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스피카 1 트윈 스피카
야기누마 고 지음,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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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스피카를 분류할 때에는 항상 고민이 앞선다. SF라고 해도, 판타지라고 해도, 소년 만화라고 해도 충분히 들어맞기 때문에. 조금 더 나가서는 순정 만화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을지 모른다. 각각의 갈래는 트윈 스피카 안의 내용과 충분히 걸맞은 분류가 되어준다.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작품의 주제가 ‘우주로 가는 것’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 작품의 내용을 모르고 책을 살 사람은 없지 않을까 생각하지만)트윈 스피카의 가장 굵직한 주제는 ‘우주로 가는 것’에 있다. 주인공은 우주비행사가 예비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며, 주연들 역시(몇을 제하고는)우주에 가기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이다.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우주비행사가 되기를 꿈꿔온 어린 여성이 어떻게 ‘우주로 가게 되는지’를 다루는 작품-트윈 스피카는 그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이 만화의 지향점은 다른 우주비행사 만화(요즘 가장 유명한 만화라면 우주형제, 옛날 만화라면 유명하진 않지만 패스포트 블루쯤일까)와는 조금 다른 곳에 있다. 트윈 스피카의 우주는 개인의 꿈 이상의 것이다.


트윈 스피카에서 작품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혹은 현재)이다. 인류는 아직 우주에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가 없고, 도달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졌다고 믿지만, 작품 속 현실은 그것과는 너무도 멀다. 당장 작품의 시작이 그렇다. 일본의 희망찬 우주 진입을 상징하던 로켓은 사고를 일으키고, 무수히 많은 사람이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 제대로 된 공식 발표는 없다. 다만 사고만이 있을 뿐이다.


사고 지구 근처에서는 로켓이라는 단어가 금기어가 된다. 누구나 이름 없는 피해자이고, 로켓은 그들에게 악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는 로켓으로 인한 수많은 피해자들을 조명한다. 로켓 사고로 어머니를, 연인을, 아버지를, 자신의 비장애인으로서의 삶을 잃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물음을 던진다.


“정말 우주에 가는 일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사고 피해자들은 로켓 발사에 끊임없이 반대한다. 제대로 된 보상과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그들은 생각한다(그리고 그것은 작품 안에서 사실로 드러난다). 피해자에게 우주란 단순히 돈이 많이 드는 잉여 기술이 아니다. 그들에게 그것은 재해나 다를 바 없으며 당연하지만 그 재해는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이와 같은 사회 속에서 우주에 가는 일은 어느 누구에게나 상당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사고 피해자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는 주인공에게, 그리고 그 친구들에게 묻는다.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돈이 들고, 사고의 위험도 있으며,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 우주라는 공간이 그렇게나 가치가 있는 공간인가? 이렇듯 주인공에게는 우주에 가고 싶다는 강한 마음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 만화가 트윈 스피카이다.


표지와는 딴판으로 제법 묵직한 만화인 셈이다. 속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는지 이 만화는 이미 한 번 절판의 아픔을 겪었다…. 한국에 다시 정식 발매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거짓말이 아닌가를 먼저 생각했을 정도다. 거기에 더해 작품의 처음부터 마지막 권까지가 모두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적당히 밝히는 리뷰를 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주인공의 ‘우주로 가는’ 여정은 단순히 우주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자세한 건 말할 수가 없지만). 책 가격이 상당히 비싼 축이더라도 분명히 사서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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