘어선다. 그녀는 여성의 가치를 옹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문명이 여성적 감수성에 기초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녀에 따르면 동일성에 집착하는 남성적 문명이 갈등과 폭력을 낳는다면, 차이를 긍정하는 여성적 문명은 공존과 화해를 가능하게 한다. 박정오가 번역한 책은 이런 그녀의 속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으로는 한국문학연구회에서 펴낸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여성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통해 페미니즘의 정신과 그 가능성을 점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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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김학주 옮김, 『장자』(연암서가, 2010)
강신주,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그린비, 2007) │
『장자』와 관련된 번역서는 시중에 넘쳐 난다. 그렇지만 김학주의 번역은 2,000여 년 전 장자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번역하려는 노작이다. 해석된 장자 번역이 아니라 거칠지만 장자 본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쓴 책은 장자가 타자와 차이를 긍정하며, 그를 통해 자유로운 공동체를 꿈꾸었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장자가 라이프니츠,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라캉, 들뢰즈, 낭시 등 서양 사유 전통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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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희, 『원효의 대승기신론소·별기』(일지사, 1991)
은정희, 『은정희 교수의 대승기신론 강의』(예문서원, 2008) │
원효와 그의 사상에 대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는 은정희다. 일지사에서 출간된 첫 번째 책은 원효의 주저, 『대승기신론소·별기』에 대한 엄밀한 번역서다. 기존의 번역과 자신의 번역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분명히 밝히면서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그녀의 번역서는 원효의 주저에 대한 기존의 모든 번역서를 총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 독자들은 예문서원에서 출간된 그녀의 두 번째 책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승기신론소·별기』에 나오는 중요한 원문을 발췌해서 평이하게 번역한 뒤 친절한 해설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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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 이운구 옮김, 『한비자』(1·2)(한길사, 2002)
윤찬원, 『한비자』(살림, 2005)

많은 사람들은 한비자가 군주를 위한 정치철학을 피력했던 반인문주의자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는 민중들의 삶을 고뇌했던 인문주의자였다. 그는 단지 전쟁과 살육으로부터 민중들을 구원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다가 강력한 국가 건설과 그에 의한 무력통일이란 대안을 내놓았을 뿐이다. 그는 이상주의자의 길보다는 현실주의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운구의 책은 한비자의 사유가 기록되어 있는 『한비자』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번역서다. 『한비자』의 방대함에 질린 독자들은 윤찬원의 책을 통해 요령 있게 한비자의 사상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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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김재홍 옮김, 『소피스트적 논박』(한길사, 2007)
J. L. 아크릴, 한석환 옮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서광사, 1992)

꿩 대신 닭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분석론 전서』 대신, 그의 논리학의 전모를 나름대로 보여주고 있는 책으로 김재홍이 번역한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정확한 번역을 자랑하는 김재홍의 장기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책이다. 딱딱한 논리학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지를 알고 놀라게 될 것이다. 플라톤과 함께 서양 철학의 역사를 열었던 아리스토텔레스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 아크릴의 책을 보면 된다. 번역도 매우 잘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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