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
박구용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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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문빠)’에 대한 철학적 분석, 시도는 좋았으나

[리뷰] 『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 : 의회와 언론이 시민을 대변하지 않는 시대』(박구용, 메디치미디어, 2018.11.12)

 

‘우리 안의 타자’ 문제에 천착해온 전남대 철학과 박구용 교수의 신작이 나왔다. 바로 『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다. 부제는 ‘의화와 언론이 시민을 대변하지 않는 시대’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본부장과 시민자유대학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한 박구용 교수는 시대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발언해오고 있다. 그런 박구용 교수가 스스로를 고백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 정치의 철학서를 썼다.

 

박 교수의 핵심은 책의 마지막 문장에 요약돼 있다. “내가 만난 문파는 각자 자기 생각을 말하지만,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다양한 얼굴의 시민들이었다.” 그동안 광주를 기반으로 철학의 경계에서 정치·사회 문제를 돌아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세력인 ‘문파’ 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요지다. 문파를 분석하기 위해 박구용 교수는 28개 질문을 직접 만들어 설문하고 인터뷰했다.

 

책의 제목인 문파는 문빠와 다르다. 그동안 문빠는 ‘달빛기사단, 문팬, 문꿀오소리, 문각기동대, 문위병, 문슬림, 문베충’ 등으로 불려왔다. 박 교수는 ‘문빠’는 정치인 문재인에 대한 팬덤으로, ‘문파’는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을 매개로 시민 주권을 활성화시키는 정치 현상으로 지칭한다고 밝혔다. 문파나 문빠는 (노사모나 다른 정치 지지자들의 모임과 비교해) 구체적인 실체가 없이 작동하고, 세력이나 권력 존재 없이 작용하는 이합집산의 현상에 가깝다. 박 교수는 “문재인이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민주정치에 대한 당파적 지지자의 총괄 개념으로 ‘문파’라는 용어를 쓰고자 한다.”고 적었다.

 



질적으로 다른 세력으로서 ‘문파’

 

책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떨까?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국군 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그 이후의 실행 방안은 독재 시대로 시계를 돌렸을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주권과 인권의 두 권리 체계로 구성된다. 책의 후반부에 다시 언급되는 주권과 인권의 관계는 그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억압할 수 없다.

 

대의 민주주의와 사이비 민주주의는 프레젠테이션과 리프레젠테이션의 관계로 설명된다. 대의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함께 프레젠테이션을 한 의지가 의회와 언론이 리프레젠테이션 한다. 반대로 사이비 민주주의는 의화와 언론이 프레젠테이션한 결과를 시민들이 리프레젠테이션 한다. 포스트 민주주의는 한마디로 자본 귀족주의다. 의회와 언론이 자본에 종속돼 있는 경우가 바로 포스트 민주주의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다. 기존의 정치 질서에서 새로운 질적 차이를 만들어내고 당파성과 보편성이 아우러진 인정 투쟁을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문파가 잘 수행하고 있다고 박 교수는 진단한다. 박 교수는 알베르 카뮈의 『반항하는 인간』을 인용해 “의식의 각성은 반항적 운동으로부터 태어난다”고 강조했다. 반항하는 인간은 거부는 해도 포기는 하지 않는다.

 

다원적 민주주의 위한 반항적 운동과 각성

 

문파를 설명하면서 등장한 여러 예시 가운데 안철수 분석은 흥미롭다. 한때 대단했던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가 현상 그대로 놔둠으로서 그 효과가 극에 달했다. 즉, 안철수가 안철수 현상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극점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민주주의를 염원하며 만들어진 안철수 현상은 정치의 세력화를 위해 안철수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역설적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가지려고 하는 하면 오히려 멀어지는 것이다. 열망과 현상은 소유할 수 없다.

 

반면, 박구용 교수에 따르면 문파의 경우는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파의 정치적 열망을 소유하지 않으려 한다. 거꾸로 문파가 정치적 권력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한마디로 문파의 힘은 그것이 현상으로 머물러 있을 때까지 유지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박구용 교수는 김규항의 노빠에 대한 비판이나 문빠에 대해 극단적 언급을 한 서민 교수에 대해서도 철학적 분석을 진행한다. 서민 교수의 언급은 논할 가치도 없는 수준이고, 김규항 작가는 ‘사랑’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제기한다. 김규항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인간 노무현과 정치인이자 대통령인 노무현을 달리 봐야 하며 사랑하려면 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빠들은 자기애를 노무현에게 투사한 것이라 비판에도 귀를 닫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박구용 교수는 사람은 역할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며, 사랑의 속성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사랑은 나르시시즘적 자기애가 아니다. 사랑은 관계에서 피어나는 특별한 소통이고 연대의 감정이다. 하지만 사랑은 상처를 먹고 자란다. 사랑은 일방적이지 않고 선언적이지 않으며 단념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다.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기도 하나, 박구용 교수는 김규항 작가나 서민 교수의 글에 대해 어떤 고정된 지점(혹은 실체)가 있는 것으로 상정하고, 본인의 생각은 끊임없이 변동하고 달라진다는 점을 가정한다. 문파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문파를 “비당파적 당파”라고 규정하거나 “하나의 이념을 가진 조직이나 기관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실체적 권력을 향한 욕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문파는 기존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권력으로부터 이탈하고자 정치적 행위를 한다고 설명된다. 어디서 많이 듯 던 말들이다. 늘 정치인들이 귀가 닳도록 하는 말이다.

 

다음 문장을 보자. “주권자로서 문파가 공적 담론에 참여하는 방식은 새로운 만큼 낯설고 이질적이다.” 그렇다면 낯설고 이질적인 문파라는 현상은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이 남는다. 결국, 어쩌면 문파에 대해서 아무것도 설명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또 다른 문장은 이런 나의 생각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문파는 각기 다른 동기, 각기 다른 취향, 각기 다른 지역, 각기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광장을 매개로 소통하고 연대하며 해체되는 과정에서 현상으로 있을 뿐이다.”

 

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지지에 기반 한 비판을 강조한 지점 등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당파성과 보편성, 역사성, 다원적 민주주의를 강조한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문파에 대한 박구용 교수의 철학적 분석에 대한 그 과정에 전적으로 동의하긴 힘들다. 정당정치와 의회 및 언론이 그가 말하듯 팟캐스트와 SNS, 시민의 광장으로만 견제되고 당파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계와 절차적 정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때론 걸출한 정치인이, 또 때로는 정치의 필연과 우연이 서로 만나 새 장을 펼쳐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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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스펙 퍼펙트 라이프 - 나는 과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김종우 지음 / 렛츠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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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하면 겉모습과 내 주변이 바뀐다

[리뷰] <제로스펙 퍼펙트 라이프 : 나는 과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김종우, 렛츠북, 2018.11.15>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종우 씨는 홀연히 캐나다 행을 준비한다. 우리나라 디자인 업계가 3D 업종인 건 알았는데, 저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더한 것 같다. 캐나다에 가기 전 인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 저자 김종우 씨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먼 여행을 다녔다. 그만큼 돈과 시간을 투자한 덕에 지금은 ‘이미지 컨설턴트’라는 소명을 찾았다.

 

볼품없는 학교의 광고홍보디자인학과를 나온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무엇을 할지 알고 있다면 지금의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미래가 두렵지 않다.” 자신감을 갖는다는 거 그거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지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만난 한 직장 선배는 만족감 제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펙이 제로였던 김종우 씨는 특유의 쾌활함 하나만으로 버텼다. 그래서 캐나다로 가 한 해의 직원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살면서 얼마큼 노력해왔는가? 저자는 시간과 돈과 열정을 다해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찾았다. 결과는 ‘이미지 컨설턴트’였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원하고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교육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고 두각을 나타내고 싶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일을 찾아보자

 

책에 나오는 일화 중에 다니엘 헤니 내용이 있다. 지금은 의연한 할리우드 배우가 되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다니엘 헤니 역시 무수히 많은 좌절을 겪었다고 한다. 다니엘 헤니는 한국에서 선한 이미지로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미국으로 건너가 오디션을 수백 번이나 보았다고 한다. 그것도 수백 번이나 말이다. 왜냐하면 그 일이 정말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

 

저자 김종우 씨는 “사소한 성공이 모여 오늘의 성공을 만들고 오늘의 성공이 모여 그 좋은 기운이 큰 성공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작은 쾌감, 작은 성과를 올리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모이면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조금씩 쌓아 가면 언제나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그는 자신에게 ▶ 올곧은 자신감 ▶ 겸손한 자부심 ▶ 가장 중요한 열정이 있다고 적었다.

 

열정이 있는 그였기에 사업의 실패도 겪을 수 있었다. 상세한 계획 없이 시작한 사업은 빚은 남기고 망했지만 “작은 돈도 우습게 생각하지 말자”는 교훈을 안겼다. 저자 김종우 씨는 내 안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바로 성공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큰 욕심은 부질없다. 순수한 열망이 오히려 목적을 이루게 한다.

 

하루하루 내가 하는 일이 바로 나의 모습이다. 내 현재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모습과도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겉모습이 변하고 내적인 의식도 바뀐다. 그러면 주위를 달라지고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미래가 바뀌는 것이다. 일을 찾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좋은 일을 찾는 게 행복이고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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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건강 진짜행복
윤준 지음 / 렛츠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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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먼저 고민해야 하는 윤리적 지침

[리뷰] 『진짜건강 진짜행복』(윤준 저, 렛츠북, 2018. 11.10)

 

건강 의학 서적 같지만 윤리와 도덕 서적이기도 하다.『진짜건강 진짜행복』의 저자는 사람과 가정과 사회의 건강개념이 모두 동일하다는 내용을 한 책으로 담았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분열될 경우 건강을 상실하게 되기에 치유를 위해서는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인과 가정과 사회를 통합적으로 사유해보려는 시도를 했고 그래서 주제를 ‘참 건강과 행복’이라고 붙였다.

 



사회, 가정이 건강해야 개인이 건강하다

 

책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는 ‘개인의 건강과 행복’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가정 및 사회건강과 관계 맺어야만 개인이 건강하다는 주제가 담겼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에 대해 “단순히 몸에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존재로서 완전하게 양호한 상태”라고 정의했다. 인간의 평화가 세상과의 조화로움에 따른다는 의미다. 저자는 질병을 ‘인간 안에 생기는 범죄’라고 정의했고 또 책임이 사람 전체에 있다고 하였다.

 

저자가 강조한 개인 건강법은 소식이었다.

 

“소식은 자신은 물론 세상도 살린다. 소식하면 건강해질뿐더러 지구 식량 문제도 해결된다. 10명이 자신의 몸무게를 10%만 줄이면, 자신의 인생 유지비도 10% 감소하고 1명의 인류가 더 함께 살 수 있다.”

 

소식에 대한 저자의 이러한 생각은 독특했다. 개인적 이익뿐 아니라 전 지구적 조화와 이익이 소식에 담겨 있다는 주장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책의 주제와 너무도 잘 맞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책은 중간 중간 볼드체가 만연했다. 예로 “사회의 평화는 평등에서 오고, 반면 범죄는 불평등에서 나온다.” 때문에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됐다. 읽으면서 머리로 느껴야 하는 것이 독서인데 볼드체로 인해 감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중요 부분을 본문에 강조하지 말고 따로 요약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또한 ‘개인’에 대한 내용 그 어디에도 뒷받침 사례나 통계 자료가 들어있지 않았다. 저자의 추측성이고 단정적인 글들과 같았다. 여차하면 저자 자신의 사례라도 몇 가지 넣어 설명했더라면 좋았을 건데 말이다.

 

가정이 사라진 나라, 가정이 없는 개인

 

두 번째 파트는 ‘가정의 건강과 행복’이다. 가정의 정의가 나오면서 내용은 시작된다. 가정이란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며 사회보다 크기는 작지만 훨씬 막강한 힘을 지닌다. 가정 없이 인류는 존속할 수 없고, 만약 사회가 동물의 세계라면 가정은 천국과 같다. 하지만 그만큼 소홀해질 염려가 있다. 사회에서는 마음이 먼 사람끼리 관계에 금이 가도 형식적으로 잘 지내는 척하지만 가족은 다르다. 무심하고 가벼운 한마디에도 쉽게 멀어질 유리의 성이다.

 

저자는 가정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가정경제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중대요인 두 가지를 꼽았다. 의료비와 사교육비다. 자식이 의료인이나 법조인이 되기를 부모들은 소망하기에 수재는 법대와 의대로 몰린다. 이 경우 나라는 균형을 잃고 파국하게 된다. 저자는 세상을 올바로 이끄는 일은 모든 사회인들이 함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을 읽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요즘 사회에 ‘가정’ 없이 개인-국가 관계만을 지닌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말이다. 때론 가정의 존재가 희미해 위로받을 장소조차 없는 개개인들이 많다. 1인 가족이 늘고 있는데 이 역시 가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한편으로 요즘 트렌드에 맞는 ‘가정’에 대한 정의가 책에 없기에 추가로 설명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이 들었다.

 

도덕 교과서를 집약한 듯한 도서

 

세 번째 파트는 ‘사회의 건강과 행복’이다. 우리나라가 근대화시기에 경제 급성장이라는 황홀경을 경험했다는 점은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일 것이다. 서양이 수백 년간 이룬 것을 우리나라는 단 10년 만에 끝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그래서 단기 완성, 속성, 벼락치기, 새치기 등이 절대적으로 좋은 가치이자 본능이 되었다……. 하지만 당장의 빠른 이득은 가까운 훗날의 큰 재앙이 된다. 멀리 보는 지혜가 결여된 가치관은 공동체를 더 황폐하게 한다.”

 

늦게 천천히 크는 아이가 훨씬 오래 건강하고 오랜 연구 과정을 거쳐 40살 넘어 완성되는 박사논문이 훨씬 더 심오한 것이다.

 

『진짜건강 진짜행복』은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 내재된 거의 모든 양상을 설명하고 요약해두었다. 뿐만 아니라 이것들이 올바로 돌아가게 되는 원리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뜬금없는 내용이 많았고, 일관성 없이 사족으로 내용이 뻗히기도 했다. 책 표지는 아기자기했지만 내용은 요즘 시대 책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윤리 서적 같았고 저자만의 철학은 느껴지지 않았다. 학창시절 머리가 아프도록 외웠던 올바른 도덕 교과서를 읽는 듯했다.

 

물론 저자는 자신의 생각들을 복합적으로 정리하려 했지만 문구들은 너무도 진부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너무 많은 소재가 들어있어 마치 여러 음악을 동시에 듣는 듯 정신이 없었다. 아직 사회를 나오지 않은 학생들이 읽는다면 매우 유용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러려면 조금 더 재미있고 시의성에 맞게 내용을 다시 편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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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각 중이라고 말하지 마라 - 사소한 행동 하나를 쌓아 큰 성과를 만드는 셀프 멘토링의 힘
박천웅 지음 / 시그니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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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내면의 야생마를 길들이는 게 성공하는 길

[리뷰] 『아직도 생각 중이라고 말하지 마라』(박천웅, 시그니처, 2018.11.15.)

 

정말 오랜만에 내공이 느껴지는 책을 만났다. 바로 기업인 박천웅 씨의 『아직도 생각 중이라고 말하지 마라』이다. 교육 사업을 오랫동안 해왔던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인재교육을 잘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단순히 기업의 인재교육뿐만 아니라 학교와 미래를 위한 인재교육의 차원에서도 큰 울림을 준다고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일화가 있다. 정약용 선생은 사람이란 무릇 양손에 저울을 갖고 있다고 적었다. 한 손엔 옳음과 그름을 구분하는 잣대, 다른 손엔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 하는 잣대다. 가장 좋은 건 옳은 걸 추구하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다. 가장 나쁜 건 그른 것을 추구하다가 해를 입는 것이다. 이 일화만으로도 저자의 생각을 잃어낼 수 있다.

 

책에는 오랜 기간 대기업에서 일했던 저자의 경험과 새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진 소회와 철학 등이 뼈저리게 담겨 있다. 저자 박천웅은 자신의 생각을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사람은 어제에서 시작하고 한계를 극복하면서 성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뛰면서 생각해야 한다.” 뛰면서 생각해야 한다. 나무는 가지의 끝에서 성장한다고 한다. 배수의 진을 치지 않으면 성장하기 힘들다.

 

행동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 자체만으로 뒤처진다. 남들은 죽어라 뛰고 있기 때문에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언제나 제자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전에 했던 일이라 지금도 할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면 위험하다. 박천웅 씨는 꿈만 꾸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노력을 안 하면서 바라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생각만 아무리 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 생각만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없는 것이다. 심지어 생각은 생각을 낳는다. 저자는 번지점프를 뛰어야 했던 경험을 얘기했다. 뛰기 전 걱정이 너무 많이 밤잠을 설쳤으나, 막상 뛰어보니 별거 아니었다. 열정을 증명하려면 행동해야 한다.

 



행동의 힘은 과연 얼마나큰가, 생각 그만하자

 

일반적으로 뛰어난 인재를 정의하기 힘들어 한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다. 뛰어난 인재란 “마음의 중심을 확고히 하여 자질구레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면서 자기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조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적었다. 나한테 없는 걸 연연해하지 않고, 이미 있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키워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저자 박천웅 씨는 강조한다. 자신한테 있는 것을 마주하는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더불어,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떤 태도를 갖느냐가 역시 중요하다. 박천웅 씨는 “태도는 과거의 도서관이며 현재의 대변인이고 미래의 예언가이다.”라고 말한다.

 

너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은 몽상가이다. 생각만 많으면 달라지는 건 없다. 성공을 추구하면서 너무 전략만 짜거나 생각만 지나치게 하면 안 된다. 단계를 갖고 목표와 비전에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성공만 따른다고 성공이 따라오는 게 아니다. 성공 하려면 성공에 따르는 길을 걸어야 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과거에 너무 집착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과거의 실패에 대한 원인 규명은 자신을 위축시킬 뿐이다. 노자가 강조했듯, 내가 모른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 과거는 과거일 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초는 모른다는 걸 아는 것이다. 모른다는 걸 모르면 그건 병이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성공이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아서 성공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섰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나의 그릇을 알고, ‘몰입’하기 위해 그 그릇을 채워야 한다. 내 그릇을 채우기 위해선 채우는 걸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아야 한다. 전문가가 되려면 정말 끝장을 봐야 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나를 평가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사회는 공동체 사회이고 타인의 시선은 피해갈 수 없는 단계이다.

 

정말 공감이 가는 얘기 중 하나는 넘어지지 않는 법을 알려주기보다는 넘어진 다음에 어떻게 일어서는가를 가르쳐 주라는 것이다. 이 문단은 너무 좋아서 통째로 인용하고자 한다. 모든 교육자가 귀 기울어야 할 대목이다.

 

누구나 넘어지듯 누구나 각자의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체류하든지 아니면 탈출하든지는 각자의 선택과 능력에 달렸지만. 이곳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 같은 것은 없다. 영화 같은 이야기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칠흑 같은 어둠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공통의 미션만이 존재한다.

밝은 빛을 향해 나갈 수 있는 힘은 경험을 통해서만 길러진다. 그 경험이 내 그릇의 크기 또한 키울 것이다. 때때로 스스로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서라도 거기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이 당신 인생에서 패배를 맛보았다면 그 패배를 인정하도록 해보자. 그 패배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차이와 차별 역시 순순히 인정해야 한다. 그 차별을 없애기 위해 내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성공이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것

 

톨스토이라는 대작가는 작품에 열중하기 위해 잡다한 것들과 자신을 차단했다. 박천웅 씨는 “톨스토이가 되고 싶다면 당신이라는 목장 밖에서 날 뛰고 있는 야생마부터 길들여라.”고 적었다. 비범함은 결국 평범함이 시도하는 지속적이고 극적인 변화의 총합이다.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웅대하게 잡으면 안 된다. 웅대한 목표에 매몰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면 그 얼마나 힘든가. 박천웅 씨는 모든 일의 결과라는 것은 사고방식의 열의와 능력을 곱한 것이라고 적었다.

 

교육의 차원에서 또한 흥미로웠던 건 공부와 일의 차이점을 설명한 대목이다. 공부와 일은 뭐가 다를까? 공부라는 건 과거 지향적이고, 약속을 잘 이행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일이라는 건 미래 지향적이고, 변동 속에서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다.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일은 달라지고 성격도 재규정된다. 물론 공부가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다만, 공부와 일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걸 확실히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공부를 하던 일을 하던 비판은 별 효과가 없다. 비판은 상대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차라리 비평이면 모를까. 저자는 “꿀 한 방울이 쓸개즙보다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고 하지 않던가”라고 적었다.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논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이 나온다. 기회라는 건 잘 잡히지 않기 때문에 달아나기 쉽고, 경험이라는 건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못하며, 판단은 언제나 여러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나를 비롯해, 여전히 생각만 하는 사람들은 즉각 행동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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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개 고마워 - 반려견과 함께한 소소 행복 일상
이달래 지음 / 책밥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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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으면 허공을 한없이 바라보는 반려견 ‘첸’

[리뷰] 『너라는 개 고마워 (반려견과 함께한 소소 행복 일상)』(이달래 저, 책밥, 2018. 10.24)

 

“짧디 짧은 삶이 나를 만나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기를.” 『너라는 개 고마워』의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 위와 같이 내용을 요약했다. 이 한 문장만으로 개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저자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빠는 과수원을 하셨고 동물을 좋아하셔서 닭, 오리, 강아지, 토끼, 염소 등을 다양하게 키웠다.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한 저자는 이제 개 2마리와 산다. 개들의 이름은 첸과 쿤이다. 책은 저자가 반려견들을 처음 만나게 된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담겼다. 마치 남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기분이 든다.

 

처음 개를 만났을 때 저자는 가장 먼저 서열 정리를 하려 했다. 주인이 우선이고 개가 다음이라는 인식을 만들려 했다. TV 볼 때나 휴식을 취하고 또 잠을 잘 때 각자의 침대에서 자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주인에게 거절당한 경험이 있던 반려견 첸에게 서열을 정리하고 복종 훈련을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을 했다. 고민은 즉시 행동으로 옮겨졌고 “사랑받고 있다”는 행복감을 먼저 알려주고 싶어 이후로 쭉 같이 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경험 속에 녹아들어 있는 반려견 정보

 

책은 여타 반려견 서적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잔잔했고 밋밋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프리랜서인 만큼 책 중간 중간 4컷 만화를 끼워 넣은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림이 함께 있어 책이 더욱 순수하게 느껴졌다. 또한 저자는 자신이 경험으로 익힌 정보들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식이어서, 일방적으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입하는 ‘정보란’을 섹션을 구분하는 책들과 차별성이 있었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옷을 입거나 모자를 쓰면 반려견들은 불안함을 느낀다. 이러한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 저자는 현관문에 서서 강아지에게 나갔다 오겠다는 손 인사를 하고 집을 나가 5초 세고 다시 들어온다. 이를 반복해 밖에 있는 시간을 10초, 20초 늘리면 반려견은 보호자가 곧 다시 돌아올 것이란 걸 이해하며 불안을 던다.

 

강아지들은 종종 토를 하는데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저자는 바닥에 하얀색 거품을 발견했다. 첸이 토를 한 것이다. 여기서 강아지 토 색깔에 따른 증상을 추가로 설명됐다. 노란색은 주로 공복에 발생하는 토이고, 흰색에 거품이 있으며 공기가 들어갔거나 기침으로 인해 나오는 토이고, 분홍색은 피가 섞인 토라는 것이다.

 

책은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많다. 그러나 오로지 개를 예찬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었다. 반려묘를 키우는 주인들로서는 크게 공감하지 못할 경험들이었다. 읽는 내내 고양이에 대한 생각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반려 동물을 키우는 주인들의 마음 전체를 정확히 꿰뚫어 묘사한 부분들이 많다. 강아지 첸이 다양한 물건을 물어뜯어 강제로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게 됐다는 부분에서 소파를 마구 뜯어 강제로 공간을 비우게 된 반려묘 주인들의 상황이 떠올랐다.

 

중성화 수술 부분에서도 공감이 많이 간다. 사람이랑 함께 살기 위해 강아지나 고양이가 꼭 받아야만 하는 통과 의례 같은 수술이다. 반려 동물들은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모른 채 수술대 위에 오른다. 중성화 이후 동물들의 식탐은 늘어난다. 호르몬 변화 때문에 비만이 올 수 있기에 사료 량을 조절해 건강이 나빠지지 않도록 주인들이 신경을 써야 한다.

 

개와 주인의 공생 스토리

 

문구들 가운데 우스갯소리가 많다. “우리 강아지는 어쩐지 뛰어오면 고라니 같아서 그 외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도망가고 싶어 한다.” 이 부분에서는 개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았어도 저자가 어떤 느낌의 개를 키우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신혼 생활 중인 저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조언과 잔소리를 자주 듣는다. 일하랴 집에 와서 청소하랴, 힘들고 귀찮을 텐데 그냥 다른 집에 개를 보내라는 말. 개를 키울 바에야 애를 키우지 차라리! 그렇게 해가지고 언제 애 가질 것이냐는 잔소리.

 

하지만 첸을 어디론가 보낸다는 생각을 저자는 해본 적이 없다. 저자는 첸이 감기에 걸렸을 때 물티슈를 뜯어 이마에 대어주며 밤새 물티슈를 갈았다. 이미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예뻐하는 마음과 달리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저자는 서로 힘들지 않고 공생할 수 있도록 간식이나 장난감을 사며 무언가를 했다.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첸은 시간이 흘러도 3살 아이처럼 모든 것을 케어 해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첸을 데려온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저자의 개 첸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교배종이다. 이로 인해 유전적 장애가 생겨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집에 없을 때 빨간 쿠션 위에서 허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첸의 모습을 저자는 CCTV로 여러 차례 보았다. 여러 사건들로 인해 반려견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로 결심했고 ‘쿤’이라는 같은 강아지를 최근 입양하게 되었다. 책에서 가장 분위기가 고조되면서도 독특한 특징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반려견 없이 살아가던 한 사람이 개를 만난 후로 어떻게 변하고 성장하게 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개와 공감하고 소통하고 또 서로 조심한다면 우리는 동물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최근 이와 비슷한 저서가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반려동물에 대한 저마다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들이 커진 듯하다. 꼭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더라도 동화 같은 따스함을 느끼고 싶다면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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