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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필사노트 : 무진기행 ㅣ 필사하며 읽는 한국현대문학 시리즈 2
김승옥 지음 / 새봄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나의 첫 필사노트' 시리즈 그 두 번째 책으로 만난 "무진기행"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태어난 소설로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낯익은 제목이었지만 전문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의 첫 필사노트' 시리즈 첫 번째 책이 1930년대 단편 모음 필사책이었다면 두 번째 책은 1960년대 중편 소설 필사책이다.
첫 번째 필사책은 무지 노트에 필사를 해야 해서 필사한 줄이 삐뚜름해지기 일쑤였는데 이번 책은 줄 노트로 바뀌어 좀 더 예쁘게 필사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첫 번째 필사책을 마치는데는 몇 년이 훌쩍 넘게 걸려 필사의 이점을 느낄 수 없었는데 이번 책은 몇 개월만에 마치게 되어 전문가들이 말하는 필사의 이로운 점에 대해 일부 공감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필사책은 필사에 대한 기본 배경 지식 없이 필사한 탓에 그저 보고 베끼는 수준으로 그나마도 며칠 또는 몇 달에 한 두 번 필사하느라 앞 내용과의 연결감 없이 그저 초등생 글씨 연습에 지나지 않아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매일 한 쪽씩 꾸준히 쓰려고 노력했고,
앞 내용과의 연결을 생각하며 필사하기 위해 매번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어가며 필사했다.
또한 필사의 이점 중에 한 가지가 문장력을 키우는 거라는데 이를 위해 한 문장을 통째로 외운 후에 필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는 단문을 필사할 때만 가능했고 장문을 필사할 때는 마치 '미션 임파서블' 같아서 최대한 많이 암기한 후 필사하려 노력만 해 볼 뿐이었다.
이렇게 필사를 하고 보니 문장력이나 문리력의 향상 보다는 또 한 권의 책을 손끝으로 써내려갔다는 작은 성취감과 함께 "무진기행"에 대해 좀 더 깊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게 이번 필사의 수확이었다.
요즘은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필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많아서 필사를 시작하기 전 미리 읽고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당분간 필사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 다시 필사를 하게 된다면 사전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다시 한 번 필사에 도전해 봐야겠다.
두 권의 책을 필사해 보니 책읽기도, 필사도, 결국엔 나만의 생각을 다듬고 글로 남기기 위한 일련의 준비 운동이 아닌가 싶다.
글쓰기가 업은 아니지만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만 있었고 행동하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
잘 쓰든 못 쓰든 필사 연습 대신 이젠 나의 글을 쓰는 연습을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