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 - 어떤 철학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마루야마 슌이치 지음, 송제나 옮김 / 지와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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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역을 지키고 다른 이가 내 영역에 함부로 침범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개인주의의 큰 틀이라고 생각했다.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어쨌든 내 자리가 보존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이해하다 보니 그저 나와 타인을 구분하는 것에만 몰두했다고나 할까. 틀린 말도 아니겠지만, 한참 부족한 이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 책 제목에 뭔가 '수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마음이 좀 설렌다. 학교를 졸업한 지 금강산이 두세 번 바뀌었고, 수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이렇게 인문학 수업을 들을만한 기회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책으로 간접 체험을 한다.

책에서 내가 읽은 '개인주의'에 대한 논의는 다른 말로 하면 '나 다움을 찾고 그것을 지키자'라는 설득으로 다가왔다. 건강한 개인주의의 저변에는 나에 대한, 타인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깔려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서구의 기술과 문화가 한창 물밀듯이 들어오던 시절, 일본도 자국의 전통과 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보고 무조건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이자! 하던 때가 있었다. 서양을 알기 위해 국비유학생 자격으로 영국으로 유학을 간 나쓰메 소세키는 아무리 열심히 배우고 수용해도 영국인이 영국 문학을 받아들이는것 만큼이나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 일본을 바꾸기 위해 일본보다 우수하다며 무조건적으로 수용한 서양문명은 표면적 이해에 머물 뿐이라며 외국인으로서의 어떤 커다란 간극을 경험하게 된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이지만, 일본으로 돌아와서 그가 몰두한 것은 일본 말로 쓴 일본 문학을 되살리고 지켜내는 것이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개인주의는 문화의 우열을 외치는 커다란 시대적 흐름에서 '나 다움'을 깨닫고 잃어버린 나를 찾아 그것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담겨있는 하나의 프로세스였다.

나쓰세 소세키의 경우와 꼭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는 가끔 상품 소비사회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곤 한다. 깨어있지 않으면 필요해서 사는 것인지, 그냥 기분에 사는 것인지, 별점과 리뷰가 좋아해서 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소비를 경험하곤 한다. 또한, 데이터, 자료, 수치가 중요해진 현대사회에서 개인을 숫자로 파악하고 인식하는데 익숙해져 나와 타인을 숫자로 매몰시켜 버리곤 한다. 나는 충분히 잠을 잤다고 생각하고 그날 그날도 괜찮은데, 내가 찬 스마트 워치에서 '얕은 잠'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내 생각보다는 스마트 워치가 맞다고 믿고 그렇게 생각해버린다. 소비에서든, 데이터 사회에서든 나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 부지런히 깨어있으라는 것, 이것이 [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에서 내가 배운 내용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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