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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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곧 삶이다.

이덕무의 글쓰기에서 참된 글, 참된 삶의 모습을 배운다.

글을 쓸 때 경계해야 할 해로운 적은 얽매임과 구속이다. 만약 누군가 그 얽매임과 구속 가운데 가장 큰 해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자기 검열이라고 말하겠다. 스스로를 얽어매고 구속하는 것보다 더 심한 해악이 무엇이란 말인가?(277쪽)
그렇다면 글을 쓸 때 가장 이로운 벗이 무엇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바로 자유와 자연스러움이다.(중략)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감성과 생각을 글로 쓰는 것, 이 정신만 잃지 않으면 된다.(278쪽)

화가가 옷을 벗고 걸터앉는 모습은 시조리(始條理)다.
백정이 칼날을 잘 다듬어 보관하는 것은 종조리(終條理)다.
-『선귤당농소』
시조리는 ‘조리 있게 시작하는 것‘을, 종조리는 ‘조리 있게 끝맺는 것‘을 말한다.(중략) 첫 문장을 어떻게 쓰고 또 어떻게 글을 마무리해야 할지가 가장 힘들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사람의 자세와 마음가짐이 화가나 백정의 그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모든 일과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그 시작을 화가의 마음과 같이 하고 끝맺음을 백정의 마음과 같이 한다면 크게 잘못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292~293쪽)

달콤하기만 한 말과 글보다는 차라리 맵고 신 말과 글이 낫다. 세상은 온통 달콤한 말과 글로 가득할 뿐 참으로 맵고 신 말과 글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평범한 것보다 기이한 게 낫지 않은가? 잘 길들여진 삶보다는 차라리 야생마 같은 삶이 낫다.(297쪽)

머리로만 글을 쓰는 사람은 애써 꾸미거나 자꾸 다듬으려고 할 것이다. 심장으로만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뜻과 기운을 어떻게든 새기려고 힘쓸 것이다. 이것은 모두 가식이고 인위다. 그러나 온몸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몸 구석구석 가득 쌓여 있는 말과 글을 도저히 참거나 막을 수 없을 때 그 말과 글을 그냥 토하고 뱉어 낸다. 이것은 모두 자연이고 천연이다.(301쪽)

옛사람의 글을 진부하게 답습하지 않아야 살아 있는 글이다. 오직 글 쓰는 사람의 참신하고 창의적인 정신이 담겨 있어야 참된 글이라 할 수 있다. 글이란 자구 하나하나마다 작자의 지기(志氣)와 정신이 살아 꿈틀거려야 한다.(303쪽)

시를 짓고 싶어하는 마음이 바로 시정이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바로 화의다. 억지로 애써 하지 않고 단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을 가리켜 지극한 경지라고 한다. 시정이 일어날 때 쓴 시보다 더 좋은 시가 있겠는가? 또한 화의가 일어날 때 그린 그림보다 더 좋은 그림이 있겠는가?(308~309쪽)

글이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다른 사람의 글을 답습하거나 모방하기만 한 글은 군더더기일 뿐이다.(중략) 오직 글쓴이의 진솔한 감정과 뜻과 마음과 정신이 담겨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318쪽)

문장이란 하나의 기예다. 하지만 마음 밭을 잘 가꾸어야 비로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 글쓰기의 기술과 방법을 익히는 데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의 철학을 다져야 한다.(321쪽)

글이란 반드시 불온해야 하고 마땅히 시대와 불화해야 한다.(345쪽)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을 때 쓴 글이 가장 좋다. 단지 정말로 쓰고 싶다는 마음 외에 아무런 다른 목적도 이유도 없이 써야 비로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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