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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무기다 - 일본 최고의 카피라이터가 알려주는 완벽한 말하기의 기술
우메다 사토시 지음, 유나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말의 ‘해상도’ 키우려면 내면의 생각이 깊어야 한다
[리뷰] 『말이 무기다』(야하기 나오키, 유가영 옮김, 천문장, 2017)
글과 말로 먹고 살아가는 직업을 선택하다 보니, 말의 중요성을 갈수록 느낀다. 하긴 현대사회에서 말로 먹고 살지 않는 직업이 어디 있으랴. 대학원 시절, 유명한 명예교수분이 강연자로 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시는 걸 보며 뜨악했다. 평생 강의하시며 사신 분인데도 떨리셨던 모양이다. 하물며 앞으로 계속 새치 혀로 뭔가를 쏟아내야 하는 입장에선 ‘후덜덜’ 할 따름이다.
책 제목이 좀 자극적일 수 있다. ‘말이 무기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진심이 여기저기 묻어나고, 경험과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도 처음 알게 된 덴쓰라는 일본 최고의 광고회사가 있다. 여기서 카피라이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니 얼마나 좋은 인재일지 기대가 되었다. 사실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의 중심에 덴쓰가 있었다. 야근을 잦아 한 신입사원이 몇 년 전 크리스마스 때 자살을 한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일을 많이 시키는 모양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과로를 전면 금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물론 여전히 바꿔나가야 할 게 많겠지만 말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보자.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내면의 말에 귀 기울이기. 2장은 생각을 발전시키는 ‘사고 사이클’. 3장은 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의 기술’. 책의 세부 제목들만 읽어봐도 요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내면의 말을 키우라는 제언이다. 아무리 외양에서 말을 솜씨 있게 전하더라도 생각을 키우지 못하면 말을 잘하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사실, 좀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이며, 효율적인 말하기 방법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어리둥절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매우 공감했다. 저자의 말마따나, 화자가 청자를 이해시키기 위해선 화자 스스로 생각이 풍성하고 체계적이며 진심을 담고 있어야 한다.
저자인 우메다 사토시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을 말로 잘 전달하고 나아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먼저 자기 의견, 즉 생각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생각을 기르는 과정에서도 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의견을 말하는 것 즉, ‘밖으로 향하는 말’을 갈고닦기 위해서는 생각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 주는 ‘내면의 말’을 의식해야 한다.” “생각을 갈고닦지 않으면 말을 잘하기는 어렵다.” “단기간에 빠르게 말솜씨를 기를 수는 없다. 내면의 말에 귀 기울여 나의 사고를 심화하고, 이것을 밖으로 전달하는 말로 바꾸어 표현하는 흐름을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내면의 말과 생각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면의 말을 성장시키는 게 가장 중요
책은 니체의 명언으로 시작해 귀감이 될 만한 좋은 글귀들이 있다. 니체 왈 “사람들은 나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씨앗’이다.”라고 말했다. 생각의 전복을 보여주는 창의성이다. 플라톤 왈 “현명한 사람은 할 말이 있을 때만 말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말해야 하기 때문에 말한다.”고 강조했다. 언제나 말을 아껴야 할 것이다. 소설가 테라야마 슈지는 “눈물은 인간이 만드는 가장 작은 바다이다.”라고 했다. 혼다 소이치로는 “곤경에 빠져라. 곤란을 겪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안톤 체호프는 “연기만 내지 마라! 불타올라라.”고 적었다. 연기와 불타오름이라. 부나방이 떠오른다.
이외에도 구구절절 귀감이 되는 말들이 많다. 기시다 구니오(누군지 모르겠다)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최초의 누군가는 혼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노우에 야스시(누군지 모르겠다)는 “노력하는 사람은 희망을 나눠주고, 게으른 사람은 불만을 늘어놓는다.”고 밝혔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노력하는 자와 게으른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런데 노력하는 사람 중에도 불만을 늘어놓는 분들이 많고, 게으른 사람 중에도 희망을 주는 사람이 더러 있더라.
헬렌 켈러는 “큰 목표가 있으면서 작은 일에 연연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했다. 먼 길을 가야 하는 입장에서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윈스턴 처칠은 “두려움은 도망치면 배가 되지만, 정면으로 맞서면 반이 된다.”고 했다. 같이 가야 하는 입장에선 더더욱 가슴에 새겨야 한다. 빌 게이츠는 “좋은 나무 한 그루만 있으면 몇만 마리의 새가 쉴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말들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나의 말이 전달되는 상태는 네 단계가 있다. 첫째, 이해 못함이다. 아무리 말을 해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둘째, 이해의 단계이다. 정보 전달이나 주장을 펴는데, 과연 어느 수준까지 이해가 된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셋째, 그 유명한 납득이다. 납득의 수준까지 갔다는 건 말을 참 잘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지막 넷째는 공감과 공명이다. 말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경지가 아닐까 한다.
말을 할 때 유념해야 할 또 한 가지는 말은 ‘관계’로부터 비롯한다는 것이다. 나만 아무리 떠들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말의 진정한 가치는 나와 다른 상대방 혹은 집단인 가족이나 회사 등과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이점을 유념해야 과연 어떤 말을 어떻게 잘 할지 고민해볼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선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종이들을 분류하고 체계화 하며 정리해나가는 방식이다. 정말 할 일이 없을 때, 공상하고 그것을 적는 습관을 가진 나는 매우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쓴 몇 권의 책들은 사실 공상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여유가 중요하다.
책에는 말의 ‘해상도’를 높이자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생각이 정제되어 내면의 말이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생각을 확장시킨다. 마지막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다시 내면의 말이 밖으로 나오게끔 한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사고 사이클’이다. 이로써 생각이 심화될 수 있다.
생각을 심화하는 ‘사고 사이클’과 실천
책에는 친절하게도, 생각을 발전시키는 7단계 사고 사이클이 나온다. ▷ 산출 ▷ 연상과 심화 ▷ 그룹화 ▷ 관점의 확장 ▷ 객관성 확보 ▷ 역발상 ▷ 다각적 사고.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연상과 심화를 촉진하는 T자형 사고법이다. ‘정말로?’, ‘그래서?’, ‘왜?’를 각각 왼쪽, 오른쪽, 아래쪽으로 생각을 되돌리고, 진전시키고, 심화시키는 것이다. 생각은 내면의 말이다. 내면의 말을 T자형 사고법으로 점검하면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생각을 전부 끄집어 내보일 수 있는지, 없는지이다.
우메다 사토시에 따르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두 가지 전략(수레바퀴)이 있다. 하나는 말의 형식을 이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말로 표현할 때 주의할 점을 숙지하는 것이다. 말의 형식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한 것은 의외다. 그는 “말에 관해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인정된 내용을 집약한 것이 바로 초․중등학교 국어 교과서다”라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한 비유, 대구 등 여러 구체적인 방법은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말이 무기다』에서 참고할 만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우선 리더는 말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책에선 “깊은 생각 끝에 나온 단호한 말은 사람을 이끄는 깃발이 된다.”고 적혀 있다. 실력이 있어서 리더가 되는 게 아니라 주위를 잘 설득하고 사람들을 모아 어려운 일을 극복하도록 맞서는 힘을 주는 이가 리더가 되는 것이다. 말이 무기다.
그리고 말을 할 때는 모든 사람에게서 공감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단 한 사람을 위해서 말하자고 한다. 딱 한 사람만 공감을 살 수 있으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말을 전할 수 있다. 더욱이, 좋은 말을 하려면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일을 해봐야, 뇌가 자극 받으면 내면의 말이 충만해질 수 있다. 저자는 “그 내면의 말 하나하나와 진지하게 마주하면 생생한 동사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상종 승려 다카다 고인은 “훈련되지 않은 개성은 야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우메다 사토시는 “말로 할 수 없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만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라고 전한다. 말을 잘 하고 싶다면, 생각을 발전시키고 내면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글이나 말도 너무 단순화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드러내보자. 현대의 직업이 거의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는 시점에 매우 좋은 책을 만난 것 같다. 아래는 저자가 보여준 창의성이다. 참고하시길.
* 해소와 해결 : 해소는 마이너스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고, 해결은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문제 해소와 문제 해결은 똑같은 개념으로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의미와 의의 : 의미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며, 의의는 해야만 하는 적극적인 이유다. 자신이 행하는 일에는 의미뿐만 아니라 의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