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개 고마워 - 반려견과 함께한 소소 행복 일상
이달래 지음 / 책밥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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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으면 허공을 한없이 바라보는 반려견 ‘첸’

[리뷰] 『너라는 개 고마워 (반려견과 함께한 소소 행복 일상)』(이달래 저, 책밥, 2018. 10.24)

 

“짧디 짧은 삶이 나를 만나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기를.” 『너라는 개 고마워』의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 위와 같이 내용을 요약했다. 이 한 문장만으로 개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저자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빠는 과수원을 하셨고 동물을 좋아하셔서 닭, 오리, 강아지, 토끼, 염소 등을 다양하게 키웠다.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한 저자는 이제 개 2마리와 산다. 개들의 이름은 첸과 쿤이다. 책은 저자가 반려견들을 처음 만나게 된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담겼다. 마치 남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기분이 든다.

 

처음 개를 만났을 때 저자는 가장 먼저 서열 정리를 하려 했다. 주인이 우선이고 개가 다음이라는 인식을 만들려 했다. TV 볼 때나 휴식을 취하고 또 잠을 잘 때 각자의 침대에서 자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주인에게 거절당한 경험이 있던 반려견 첸에게 서열을 정리하고 복종 훈련을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을 했다. 고민은 즉시 행동으로 옮겨졌고 “사랑받고 있다”는 행복감을 먼저 알려주고 싶어 이후로 쭉 같이 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경험 속에 녹아들어 있는 반려견 정보

 

책은 여타 반려견 서적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잔잔했고 밋밋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프리랜서인 만큼 책 중간 중간 4컷 만화를 끼워 넣은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림이 함께 있어 책이 더욱 순수하게 느껴졌다. 또한 저자는 자신이 경험으로 익힌 정보들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식이어서, 일방적으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입하는 ‘정보란’을 섹션을 구분하는 책들과 차별성이 있었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옷을 입거나 모자를 쓰면 반려견들은 불안함을 느낀다. 이러한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 저자는 현관문에 서서 강아지에게 나갔다 오겠다는 손 인사를 하고 집을 나가 5초 세고 다시 들어온다. 이를 반복해 밖에 있는 시간을 10초, 20초 늘리면 반려견은 보호자가 곧 다시 돌아올 것이란 걸 이해하며 불안을 던다.

 

강아지들은 종종 토를 하는데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저자는 바닥에 하얀색 거품을 발견했다. 첸이 토를 한 것이다. 여기서 강아지 토 색깔에 따른 증상을 추가로 설명됐다. 노란색은 주로 공복에 발생하는 토이고, 흰색에 거품이 있으며 공기가 들어갔거나 기침으로 인해 나오는 토이고, 분홍색은 피가 섞인 토라는 것이다.

 

책은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많다. 그러나 오로지 개를 예찬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었다. 반려묘를 키우는 주인들로서는 크게 공감하지 못할 경험들이었다. 읽는 내내 고양이에 대한 생각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반려 동물을 키우는 주인들의 마음 전체를 정확히 꿰뚫어 묘사한 부분들이 많다. 강아지 첸이 다양한 물건을 물어뜯어 강제로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게 됐다는 부분에서 소파를 마구 뜯어 강제로 공간을 비우게 된 반려묘 주인들의 상황이 떠올랐다.

 

중성화 수술 부분에서도 공감이 많이 간다. 사람이랑 함께 살기 위해 강아지나 고양이가 꼭 받아야만 하는 통과 의례 같은 수술이다. 반려 동물들은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모른 채 수술대 위에 오른다. 중성화 이후 동물들의 식탐은 늘어난다. 호르몬 변화 때문에 비만이 올 수 있기에 사료 량을 조절해 건강이 나빠지지 않도록 주인들이 신경을 써야 한다.

 

개와 주인의 공생 스토리

 

문구들 가운데 우스갯소리가 많다. “우리 강아지는 어쩐지 뛰어오면 고라니 같아서 그 외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도망가고 싶어 한다.” 이 부분에서는 개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았어도 저자가 어떤 느낌의 개를 키우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신혼 생활 중인 저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조언과 잔소리를 자주 듣는다. 일하랴 집에 와서 청소하랴, 힘들고 귀찮을 텐데 그냥 다른 집에 개를 보내라는 말. 개를 키울 바에야 애를 키우지 차라리! 그렇게 해가지고 언제 애 가질 것이냐는 잔소리.

 

하지만 첸을 어디론가 보낸다는 생각을 저자는 해본 적이 없다. 저자는 첸이 감기에 걸렸을 때 물티슈를 뜯어 이마에 대어주며 밤새 물티슈를 갈았다. 이미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예뻐하는 마음과 달리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저자는 서로 힘들지 않고 공생할 수 있도록 간식이나 장난감을 사며 무언가를 했다.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첸은 시간이 흘러도 3살 아이처럼 모든 것을 케어 해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첸을 데려온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저자의 개 첸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교배종이다. 이로 인해 유전적 장애가 생겨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집에 없을 때 빨간 쿠션 위에서 허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첸의 모습을 저자는 CCTV로 여러 차례 보았다. 여러 사건들로 인해 반려견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로 결심했고 ‘쿤’이라는 같은 강아지를 최근 입양하게 되었다. 책에서 가장 분위기가 고조되면서도 독특한 특징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반려견 없이 살아가던 한 사람이 개를 만난 후로 어떻게 변하고 성장하게 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개와 공감하고 소통하고 또 서로 조심한다면 우리는 동물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최근 이와 비슷한 저서가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반려동물에 대한 저마다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들이 커진 듯하다. 꼭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더라도 동화 같은 따스함을 느끼고 싶다면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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