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과실치사...
실수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
고의든 실수든 사람은 죽었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달라질 건 없다.
결혼 생활 3년차, 아직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29살 여성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부인의 갑작스런 죽음에 방황하던 남편도 얼마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가해자는 말한다.

˝교통사고는 운이다, 피해자는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다.˝
“차에 깔려 죽은 기시나카 미나에에 대한 생각은 없나요?”
“생각하면 뭐하는데,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하나?˝
“피해자는 가해자를 끊임없이 원망하잖아요.”
“그래서 돈을 주는 거잖아. 피해자의 유족에게 충분한 보상금을 치렀어.˝
“하지만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닐지도 모르죠.”
“그럼 뭐지, 성의인가?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보여 주지. 머리를 숙이라면 몇백 번이든 숙이겠어. 하지만 그런다고 피해자나 유족이 행복해지나? 결국 원하는 것은 돈이라고, 돈. 그러니까 성가신 절차는 생략하고 실무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되는 거야. 안 그런가?”

판사가 선고를 내린다.

˝징역 2년에 집행 유예 3년.˝

피해자는 이미 죽었고 이 세상 부귀영화를 다 준대도 받을 길이 없지만 법정에서는 초범에, 깊이 뉘우치고, 유족과도 합의가 이루어졌고,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지위에 있고, 어린 자녀와 노부모를 돌봐야 하는 가장에, 대기업을 이끄는 경영 총수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등등등의 다양한 이유로 양형이 이루어진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고 불쌍하다.

물론 가해자도 고의는 아니므로 개전의 정이 없다 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속죄가 진심인지 아닌지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판사의 고뇌도 깊으리라.(물론 요즘의 어이없는 정치적 판결인 강제징용 손배소나, 한명숙 총리, 김경수 지사, 정경심 교수 재판을 보면 미국의 배심원 제도나 AI 판사 도입이 시급하다 싶지만...)

어떤 종교는 죽은 뒤 신의 심판을 통해 천국과 지옥행이 결정된다고 한다.
다른 종교는 윤회를 설파한다.
복을 지으면 사람으로, 업을 쌓으면 동물로 환생한다고.
둘 다 믿지 않지만 억울한 피해자, 진정 회개치 않는 가해자들만은 저 세상에서라도 심판 받을 수 있기를...
전두환은 죽을 때까지 먼지 만큼의 반성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 의해 희생당한 원혼들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수 있을까?

˝미나에의 눈은 똑바로 앞을 향했다. 거기에는 그녀의 몸을 깔아뭉갠 차를 운전하던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용서 못해. 내 육체는 없어져도, 이 원한을 끝까지.
증오의 마지막 불길을 태우며 미나에는 상대를 노려보았다.˝

소설 속 교통사고에서 가해자들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죗값을 치렀다면, 진심으로 속죄했다면, 피해자의 원혼이, 유족의 상처가 위로받을 수 있었을까?

죄와 벌, 가해와 속죄에 대해, 피해 구제와 용서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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