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펜딩 타임 - 절대적 부의 영역을 창조한 시간 사용의 비밀
대니얼 해머메시 지음, 송경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평점 :
#경제경영 #스펜딩타임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스펜딩 타임]
당신의 삶이 변화되기를 바라는 당신께, 시간과 부의 비밀을 알려드립니다. -
어느 날 저녁, 일을 마치고 뉴스를 켜놓고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뉴스의 내용은 어제와 똑같은 것 같이 여전히 혼란스럽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사고와 사건들에 관한 소식은 안타까우면서도 하나도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저녁을 준비하는데 오만가지 짜증이 올라오면서 ‘왜 이렇게 컨디션이 안 좋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일을 마칠 때까지는 기분이 그럭저럭 괜찮았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나는 보통 요리하는 시간에 ‘저녁상을 빨리 해치우고, 조용하게 책이나 보면서 밤이 주는 고요함과 적막함을 즐기고 싶다’라는 생각도 자주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요리하는 시간을 별로 즐기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하는 시간은 고정된 시간이고 자발적 퇴사를 하지 않는 한 의무이지만, 퇴근 이후의 시간들은 개인적인 시간에 해당한다. 나는 업무 이후에 뉴스를 듣고 저녁상을 차리는 것이 개인적인 시간에서 이루어지기에 자발적인 행위라고 생각했지만, 엄밀히 말해 내가 자율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나를 둘러싼 환경적 요인과 그동안 축적된 타성적 삶의 패러다임이 만들어낸 결과였던 것이다. [스펜딩 타임]에 근거해서 내 삶을 진단해보면 그렇다.
시간이라는 것은 참으로 희한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24시간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어떤 사람들은 부자로 불리고, 어떤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로 나뉜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고, 싫어하는 일을 할 때면 못 견딜 정도로 지루함을 느낀다. 이와 같은 현상을 놓고 보면 시간이라는 것은 부와 같은 물질적인 것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의 기분과 스트레스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 대니얼 해머 메시는 [스펜딩 타임]에서 시간사용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것이 부와 어떠한 관계를 갖는지, 또한 시간사용이 만들어 내는 삶의 갖가지 모습들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이 사회과학 도서에 속하는 만큼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자료와 범주는 참으로 다양하다. 시간사용 개념을 중심으로 개인이라는 아주 작은 범주에서부터 시작해 미국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어 근로시간(유급근로), 성별, 나이, 인종, 민족, 이민자, 지역, 국가에 따른 시간사용의 현상을 분석해나간다.
물론 성별부터 지역, 인종,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주에서 그것에 속한 집단의 시간사용은 모두 다르다. 그 집단 안에서도 개인마다 달라진다. 그러나 효용성, 생산성 측면에서 놓고 보자면, 시간사용은 두 갈래로 나뉜다. 즉 시간이 부를 만들어내는 자와 시간과 부가 상관없는 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솔깃한 주제이고, 앞서 언급한 다양한 범주를 큰 틀에서 포괄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나의 시간사용이 그들과 비슷해지길 바라며, 나의 시간사용이 당장 어떤 막대한 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시간에 쫓기지 않는’, ‘시간부자’라는 것을 의식하며 살고 싶기는 하다. 이것은 어쨌든 나의 시간 속에 내가 정신적으로 즐겁고, 더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그럼 부자들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까. 이 답을 보기 전에 우선 인간의 시간사용에 대한 공통적이면서도 평균적인 범주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몇 십억 되는 인구의 삶 중 물론 그 틀에서 벗어나는 삶의 모습도 있겠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시간사용의 범주는 대개 4가지로 분류된다. 1)유급근로 2) 가정활동 3) 개인관리 4) 여가활동
유급근로는 인간에게 있어 고정적이고 의무적인 성격을 지니는 시간이다. 기본적인 삶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며, 이것은 가정활동이나, 개인관리, 여가활동을 서포트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돈을 벌어야 의식주가 해결이 가능한데, 가령 食을 위해 가정활동에 해당하는 ‘요리’를 하려고해도 당장 냄비나 국자, 프라이팬, 젓가락, 식재료 같은 것들이 필요하고, 이러한 것들은 돈을 벌어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관리는 수면과 같은 인간의 필수적인 생물학적 활동이나 목욕, 머리손질, 화장, 치장과 같은 것들을 하는 시간이다. 유급근로가 개인관리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어도 목욕을 하려면 욕조가 필요해서 그것을 사기위해 돈을 지불해야할 것이고, 수면을 취하는 가운데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수면에 특화된 값비싼 베개를 사는 것도 영향의 한 맥락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급근로가 여가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가령, 사람마다 취미는 다양한데, 자신의 성격과 기질, 활동적 성향에 따라 취미가 정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신이 부담 가능한 비용적 측면에서 결정된 취미 가령, 집에서 하는 ‘공기놀이’와 잔디밭이 드넓게 탁 트인 곳에서 라운드를 도는 ‘골프’가 같은 비용이 들 수는 없다.
유급근로가 가정활동, 개인관리, 여가활동 각각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하면서, 가정활동과 개인관리, 여가활동이 무엇인지 그 개념들의 성격을 대략 드러낸 것 같다. 부연하면, 가정활동에는 요리뿐만 아니라 쇼핑, 설거지, 반려동물산책, 잔디 깎기, 잡다한 집안일 모두가 이에 포함된다. 개인관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이 포함된다. 수면, 먹기, 성관계, 목욕, 몸과 관련된 단장, 치장 등이다. 마지막으로 여가활동에는 TV보기, 스포츠, 운동, 독서, 콘서트관람, 행사 참석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것들의 특징은 행위자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통된 범주를 기반으로 부유한 자들과 비교적 그렇지 못한 자들의 시간사용이 두드러지게 구별된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부유하지 못한 자들로 분류된 저학력층, 저소득층, 젊은층, 이민자, 히스패닉 등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이 시간사용을 잘못해서 시간이 부를 만들어내지 못해 부유하지 못한 자들로 전락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여배우의 말처럼 ‘인생은 원래 불공평한 거야’라는 관점에서 애초에 출발점이 달라 어쩌다보니 시간을 그렇게 사용하게 되면서 그러한 집단현상을 보이게 된 것인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하는 약간은 애매해 보이는 문제에 대해서 어떤 근본적인 원인을 이 책에서 찾을 수는 없었지만, 시간사용에서 보이는 현상은 분명히 달라 보였다.
하루는 24시간인데, 이것은 부자나 나나 똑같다. 부자나 나나 입고, 먹고, 자야하므로 이를 유지하기 위해 보통 기본근로시간 8시간을 사용한다고 치자. 24시간을 하나의 동그란 파이라고 가정했을 때 8시간에 해당하는 파이를 근로시간으로 떼어놓는다. 이제 남은 것은 16시간에 해당하는 파이의 양인데 가정활동, 개인관리, 여가활동 항목에서 각각이 차지하는 비율과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성격이 달라진다고 하는 것은 질적 차이를 말한다.
이 남은 16시간 중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보통 사람들은 8시간 혹은 그 이상을 개인관리에 해당하는 수면에 할애한다고 한다. 오로지 수면에만 8시간 혹은 그 이상 할애한다면 목욕과 치장 등 기타 일들로 인해 개인관리 시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평일에는 대개 여가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최후의 6~8시간 정도의 남은 시간을 분석해보면, 출퇴근, 저녁준비, TV시청, 설거지, 각종 잡다한 집안일로 하루를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근로시간이 없는 주말에 허비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냥 늘어지기 때문이다.
유급근로시간을 제외한 부자들이 시간을 사용하는데 있어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많은 시간과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드는 수면과 TV시청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대기업회장이나 기업을 일궈낸 유명한 사람의 자서전을 보면 ‘새벽4시에 기상하라’라거나 남들보다 부지런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데, 반대로 ‘TV를 즐겨봤습니다’라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던 걸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스펜딩 타임]에 따르면 이들은 수면시간을 최소한도로만 남겨놓고, 여기에 들었던 남은 시간과 TV시청에 드는 시간을 자신의 업무시간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시간당 임금이 높은 부자의 유급근로시간에 이 시간들을 더해 일하면 부를 쌓아가는 속도는 부자와 비교대상이 되는 집단과 놓고 볼 때 그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간당 높은 임금으로 고정된 유급근로시간에 벌어들이는 소득도 상당한데, 이들은 추가 업무에 대한 추가 (고)소득이라는 매력, 그러한 동기부여로 더 많은 시간 일을 하고자 하고, 더 많은 소득을 올리게 된다. 이 추가된 소득으로 비교적 내키지 않는 집안일을 아웃소싱(외주를 주거나)을 하거나, 밖에서 편하게 사먹고, 잔디 깎기 기사를 부르고, 헤어, 피부, 이발 관리 샵을 다니는 것이다. 여가활동의 질은 말할 것도 없다.
반대로 이들과 대비되는 집단의 시간사용을 보면 유급근로시간에서 창출하는 소득이 기본적으로 낮은 편이고, 수면시간이 대개 많은 편이며, 가사에 할애하는 시간도 많다. 여가활동은 주로 돈이 들지 않는, 주말에 ‘더 자기’, ‘낮잠 자기’, 하루 종일 TV보기와 같은 것 등이다. Couch Potato는 어찌 보면 그러한 시간사용의 현상을 나타내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더 깊이 들어가면 유급근로 시간에 따라 애초부터 소득의 차이가 나는 원인을 교육으로 보고 있으며, 그 외에도 추진력, 야심 등의 개인적 속성도 지적하고 있다. 교육의 격차로 만들어지는 다음과 같은 현상들 즉, 저소득층의 시간대비 과도한 노동 강도, 낮은 소득으로 어쩔 수 없이 더 할 수밖에 없는 추가근로, 그리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비생산적인 비노동시간등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개인, 기업, 공동체 그리고 국가가 나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 개선시키고 변화시키길 바라는 관점이 담겨있다.
나는 개인의 범주에 한정시켜 나의 시간사용에 대한 반성을 해보자면, 가사활동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가사활동에 시간이 덜 드는 방향으로 내 삶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저녁은 될 수 있으면 간소하게,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식단을 짜고, 감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TV시청을 점차 줄여나감으로써 과거 이러한 일들에 소모되었던 에너지와 정신을 나의 업무,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창의적인 일에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언젠가 내 삶에 있어서 부수적인 수입을 창출해낼지도 모른다. [스펜딩 타임]은 과거 나의 타성적 시간사용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