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님, 저랑 살 만하신가요? - 10년차 집사이자 수의사가 말하는 반려묘와 삶을 공유할 때 살펴야 할 현실 반려 팁
이학범 지음 / 팜파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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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말 고양이를 사랑하시나요?

[서평] 『고양이님, 저랑 살만 하신가요?』(이학범, 팜파스, 2017)

 

고양이 저서 작가들이 모두 그렇듯 『고양이님, 저랑 살만 하신가요?』(팜파스, 2017.)를 쓴 이학범 수의사도 고양이(루리)를 10년 간 키우신 분이다. 고양이 책을 여러 권 보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고양이 키우기 소개만 있지 않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소개하면서 벌어졌던 여러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양이를 키워봤던 사람이면 고양이의 ‘그르렁그르렁’ 소리와 ‘골골’ 소리 그리고 우다다 뛰어다니는 행동을 겪어봤을 것이다. 작가 역시 아기 고양이에게 처음 분유를 먹이며 그르렁 소리를 들었을 때는, 분유가 기도로 들어가서 내는 고통스러운 소리라 생각했다. 이처럼 초보 집사 시절의 에피소드를 첫 부분에 재미있게 나열했다. 고양이를 키우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기에 최소 1년 이상 고양이를 키워 행동, 습성을 지켜본 이들의 공감이 클 책이었다. 애매하게 알고 있던 행동들을 확실하게 깨우치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여느 고양이들이 그렇듯 루리도 새벽이면 우다다 뛰어다니며 집사를 잠 못 들게 하였다고 한다. 이때마다 ‘네가 그러는 것도 한 때다’라며 너그러이 이해했다고 한다. 수긍할 만한 말이었다. 작가는 책 중간중간 고양이를 설명하며 종종 개와 비교를 했다. 한 달에 두어 번 목욕을 시켜야 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목욕이 거의 필요 없다는 내용이나, 개에 비해 더위를 잘 견딘다는 내용 등이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개와 고양이는 매우 다르다며, 같다고 생각하며 키워서는 안 된다고 한다. 고양이와 개는 다르다는 말을 하면서 왜 굳이 비교대상을 개로 하여 설명을 해나갔는지 이해가 안 됐다. 햄스터도, 고슴도치도 아닌 개로 설명한 이유는 작가 역시 은연중에 고양이와 개를 비교 대상이면서도 같은 애완동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며 개 이야기는 빼고 온전히 고양이로만 설명해도 되었겠다.

 

수의사들의 경우도 고양이를 작은 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고양이를 기르고자 하는 예비 집사의 경우도 예전에 개를 많이 길러봤다며 고양이 키우는 것을 쉽게 생각한다.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고양이 전용 병원이 생길 정도로 고양이와 개를 다르다고 강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예로 세계고양이수의사회가 인증한 고양이 친화 병원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37개 병원이 인증을 획득했다고 한다. 모두가 고양이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외로움을 타는 동물, 고양이

 

반려 동물인 고양이를 키우다보면 좋은 점이 많다. 고양이로 낯선 사람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엮을 수 있고, 다른 길고양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고양이에 대해 알고 싶어 여러 정보를 찾고 동물보호단체에 정기 기부도 할 것이다. 작가는 책으로 여러 정보를 나타낸 셈이었다. 고양이 설명 중간 중간 긴밀히 알아두었으면 하는 내용을 모아 둔 부분이 있다. 이 가운데는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해 오해할만한 점을 설명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경우, 아이들이 면역체계를 키워나가는 기회로써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한편으로는 사진이나 그림이 많이 있었으면 했다. 너무 글로만 빽빽하였기에 읽기에 지루함이 있었다. 고양이 이빨의 4종류를 설명하는 부분의 경우처럼 사진이나 그림이 있었으면 이해가 좋을 부분에 정작 사진이 없어 아쉬움을 준다. 다행히 이 책은 이러한 단점을 메우는 강점이 있었다. 수의사 작가이기에 고양이의 질병과 상태를 상세히 적어둔 부분이 그러했다. 우리는 모르지만 수의사들은, 고양이 역시 외로움을 탄다고 말한다. 분리불안이다. 이 경우 하루 종일 야용거리면서 사람을 따라다니며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구석진 곳에 숨는다. 또한 식욕 사라지고, 배변 문제가 생기며, 무기력해진다.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가만히 둬도 되는 동물이 절대 아닌 것이다.

 

내 고양이가 과도하게 그루밍하거나, 과식하거나, 부적절한 물건을 씹는 경우 외로운 상태에 놓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집고양이의 경우, 하루에 15%를 사냥과 놀이에 쓰는 길고양이와 달리 1%만이 즐거운 시간인 것이다. 즉 24시간 중 24분만이 노는 즐거움을 얻는 시간이란 의미다. 그래서 고양이는 사람에게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데, 이는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고양이도 그랬다며, 늙어버린 자식을 미리 보는 듯 지금의 어린 자식이 소중하다는 느낌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알아두어야 할 고양이 문제들

 

고양이 문제에 관한 부분 역시 많았다. 털이 많이 빠지는 특성상 사람들은 털 없는 고양이 ‘스핑크스’를 원해왔다. 원래 이 고양이는 1960년대 캐나다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난 고양이가 품종의 기원이었다. 사람들은 더욱 털이 없는 종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근친교배를 시키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수염조차 없이 태어나는 고양이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고양이 문제는 길고양이다. 길고양이는 도둑고양이라는 인식이 크다. 그래서 만나기만 하면 괴롭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런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면 사료 쪽으로 모여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길고양이는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는 쥐를 잡는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교통사고, 전염병 등으로 2~3년 밖에 살지 못한다. 죽기 전이라도 ‘짧은 생 좋은 세상이었다.’는 느낌이 들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고양이 수술도 여럿 있다. 발톱 제거 수술의 경우 발가락 첫째 마디 뼈 자체를 잘라낸다. 가구에 스크래치 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인간의 욕심인 것이다. 이 경우 고양이는 아파서 제대로 뛰지 못한다. 미국 일부 주와 유럽은 이 수술이 동물학대로 간주 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하다고 한다. 중성화 수술의 경우 발정이 없어지고, 질병에 걸리지 않고, 영역표시도 않고, 집을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이 하는 수술이다. 작가 역시 이 수술을 권장하며 미화하고 있지만, 인위적 단종이기에 딱히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자기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물인 고양이가 견디기 힘들어하는 일 중 하나는,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있게 되는 것이다. 서로 싸우거나 스트레스로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애니멀 호더의 경우 과도하게 많은 고양이를 키워 학대를 한다. 또한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가족처럼 사랑했던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늘었다. 이때 반려동물 사체를 그냥 땅에 묻거나 태우면 불법이라고 한다. 생활폐기물처럼 쓰레기봉투에 담아 폐기하거나, 아예 동물 병원에 맡겨 의료폐기물로 처리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그 누가 가족을 쓰레기봉투에 버리고 싶겠는가. 그래서인지 요즘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하는 사람 수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약 19%의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개가 고양이에 비해 약 3~4배 정도 많다. 미국과 일본은 고양이가 개보다 더 많다. 미국의 경우 전체 가구의 약 68%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며, 일본은 28%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의 수는 더 증가할 것이고, 이에 대한 시장도 커질 것이다. 이에 맞게 책은 미래 상황과 우려의 목소리도 들어 있어 생각해볼 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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