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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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맹렬히 하고 있지만 마땅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바로 남의 험담, 특히 뒷담화이다.

나로서는 뒷담화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음덕을 쌓는 것이 아닐까 싶을만큼 어려운 일이다.

지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처음에는 밝고 긍정적인 대화들이 오고가다가도, 시간이 흐르다보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누군가의 뒷담화가 시작된다.

남편이나 시어머니의 뒷담화도 단골 주제지만, 팩트 체크가 되지 않는 연예인의 뒷담화는 애교 수준이고, 오늘 모임에 나오지 않는 지인의 뒷담화까지 가게 되면 나의 추악한 본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신나게 누군가를 씹고 뜯고 욕하며 즐기다보면 문득 후회와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그날 밤 잠자리가 편치 않은 건 물론이다.

다시는 뒷담화하지 않겠다며 수없이 다짐해보지만 어느 순간 더러워진 내 입을 또다시 마주하게된다.

 

그런데 뒷담화를 잘 하지 않는 모임이 있다.

그게 바로 독서 모임이다.

좋은 글을 읽고 건설적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 순간만큼은 머리와 마음이 맑고 깨끗해져서 입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말들이 흘러나온다.

독서로 인해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정화되고 고매해진 탓일 게다.

 

대개 뒷담화는 혼자 하지 않는다.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야 하게 되는데 뒷담화를 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런 만남을 최소화하는 것이리라.

이는 뒷담화는 물론 인간 관계마저 차단시키므로 선택하지 않기로 한다. 

뒷담화를 피하는 두 번째 방법은 듣기를 많이 하고 말은 최대한 아끼는 것이다.

경청과 침묵은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도 중요하므로 적극 실천해 보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뒷담화를 피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주제를 제시하고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방법도 있겠다.

이 방법은 적절한 주제를 선택하고 대화를 주도해 나간다는 면에서 실천은 어렵지만 그 결과는 훌륭하리라 기대된다.

 

평생 글만 읽으며 산 이덕무가 남의 험담을 했다면 얼마나 했을까 싶은데도 삼가고 또 삼가려는 삶의 태도를 나 역시 곱씹고 되새기며 살펴서 말하고 행해야겠다.

음덕(陰德)을 베푼다는 것은 마치 이명(耳鳴)과 같아서, 자신은 알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알게 할 수 없는 법이다. 내가 하지 못하지만 마땅히 하려고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과 실수를 언급하는 것은 마치 입안에 피를 머금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뿜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먼저 자신의 입을 더럽히는 법이다. 내가 하고 있지만 마땅히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이목구심서2』(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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