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와 루이제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0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발터 트리어 그림, 김서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부모의 이혼으로 자신들이 쌍둥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자란 쌍둥이 소녀가 우연히 여름 방학 캠프에서 만나 부모를 재결합시키고 행복한 가정을 갖게 된다는 말 그대로 동화 같은 이야기.

현실에서도 물론, 이혼 후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재결합한 가족의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동화처럼 아름답고 낭만적이고 해피엔딩만 있지는 않다.
한 번 일어났던 문제들은 언제든 또 다시 일어나게 되고 그걸 극복해 나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이 동화를 읽고 나는 아이와 함께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졌다.
한 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결혼하고, 마치 아이가 혼수품인양 결혼도 하기 전에 덜컥 임신부터 하는 것의 무모함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 싶다.
그러나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이기도 하고 우리 가정의 양육 환경이 그닥 이상적이지 않아 대화란 늘 밥 먹고 씻고 숙제했느냐는 일방적인 잔소리와 아이의 묵묵부답 덕분에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북플에 남기기로 한다.

다만 최근에 내가 아이에게 북플 앱을 추천했고 아이는 나와 친구가 되어 열심히 내 활동에 '좋아요'를 눌러대고 있으므로 어쩌면 나는 아이와 대화하지 않고도 아이에게 내 생각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일망의 희망은 남아 있다.

로테와 루이제는 쌍둥이 자매다.
그들의 아빠는 유명한 작곡가이자 지휘자로서 예술가 특유의 예민함 때문에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들의 엄마는 스무살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쌍둥이 자매를 키우느라 남편의 도움이 절실했지만 도움을 기대할 수 없자 둘은 결국 이혼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자매들은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헤어져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로 자라다가 여름 방학 캠프에서 재회하게 된다.
캠프가 끝나자 둘은 비밀을 간직한 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실제로는 '로테'가 '루이제'가 되고 '루이제'가 '로테'가 되어 기억에 없는 각자의 다른 쪽 부모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비밀은 밝혀지고 두 아이의 노력에 부모는 반성을 하고 재결합하여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뻔한 결말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 나의 가장 큰 공포는 부모님의 부부싸움이었다.
자주 싸우신 건 아니지만 요즘처럼 아이들 앞에서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시대와 비교해 보면 당시의 부모님은 아이들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싸우셨다.
그리고 이혼이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지만 나는 늘 이 싸움의 끝이 이혼이 되지는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이혼한 가정이 거의 없었으니까 내게 부모님의 이혼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천재지변과 동일선상에 있었다.

"로테와 루이제"는 1940년대 동화이기에 당시에는 이혼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겠지만 요즘은 오히려 이혼한 부모의 재결합이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보다는 불행한 가정이 이별을 택함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낫겠다 싶다.

그러나 한 편의 동화로서 "로테와 루이제"는 기발하고 유쾌했으며 재미있었다.

이 책을 통해 초등학생에게 배우자 선택의 중요성과 부모가 되기 전 예비 부모로서의 준비와 학습의 중요성을 논한다는 건 나의 과욕임이 분명하지만 이 세상의 많은 소중한 아이들이 부모의 잘못으로 불행해지는 일은 없기를, 나의 아이도 언젠가 어른이 되어 부모가 되었을 때 나의 손주들이 더욱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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