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마지막 강의 - 하버드는 졸업생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가르칠까?
제임스 라이언 지음, 노지양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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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악습에 빠진 이유는 ‘질문’이 없어서다

[리뷰] 다섯 가지 질문의 위대한 힘 … 『하버드 마지막 강의』


질문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가.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로 바뀐다. 하버드대 제11대 교육대학원 학장인 제임스 라이언은 5가지 중요한 질문의 유형과 보너스 질문을 알려준다. 아인슈타인은 본인에게 1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은 질문하는 데 쏟겠다고 한다. 질문이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다섯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잠깐만요, 뭐라고요”는 모든 이해의 근원이다. ▶ “나는 궁금한데요?”는 모든 호기심의 근원이다. ▶ “우리가 적어도 … 할 수 있지 않을까?”는 모든 진전의 시작이다. ▶ “내가 어떻게 도울까요?”는 모든 좋은 관계의 기본이다. ▶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는 삶의 핵심으로 들어가게 해준다. 보너스 질문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었는가?”이다.


『하버드 마지막 강의』는 생활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많아서 이해하기 쉽다. 저자가 출산이 임박한 아내를 두고 쓸데없이 주차비 걱정을 하느라 큰일 날 뻔한 일, 입양 전 어머니를 찾아나선 일, 넷째를 낳기 위해 오랜 시간 아내와 토론을 벌인 일, 자원 봉사를 갔다가 오히려 거기에 있는 다운증후군 소녀에게 많은 것들을 배운 일 등.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떻게 성공했느냐를 알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은 그와 반대의 방향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바로 실패를 했던 경험들을 통해 지금의 주인공이 있게 된 것이다.




다섯 가지 질문은 확신으로 이끈다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학부)는 서문에서 “나는 우리 경제가 허구한 날 숙제만 할 게 아니라 출제를 할 줄 알아야 드디어 마지막 문지방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질문하는 힘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킨다. 책의 마지막 부분엔 소아마비 백신을 발명한 조나스 소크가 한 말이 나온다. “발명의 순간은 알고 보면 사실 질문의 순간이다.” 질문을 해야 창의적일 수 있다.


제임스 라이언은 질문은 열쇠와 같다고 적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수없이 많은 인생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바로 질문인 것이다. 그 문 뒤에는 엄청난 기회와 새로움이 놓여 있다. 따라서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선 문을 열어야 한다. 질문이 그 문들을 열어준다. 저자는 “의문은 현재의 삶에 머물게 하지만, 질문은 미래의 삶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질문하느냐와, 본인이 왜 질문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질문에도 나름 순서가 있는 것이다. 이해는 질문의 바탕이 된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인 “잠깐만요, 뭐라고요?”가 맨 처음 나왔다. 상대방을 혹은 행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질문을 해대도 소용이 없다. 그 다음은 세상 모든 것이 발견되고 해석되길 기다리는 메시지이다. 나는 궁금한 것이다.


1954년 역사적인 브라운 판결(브라운대 교육위원회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흑백 학교 분리는 ‘사실상 분리’로 남아 있다. 지난 20년 동안 사실상 흑백 분리교육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인종차별 폐지 법령은 언제나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법적인 제재가 풀리면서 흑백 통합교육 프로그램은 다시금 무산된다. 이에 대해 좀 더 다양성을 모색하는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기 하기 위해, 교육 운동가들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방향에서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최근 설립되는 차터 스쿨(자율형 공립학교, 정부의 지원은 받지만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은 가난한 유색인 학생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한다. 책에는 미국 교육부 장관 존 킹이 흑백 통합학교와 다양성을 교육부의 중점 과제로 삼았다고 언급되는데, 트럼프 정부에선 ‘교육 민영화론자’ 벳시 디보스가 인준되면서 새로운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진보적 교육자들의 고민은 존중할 만하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사람은 회의로 끝나지만 의심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확신을 가지고 끝날 수 있다.” 때론 진보주의자들의 무능이 문제가 될 때가 있다. 너무나 큰 확신은 회의주의로 빠질 수 있다. 의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사안을 바라보면 좀 더 애정 어린 해답과 다양성을 획득할 수 있다.


폐습에 맞서기 위해선 어려운 도전을 상대해야


더불어 미래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지배할 것이라고 한다. 시도하고, 탐구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거꾸로 뒤집어 보는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스티브 잡스가 생각났다. 꽤 까탈스러운 인물이었지만, 잡스는 혁신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마 질문의 힘이 그를 이끌었을 것이다. 디바이스를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에서 잡스는 고민했다.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의 차원에서도 질문은 소중하다. 우리는 적어도 무엇은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것은 합의를 위한 첫 걸음이 된다. 이해와 존중이 따라는 것이다. 두려움의 대상을 마주하고 용기 있게 실패해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어떻게 도울지 물어보고 나면, 즉 아이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면서 접근하면 더욱 좋은 것이다. 진실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첩경이다.


책에서 얻은 마지막 교훈은 우리가 비슷한 패턴을 왜 계속해서 보이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판에 박힌 관례나 행동을 왜 벗어나지 못하는가? 저자는 자신감이 없어서 혹은 어려운 도전을 상대하는 것보다 불필요한 디테일에 집중하는 게 더 쉬어서 일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스스로 생각해보니 중요한 일을 계속 미루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던 건 아닌가 한다.


제임스 라이언은 모든 질문이 좋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과시하거나 업신여기기 위한 질문도 많다. 그런 질문은 피하거나 지양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청의 힘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 질문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작은 말에라도 귀 기울이는 연습은 질문을 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질문을 할 것이다. 그 질문에 어떤 맥락이 있고, 왜 질문을 해야 하는지 깨닫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해답이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질문은 곧 해답이고, 해답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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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개 - 토종개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하지홍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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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개로 살펴본 민족의 정체성과 수난사

[리뷰] 토종개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한국의 개』


골목 사이 마당 있는 집들에는 소위 ‘똥개’들이 묶여 있다. 그에 반해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애완견이나 아주 큰 사냥개들은 거의 볼 수 없다. 집을 지키는 ‘똥개’들은 무엇으로부터 주인을 지키려 저렇게 꼿꼿이 서 있는 것일까. 토종개 연구가들은 한반도로 처음 토종개가 들어왔을 때를 연구하였다. 개의 유입 경로를 통해 한국인 종의 주류를 인문학적 틀에서 연구하려는 것이었다. 토종개들은 한국인과 함께 성장하면서 소설, 시조, 민담, 노래 등으로 박제되었고 특유의 정서적 공감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러한 토종개들이 한 때 씨가 마를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면 믿겠는가.


일본으로부터 핍박받은 조선의 개들


경북대 유전공학과 하지홍 교수는 저서 『한국의 개(토종개에 대한 불편한 진실)』(글로벌콘텐츠, 2017.)를 통해 우리나라 개의 계보를 소개했다. ‘그저 개이기에 한 마리 키우고 있다.’는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마음을 주는 책이다. 「조선의 개와 그 모피」라는 문서가 있다.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것으로 내용을 보면, 공권력으로 조선의 개를 대량 도살한 기록이 나와 있다. 실제로 일제는 1938년~1945년까지 수많은 개를 학살했고 그 중 150만 장의 모피를 군수품으로 이용했다. 그렇게 해방이 되기까지 한국인들 못지않게 수난을 겪은 중형 개들은 멸종 직전까지 가게 되었다. 해수(害獸)구제사업 못지않은 무서운 행위였던 것이다.



책은 토종개에 대한 경각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토종개 역사를 이어나갔다. 당시 일본은 고대 동물 뼈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며 기술적으로 다양한 동물을 육종하거나 변형하는 연구를 병행하고 있었다. 이로 투견이나 소형 애완견과 같은 품종들을 육종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개들이 핍박받는 것과 달리 1930년대에 들어 일본의 특산종 개들은 보호받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 기준에 맞는 품종으로 키워져 세계적으로 홍보되었다. 현재 일본은 애견 문화와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다.


만약 일본의 핍박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의 개 연구는 얼마나 발전할 수 있었을까. 이 역시 자국 내에서 토종개를 연구하고 지키려는 학자들과 시민들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딱히 지배를 받지 않았던 공산주의 시절이지만 많은 특이한 토종개들이 다양성을 잃었음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배에서 벗어나고서도 한동안 토종개 연구는 그다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자료가 많이 없어 현재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들은 주로 일본 고고학계의 연구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 역시 책에서 이를 언급하며 자신의 연구 방향을 서술했다. 연구를 위해서는 개의 외적 형태나 혀의 검은 반점, 혈액 속 단백질들, DNA 특성들을 두루 살펴야 한다. 유전학이 발달하는 요즘, 일본 연구물 없이도 풀리지 않았던 많은 질문들에 대해 해답을 얻을 수 있게 되어 앞으로 주목해볼 일이다.


한반도로 들어와 토종개가 된 개들


우리나라 토종개의 기원은 과연 어디서부터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는 일은 뜻 깊다. 왜일까. 저자는 이렇게 서술했다. “토종개 연구는 개를 길러온 우리 민족의 기원과 실마리를 간접적으로 아는 일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총독부 문서에서 우리나라 토종개를 지칭할 때 ‘조선의 개’라면서 ‘조선’이라는 단어를 꼭 붙였다. 그들과 다른 우리 민족만의 무엇이 개 조차에도 들어있음을 일본인들도 알았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라도 우리 토종개를 품종으로 혈통 고정하겠다는 연구가 이뤄져서 다행이지, 당시만 해도 그런 생각을 못한 채 해방을 맞아 한국의 토종개들은 떠돌이 똥개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겉모습이 서로 다른 삽살개와 진돗개가 우리의 토착 개라는 여러 주장이 있다. 그중 조상 개들이 유목민족을 따라 북쪽에서부터 한반도로 내려와 정착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 10만 년 쯤 전 중국 늑대에서 개로 종 분리가 일어났고 개들은 세계로 뻗어나갔다. 1만 년 전 쯤 한반도에는 아마 토착 개들이 있었을 거고, 유목민족과 함께 가축화된 개들이 들어오면서 개들은 서로 교미하여 한반도 개 역사의 혈통을 만들어갔다. 정확한 자료는 아직 없지만 민화나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를 듣자면 그렇다. 그런데 조선시대 그림들을 살펴보던 저자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책에 적었다. “여기서 진돗개 닮은 개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진돗개가 우리 토종개의 대표적 모습이라는 생각은 일제강점기를 통과하면서 얻어진 급조된 왜색 문화적 관점일 수도…….” 이 주장 때문인지 저자는 자신의 연구실로 몰려온 8명의 진도군 의원들과 다툼이 일어난 적도 있다고 한다.


책 내용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세 가지 종류의 개가 한국의 대표적 토종개로 공식 인정받고 있다. 진도의 진돗개, 경산의 삽살개, 경주의 동경이가 주인공이다. 책에는 우리나라 개의 사진들이 실려 있는데 진돗개를 누런색이나 흰색으로만 알고 있던 나로서는 흑구, 바둑이, 회색, 오반색, 시베리안 닮은 진돗개들도 있음을 처음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삽살개의 모습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털이 긴 지저분한 개로 오해할 정도였다. 털 긴 개들은 관리가 안 된 개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게 오산이었다. 그들이 실은 삽살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렁뱅이 같은 외모지만 실은 삽살개는 ‘살을 없앤다’는 뜻을 지닌 액운 쫓는 유명한 개다. 그래서 과거에는 땅 힘이 센 집의 기운을 꺾거나, 큰 집의 액막이용 동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개와 함께 살아온 민족의 정체성을 보게 하다


토종개 연구가 활발하다고는 하나 밝히기 어려운 점도 있다. 개 복원 사업을 추진했지만 중단해야 했던 ‘불개’와 ‘오수개’의 사례를 보자. 눈, 코, 발톱이 붉은 토종개 불개는 약용으로 쓰이던 중 멸종했고, 주인을 충성스레 지켰던 오수개 역시 설화에서만 만날 수 있을 뿐 토종개로의 복원이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풍산개의 경우 북한 풍산 지역이 원조이기에 북한으로부터의 자료와 표준 개들을 여럿 구해야하기에 현재로서는 연구 진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토종개 바둑이, 누렁이, 검둥이, 발발이, 삽살개, 더펄개 등의 여러 개들의 소개는 개의 평균키, 체중, 반점 유무 등과 함께 자세히 책에 나와 있다. 한편으로는 글만 봐서는 그 개가 그 개 같고 사진 역시 토종개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똑같아 이해에 어려움이 있었다. 내 생각이지만, 독자로서는 저자가 전하려는 토종개 계보 연구의 숨은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토종개를 애써 구별하려는 시도보다 더 우선적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개에는 아종(亞種, 종을 세분한 생물 분류 단위로 종의 바로 아래 단계다.) 대신 품종이라는 용어가 쓰인다. 인간의 노력으로 유전질이 개선되거나 바뀌어 독특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개의 종 성립 과정을 보면 인위적 노력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우리의 토종개를 ‘우리 기후 풍토에서 특별한 병 없이 잘 산 개’라고 칭했는데 설명이 약간 의아했다. 우리 기후에서 병 없이 잘 살았다는 것은, 우리 기후와 비슷한 다른 지역에서 잘 살았다가 우리 기후로 들어와서도 잘 살게 된 외래종에도 쓰일 수 있기에 그렇다.


책은 토종개의 역사와 설명을 잘 서술해 나가다가 끝에 가서 다양한 애완견 이야기로 방향을 틀었다. 게다가 품종 개량과 세계적 애견 문화 설명이 들어 간 것은 ‘토종개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부제와 더욱 맞지 않았다. 차라리 우리나라 개와 관련한 민요, 속담, 전설, 사진 등에 더 초점을 두어 깊이 들어갔더라면 좋았을 듯싶다. 또한 왜 가축이었던 개가 비상식량이 되어 개고기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는지 등도 깊이 서술했으면 더 좋았겠다.


책을 읽으며 제대로 된 이름도 가지지 못하고 관심도 끌지 못한 채 살아온 토종개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토종개에서 찾는 과정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동물들의 수난 역시 인간 수난의 역사와 별개로 보아서는 안 될 중요한 사안임을 다시금 생각했다. 주인의 힘이 약해 같이 수탈을 받았던 우리의 ‘똥개’들에게 미안했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더워서 혀를 길게 내민 채 집을 지키는 개가 보인다. 무엇을 지키려는 것인지, 유난히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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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무기다 - 일본 최고의 카피라이터가 알려주는 완벽한 말하기의 기술
우메다 사토시 지음, 유나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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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해상도’ 키우려면 내면의 생각이 깊어야 한다

[리뷰] 『말이 무기다』(야하기 나오키, 유가영 옮김, 천문장, 2017)

 

글과 말로 먹고 살아가는 직업을 선택하다 보니, 말의 중요성을 갈수록 느낀다. 하긴 현대사회에서 말로 먹고 살지 않는 직업이 어디 있으랴. 대학원 시절, 유명한 명예교수분이 강연자로 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시는 걸 보며 뜨악했다. 평생 강의하시며 사신 분인데도 떨리셨던 모양이다. 하물며 앞으로 계속 새치 혀로 뭔가를 쏟아내야 하는 입장에선 ‘후덜덜’ 할 따름이다.

 

책 제목이 좀 자극적일 수 있다. ‘말이 무기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진심이 여기저기 묻어나고, 경험과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도 처음 알게 된 덴쓰라는 일본 최고의 광고회사가 있다. 여기서 카피라이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니 얼마나 좋은 인재일지 기대가 되었다. 사실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의 중심에 덴쓰가 있었다. 야근을 잦아 한 신입사원이 몇 년 전 크리스마스 때 자살을 한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일을 많이 시키는 모양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과로를 전면 금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물론 여전히 바꿔나가야 할 게 많겠지만 말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보자.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내면의 말에 귀 기울이기. 2장은 생각을 발전시키는 ‘사고 사이클’. 3장은 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의 기술’. 책의 세부 제목들만 읽어봐도 요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내면의 말을 키우라는 제언이다. 아무리 외양에서 말을 솜씨 있게 전하더라도 생각을 키우지 못하면 말을 잘하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사실, 좀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이며, 효율적인 말하기 방법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어리둥절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매우 공감했다. 저자의 말마따나, 화자가 청자를 이해시키기 위해선 화자 스스로 생각이 풍성하고 체계적이며 진심을 담고 있어야 한다.

 

저자인 우메다 사토시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을 말로 잘 전달하고 나아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먼저 자기 의견, 즉 생각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생각을 기르는 과정에서도 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의견을 말하는 것 즉, ‘밖으로 향하는 말’을 갈고닦기 위해서는 생각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 주는 ‘내면의 말’을 의식해야 한다.” “생각을 갈고닦지 않으면 말을 잘하기는 어렵다.” “단기간에 빠르게 말솜씨를 기를 수는 없다. 내면의 말에 귀 기울여 나의 사고를 심화하고, 이것을 밖으로 전달하는 말로 바꾸어 표현하는 흐름을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내면의 말과 생각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면의 말을 성장시키는 게 가장 중요

 

책은 니체의 명언으로 시작해 귀감이 될 만한 좋은 글귀들이 있다. 니체 왈 “사람들은 나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씨앗’이다.”라고 말했다. 생각의 전복을 보여주는 창의성이다. 플라톤 왈 “현명한 사람은 할 말이 있을 때만 말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말해야 하기 때문에 말한다.”고 강조했다. 언제나 말을 아껴야 할 것이다. 소설가 테라야마 슈지는 “눈물은 인간이 만드는 가장 작은 바다이다.”라고 했다. 혼다 소이치로는 “곤경에 빠져라. 곤란을 겪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안톤 체호프는 “연기만 내지 마라! 불타올라라.”고 적었다. 연기와 불타오름이라. 부나방이 떠오른다.

 

이외에도 구구절절 귀감이 되는 말들이 많다. 기시다 구니오(누군지 모르겠다)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최초의 누군가는 혼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노우에 야스시(누군지 모르겠다)는 “노력하는 사람은 희망을 나눠주고, 게으른 사람은 불만을 늘어놓는다.”고 밝혔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노력하는 자와 게으른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런데 노력하는 사람 중에도 불만을 늘어놓는 분들이 많고, 게으른 사람 중에도 희망을 주는 사람이 더러 있더라.

 

헬렌 켈러는 “큰 목표가 있으면서 작은 일에 연연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했다. 먼 길을 가야 하는 입장에서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윈스턴 처칠은 “두려움은 도망치면 배가 되지만, 정면으로 맞서면 반이 된다.”고 했다. 같이 가야 하는 입장에선 더더욱 가슴에 새겨야 한다. 빌 게이츠는 “좋은 나무 한 그루만 있으면 몇만 마리의 새가 쉴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말들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나의 말이 전달되는 상태는 네 단계가 있다. 첫째, 이해 못함이다. 아무리 말을 해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둘째, 이해의 단계이다. 정보 전달이나 주장을 펴는데, 과연 어느 수준까지 이해가 된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셋째, 그 유명한 납득이다. 납득의 수준까지 갔다는 건 말을 참 잘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지막 넷째는 공감과 공명이다. 말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경지가 아닐까 한다.

 

말을 할 때 유념해야 할 또 한 가지는 말은 ‘관계’로부터 비롯한다는 것이다. 나만 아무리 떠들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말의 진정한 가치는 나와 다른 상대방 혹은 집단인 가족이나 회사 등과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이점을 유념해야 과연 어떤 말을 어떻게 잘 할지 고민해볼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선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종이들을 분류하고 체계화 하며 정리해나가는 방식이다. 정말 할 일이 없을 때, 공상하고 그것을 적는 습관을 가진 나는 매우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쓴 몇 권의 책들은 사실 공상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여유가 중요하다.

 

책에는 말의 ‘해상도’를 높이자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생각이 정제되어 내면의 말이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생각을 확장시킨다. 마지막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다시 내면의 말이 밖으로 나오게끔 한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사고 사이클’이다. 이로써 생각이 심화될 수 있다.

 

생각을 심화하는 ‘사고 사이클’과 실천

 

책에는 친절하게도, 생각을 발전시키는 7단계 사고 사이클이 나온다. ▷ 산출 ▷ 연상과 심화 ▷ 그룹화 ▷ 관점의 확장 ▷ 객관성 확보 ▷ 역발상 ▷ 다각적 사고.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연상과 심화를 촉진하는 T자형 사고법이다. ‘정말로?’, ‘그래서?’, ‘왜?’를 각각 왼쪽, 오른쪽, 아래쪽으로 생각을 되돌리고, 진전시키고, 심화시키는 것이다. 생각은 내면의 말이다. 내면의 말을 T자형 사고법으로 점검하면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생각을 전부 끄집어 내보일 수 있는지, 없는지이다.

 

우메다 사토시에 따르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두 가지 전략(수레바퀴)이 있다. 하나는 말의 형식을 이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말로 표현할 때 주의할 점을 숙지하는 것이다. 말의 형식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한 것은 의외다. 그는 “말에 관해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인정된 내용을 집약한 것이 바로 초․중등학교 국어 교과서다”라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한 비유, 대구 등 여러 구체적인 방법은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말이 무기다』에서 참고할 만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우선 리더는 말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책에선 “깊은 생각 끝에 나온 단호한 말은 사람을 이끄는 깃발이 된다.”고 적혀 있다. 실력이 있어서 리더가 되는 게 아니라 주위를 잘 설득하고 사람들을 모아 어려운 일을 극복하도록 맞서는 힘을 주는 이가 리더가 되는 것이다. 말이 무기다.

 

그리고 말을 할 때는 모든 사람에게서 공감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단 한 사람을 위해서 말하자고 한다. 딱 한 사람만 공감을 살 수 있으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말을 전할 수 있다. 더욱이, 좋은 말을 하려면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일을 해봐야, 뇌가 자극 받으면 내면의 말이 충만해질 수 있다. 저자는 “그 내면의 말 하나하나와 진지하게 마주하면 생생한 동사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상종 승려 다카다 고인은 “훈련되지 않은 개성은 야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우메다 사토시는 “말로 할 수 없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만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라고 전한다. 말을 잘 하고 싶다면, 생각을 발전시키고 내면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글이나 말도 너무 단순화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드러내보자. 현대의 직업이 거의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는 시점에 매우 좋은 책을 만난 것 같다. 아래는 저자가 보여준 창의성이다. 참고하시길.

 

* 해소와 해결 : 해소는 마이너스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고, 해결은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문제 해소와 문제 해결은 똑같은 개념으로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의미와 의의 : 의미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며, 의의는 해야만 하는 적극적인 이유다. 자신이 행하는 일에는 의미뿐만 아니라 의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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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지 않는다 - 도쿄대 병원 응급실 책임교수가 말하는 삶과 죽음의 원리
야하기 나오키 지음, 유가영 옮김 / 천문장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죽음은 결코 나쁘지 않다 … 죽음 저편의 이야기

[리뷰] 『사람은 죽지 않는다』(야하기 나오키, 유가영 옮김, 천문장, 2017)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물음은 단 하나 “사람은 죽으면 끝인가?”이다. 이 화두를 어떻게든 풀어보기 위해 여러 공부를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죽음은 누구나 얘기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도쿄대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야하기 나오키 교수는 내 아버지와 동갑이다. 70이 넘었다는 이야기다. 저자가 온 평생 짊어온 질문은 내가 계속 관심을 갖는 ‘죽음’이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응급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생사를 오간다. 직업 자체가 ‘죽음’을 막아보는 일이고, 죽는 자들을 보는 일이고, 죽음을 곁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을 달래는 일이다. 현대 서양의학의 최첨단 지식을 갖고, 그 누구보다 많은 죽음을 목격한 저자가 “사람은 죽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역설적인 상황이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 온전히 녹아 있다.

 

나오키 교수는 어릴 적부터 “왜 나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일까?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포함한 우주는 왜 존재하고, 우주는 누가 만든 것일까라는 생각도 자주했다.”고 고백한다. 초등학교 때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일찍 죽을지 모른다는 말을 의사로부터 듣는다. 자전거 타다가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당했다. 또한 젊은 시절엔 등산을 너무 좋아해 추락 사고를 두 번이나 당하고 죽음 직전까지 내몰린다. 그럼에도 계속 등산을 하고자 했지만, 어딘가에서 등산을 그만하라는 목소리를 듣고 산을 멀리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생명과 수명에 대해 운명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저자가 등산을 좋아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저자는 장거리 달리기와 등산을 비유한다. 그 모든 포유류 중에 인간이 가진 독특한 능력이 있는데, 바로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이다. 장거리 달리기 능력 덕분에 원시인은 험한 적자생존의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나오키 교수는 적었다. 이 장거리 달리기 능력은 등산으로 연결된다. 그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무심해질 수 있는 것이 등산의 큰 매력이다. 드넓은 대자연에 홀로 살아있는 듯한 착각은 가히 황홀하기까지 했다.”라고 밝혔다.

 

유명한 등산가 라인홀트 메스너는 영혼과 마음과 육체가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대부터 등산을 좋아했던 저자는 메스너가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등정에 올라 경험한 사례들을 세심하게 읽어냈다. 과학적인 사실 하나는, 험준한 산악 등정을 한 대원들은 하산 후 극심한 이상 증상을 겪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극단적인 과호흡으로 동맥혈 탄산가스 농도 저하가 발생하고, 뇌혈관이 위축되어 혈류부족을 일으킨 탓이라는 실험결과를 소개했다.

 



과학적 지식과 저자의 경험이 말하는 진실

 

응급실 의사로서 저자는 언제나 환자를 목도하며 고통 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매일 죽어가는 혹은 극적으로 살아나는 환자들을 보면 의사들이 생과 사를 객관화해서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나오키 교수는 심지어 죽음을 의료행위의 패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인명은 재천이기 때문이다. 한편, 의료 현장에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나오키 교수는 환자들 중 유체이탈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심지어 본인도 영매를 통해 돌아가신 어머니와 대화를 나눈다. 이러한 믿지 못할 경험들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다. 저자는 202쪽에서 “영적 현상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현상을 체험하거나 보고 들음을 통해 받는 계시, 혹은 도출된 이념이나 진리야말로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맞는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단 그 현상이 주는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대과학은 생명과 삶에 대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을 유지하지 못 한다. 그래서 주로 미시적인 연구방법인 DNA 조사, 초음파, 내시경, CT, MRI 등을 활용한다. 생체는 ‘종합적인 유기체’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마치 과학으로 모든 것을 해명하고 밝혀내고 살려낼 수 있다고 간주한다. 죽음 역시 현대의학이 절대로 극복하지 못할 주제이고 인간이 그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다.

 

죽는다는 것, 늙는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 현대에서 죽음의 의미는 변질된다. 보험처리 때문에 죽은 자를 계속 해서 진료하는 의사가 있다. 이 때문에 사망시간이 바뀐다. 또한 뇌사가 죽음인지, 심정지가 죽음인지 죽음에 대한 정의가 묘연하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죽음은 병원이라는 공간에서만 벌어지는 매우 특별하고 한정된 사건이 되어 버렸다. 원래 죽음은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었다. 죽음이란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건이었다. 나오키 교수는 179쪽에서 “두려운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도 노화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죽음 이후의 세계는 분명 존재한다. 저자는 분명히 강조한다. 육체와 영혼의 분리가 죽음일 뿐 그 너머엔 무언가 반드시 존재한다. 그래서 책의 제목은 ‘사람은 죽지 않는다’이다. 또 다른 차원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미국 드라마 로스트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사람은 죽지 않고 “move on”한다고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넘어가는 것이고, 이동하는 것이다. 사람은 죽지 않고 영혼은 계속되는 것이다.

 

저자가 죽음에 대해 조금은 관대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섭리나 보편의식의 존재를 이해함으로써 갖게 되는 최대의 효과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문제가 눈앞에 닥쳤을 때 그 진의를 생각하고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살면서 부딪히는 불가항력적인 문제들에 너무 좌절하지 말자. 조금만 기다리면 해답이 찾아온다. 중국 속담처럼 방법은 고난보다 많다. 나오키 교수는 죽음은 오히려 바람직한 것일 수 있다고 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저쪽 건너편으로 너무 쉽게 건너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 같은 셈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가 양심을 갖고, 이타적인 행위를 하고,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바로 사람은 죽지 않고 영혼은 섭리에 따라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세의 죄가 무서운 이유일 수 있다. 의사이자 과학자인 저자가 이야기하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잘 읽히면서도 진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사춘기 시절 품었던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에 조금이라도 해답을 찾고자 한다면 꼭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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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님, 저랑 살 만하신가요? - 10년차 집사이자 수의사가 말하는 반려묘와 삶을 공유할 때 살펴야 할 현실 반려 팁
이학범 지음 / 팜파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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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말 고양이를 사랑하시나요?

[서평] 『고양이님, 저랑 살만 하신가요?』(이학범, 팜파스, 2017)

 

고양이 저서 작가들이 모두 그렇듯 『고양이님, 저랑 살만 하신가요?』(팜파스, 2017.)를 쓴 이학범 수의사도 고양이(루리)를 10년 간 키우신 분이다. 고양이 책을 여러 권 보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고양이 키우기 소개만 있지 않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소개하면서 벌어졌던 여러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양이를 키워봤던 사람이면 고양이의 ‘그르렁그르렁’ 소리와 ‘골골’ 소리 그리고 우다다 뛰어다니는 행동을 겪어봤을 것이다. 작가 역시 아기 고양이에게 처음 분유를 먹이며 그르렁 소리를 들었을 때는, 분유가 기도로 들어가서 내는 고통스러운 소리라 생각했다. 이처럼 초보 집사 시절의 에피소드를 첫 부분에 재미있게 나열했다. 고양이를 키우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기에 최소 1년 이상 고양이를 키워 행동, 습성을 지켜본 이들의 공감이 클 책이었다. 애매하게 알고 있던 행동들을 확실하게 깨우치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여느 고양이들이 그렇듯 루리도 새벽이면 우다다 뛰어다니며 집사를 잠 못 들게 하였다고 한다. 이때마다 ‘네가 그러는 것도 한 때다’라며 너그러이 이해했다고 한다. 수긍할 만한 말이었다. 작가는 책 중간중간 고양이를 설명하며 종종 개와 비교를 했다. 한 달에 두어 번 목욕을 시켜야 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목욕이 거의 필요 없다는 내용이나, 개에 비해 더위를 잘 견딘다는 내용 등이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개와 고양이는 매우 다르다며, 같다고 생각하며 키워서는 안 된다고 한다. 고양이와 개는 다르다는 말을 하면서 왜 굳이 비교대상을 개로 하여 설명을 해나갔는지 이해가 안 됐다. 햄스터도, 고슴도치도 아닌 개로 설명한 이유는 작가 역시 은연중에 고양이와 개를 비교 대상이면서도 같은 애완동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며 개 이야기는 빼고 온전히 고양이로만 설명해도 되었겠다.

 

수의사들의 경우도 고양이를 작은 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고양이를 기르고자 하는 예비 집사의 경우도 예전에 개를 많이 길러봤다며 고양이 키우는 것을 쉽게 생각한다.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고양이 전용 병원이 생길 정도로 고양이와 개를 다르다고 강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예로 세계고양이수의사회가 인증한 고양이 친화 병원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37개 병원이 인증을 획득했다고 한다. 모두가 고양이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외로움을 타는 동물, 고양이

 

반려 동물인 고양이를 키우다보면 좋은 점이 많다. 고양이로 낯선 사람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엮을 수 있고, 다른 길고양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고양이에 대해 알고 싶어 여러 정보를 찾고 동물보호단체에 정기 기부도 할 것이다. 작가는 책으로 여러 정보를 나타낸 셈이었다. 고양이 설명 중간 중간 긴밀히 알아두었으면 하는 내용을 모아 둔 부분이 있다. 이 가운데는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해 오해할만한 점을 설명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경우, 아이들이 면역체계를 키워나가는 기회로써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한편으로는 사진이나 그림이 많이 있었으면 했다. 너무 글로만 빽빽하였기에 읽기에 지루함이 있었다. 고양이 이빨의 4종류를 설명하는 부분의 경우처럼 사진이나 그림이 있었으면 이해가 좋을 부분에 정작 사진이 없어 아쉬움을 준다. 다행히 이 책은 이러한 단점을 메우는 강점이 있었다. 수의사 작가이기에 고양이의 질병과 상태를 상세히 적어둔 부분이 그러했다. 우리는 모르지만 수의사들은, 고양이 역시 외로움을 탄다고 말한다. 분리불안이다. 이 경우 하루 종일 야용거리면서 사람을 따라다니며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구석진 곳에 숨는다. 또한 식욕 사라지고, 배변 문제가 생기며, 무기력해진다.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가만히 둬도 되는 동물이 절대 아닌 것이다.

 

내 고양이가 과도하게 그루밍하거나, 과식하거나, 부적절한 물건을 씹는 경우 외로운 상태에 놓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집고양이의 경우, 하루에 15%를 사냥과 놀이에 쓰는 길고양이와 달리 1%만이 즐거운 시간인 것이다. 즉 24시간 중 24분만이 노는 즐거움을 얻는 시간이란 의미다. 그래서 고양이는 사람에게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데, 이는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고양이도 그랬다며, 늙어버린 자식을 미리 보는 듯 지금의 어린 자식이 소중하다는 느낌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알아두어야 할 고양이 문제들

 

고양이 문제에 관한 부분 역시 많았다. 털이 많이 빠지는 특성상 사람들은 털 없는 고양이 ‘스핑크스’를 원해왔다. 원래 이 고양이는 1960년대 캐나다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난 고양이가 품종의 기원이었다. 사람들은 더욱 털이 없는 종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근친교배를 시키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수염조차 없이 태어나는 고양이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고양이 문제는 길고양이다. 길고양이는 도둑고양이라는 인식이 크다. 그래서 만나기만 하면 괴롭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런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면 사료 쪽으로 모여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길고양이는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는 쥐를 잡는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교통사고, 전염병 등으로 2~3년 밖에 살지 못한다. 죽기 전이라도 ‘짧은 생 좋은 세상이었다.’는 느낌이 들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고양이 수술도 여럿 있다. 발톱 제거 수술의 경우 발가락 첫째 마디 뼈 자체를 잘라낸다. 가구에 스크래치 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인간의 욕심인 것이다. 이 경우 고양이는 아파서 제대로 뛰지 못한다. 미국 일부 주와 유럽은 이 수술이 동물학대로 간주 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하다고 한다. 중성화 수술의 경우 발정이 없어지고, 질병에 걸리지 않고, 영역표시도 않고, 집을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이 하는 수술이다. 작가 역시 이 수술을 권장하며 미화하고 있지만, 인위적 단종이기에 딱히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자기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물인 고양이가 견디기 힘들어하는 일 중 하나는,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있게 되는 것이다. 서로 싸우거나 스트레스로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애니멀 호더의 경우 과도하게 많은 고양이를 키워 학대를 한다. 또한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가족처럼 사랑했던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늘었다. 이때 반려동물 사체를 그냥 땅에 묻거나 태우면 불법이라고 한다. 생활폐기물처럼 쓰레기봉투에 담아 폐기하거나, 아예 동물 병원에 맡겨 의료폐기물로 처리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그 누가 가족을 쓰레기봉투에 버리고 싶겠는가. 그래서인지 요즘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하는 사람 수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약 19%의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개가 고양이에 비해 약 3~4배 정도 많다. 미국과 일본은 고양이가 개보다 더 많다. 미국의 경우 전체 가구의 약 68%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며, 일본은 28%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의 수는 더 증가할 것이고, 이에 대한 시장도 커질 것이다. 이에 맞게 책은 미래 상황과 우려의 목소리도 들어 있어 생각해볼 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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