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알면 음식점이 성공한다 - 프로마술사, 최면술사가 알려주는 무의식 활용한 식당 창업, 경영 기법
이경호 지음 / 율도국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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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해셰프 요리가 언제나 맛있는 이유

[서평] 심리학을 알면 음식점이 성공한다 (프로마술사, 최면술사가 알려주는 무의식 활용한 식당 경영기법)(이경호, 율도국, 2019.09.20.)

 

요새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창업이다. 어떻게 하면 40대 중반 이후를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뜻밖에 심리학에 있는 듯하다. 최근 읽은 책 심리학을 알면 음식점이 성공한다의 저자 이경호 씨는 프로마술사이자, 최면술사이면서 동시에 여러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장기인 심리학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더 많이, 편하게, 자주 올지를 고민했다.

 

우선 책을 읽으면서 연미복란 단어가 흥미로웠다. 처음 듣는 단어인 연미복은, 남자용 서양 예복이라고 한다. 마술사들이 흔히 입은 옷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 옷에 연미복이라는 용어가 있었다니 처음 알았다. 아무튼 이경호 저자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들이 결국엔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서 심리학이란 바로 사람들의 무의식을 톺아보는 것이다. 가게를 하나 차려도 인간의 무의식을 들여다봐야 잘 된다.

 

심리학을 알면 음식점이 성공한다는 인간의 무의식이 마치 큰 도서관처럼 많은 장서를 저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자신의 기억 속에 저장돼 있는 책들을 하나씩 꺼내어 들춰본다. 자신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책에선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무의식 속의 장기 기억은 마치 큰 도서관의 수많은 책처럼 저장 되어있고 정체되어 있어서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11)

 

 

무의식을 알아야 장사가 잘 된다

 

나중에 꼭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바로 정신분석학이다. 이 책 심리학을 알면 음식점이 성공한다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용어들을 많이 차용했다. 우선 프라이밍 효과라는 게 있다. 여기서 프라이밍은 점화를 나타낸다. 시간 순서상 먼저 점화된 정보가 나중의 정보에 영향을 끼치는 걸을 말한다. 임베디드 커멘드는 일종의 간접 최면으로서 잠임 명령어이다. 서브리미널 효과는 워낙 유명해서, 영화를 보다가 콜라 먹어!, 라는 용어를 넣으면 더 많이 상품이 팔리는 것을 뜻한다.

 

심리학을 알면 음식점이 성공한다에는 사업하시는 사장님들을 위한 팁들이 많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월 지출이 더 나가더라도 1층으로 정하는 것이 낫다.”(17)

 

본능적으로 인간은 적에게 노출이 되어 있지 않아 안정적이며 언제든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21) 스카이라운지가 좋은 이유다.

 

사실 혼밥족은 혼자 있고 싶은 게 아니라 굉장히 외롭다.”(27)

 

책에선 우리가 흔히 보는 요리 프로그램을 분석한다. 자주 보는 냉장고를 부탁해같은 경우, 그 과정 속에서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최면에 걸린다. 그 요리사가 대단하다거나, 방송이니까 허투루 내보낼 수 없다는 믿음, 먹어보면 정말 맛있을 것이라는 플라시보 효과까지 말이다. 방송은 시간도 제한되어 있어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게스트들이 맛있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사소해보일 수 있는 광고 전단지를 제작할 데에도 고객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게 이경호 저자의 조언이다. 여기선 임장감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임장감이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우주 관련 영화를 보면서 마치 내가 우주를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게 바로 임장감이다. 책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광고제작을 해야 하는지까지 디테일하게 설명돼 있다. 아울러, 이경호 저자는 음식문화와 장례문화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시각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석을 팔 때도 보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보석을 하고 있는 고객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게 중요한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경호 저자는 장사를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다. 동굴 안에 들어가기로 했으면 즐겨야 한다. 언제 나올지 고민만 하고 있으면 즐길 수 없다.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모른다. 사업을 하려면 나 자신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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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구름이었다 시인수첩 시인선 26
방수진 지음 / 문학수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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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깨가 아니라 그 틈에 기대고 싶다

[서평] 한때 구름이었다 (시인수첩 시인선 026)(방수진 시인, 문학수첩, 2019.08.16.)

 

나는 한때 시인을 꿈꿨던 적이 있었다. 습작도 해보고, 내 시를 시인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시인의 집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인 적도 있다. 그러나 나는 결국 시인이 되지 못했다. 시인의 감수성으로 밥을 벌어먹고 살기엔 내 깜냥이 부족했던 것이다. 가을을 맞아 반가운 시집 한 권을 읽고 있다. 바로 방수진 시인의 한때 구름이었다이다. 우리는 한때 구름이었다가 비였다가 사라진다.

 

첫 시인 <연히>부터 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지금 밖에는 가을비가 내린다. 태풍의 영향이긴 하다.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우산 쓰고 그 안에 폭 들어가 있던 날들이 생각난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시절. “교집합은 아름답다”(14)는 시인의 말이 성큼 다가온다. 비를 유난히 좋아하는 우산장수아이디를 가진 친구가 떠오른다. 비는 감성을 자극한다.

 

10년 전에 등단하고, 이제야 첫 시집을 낸 방수진 시인은 중국에서 대학원을 다녔다. 방 시인은 중국의 변방인 티베트나 광시 등을 많아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한때 구름이었다에는 실크로드나 중국 변방의 한 거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허 희 문학평론가는 방수진은 관념의 형이상학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육체의 현상학자다. 허황된 말을 남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127)라고 적었다.

 

 

형이상학보단 현상학에 가까운 시들

 

방수진 시인의 시들은 조금 어둡고, 그런 과거를 지닌 듯하다. 상처들이 시인 주위를 맴돌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의 감정>이란 시에선 둥글지 못한 자신의 생을 반추하는 듯하다.

 

직선이 제 팔을 꺾어 곡선이 될 때 수만 개의 관절이 부서지고 뒤틀린다. 차마 둥글어지지 못한 것들은 각이란 허공을 가지지.”(19)

 

방 시인은 심지어 <무인반납기>에서 왜 슬픔은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가”(21)라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결국, 우리 인생은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미친다. “왜 미소는 타인을 위해서만 존재하는지 깨닫곤 했었다”(20)

 

한때 구름이었다에는 가을에 걸맞은 고독과 애수를 드러내는 시들이 많다. 아래에선 직접 각 시들과 인상 깊었던 시구들을 옮겨본다.

 

<자라나는 소년들>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바람이라 부릅니다.”(42)

 

<자라나는 소년들 2>

풀은 우리보다 빨리 자라고

웃음은 자작나무보다 빨리 떨어져요.“(44-45)

 

<아마존 일기>

울지 말고 날아가라 기대를 저버리는 순간

어른이 되는 거야

살들아 살들아 침 흘리는 치욕들아“(55)

 

<어떤 불시착>

뒹굴뒹굴 두 생애가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61)

(임신한 한 여성과 곧 태어날 아기를 비유)

 

<낙엽을 버티는 힘>

가랑비 몇 방울에도 못 이기는 척

떨어지는 잎사귀가 있다

잎맥 끝자락부터 몸을 뉘어 놓는, 허나

누군가의 어깨 위로 제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낙엽과 낙엽 사이 그 허공의 힘으로 눕는다“(71)

 

<보도블록, 미완성 3악장>

너와 내가 걷는 이 보도블록, 그 위로

많은 어깨들이 부딪히고 떠났다

서로의 틈새를 메워 가는 일

이 겨울

안방과 건넛방 사이의 거리가 서서히 좁아지고 있다“(85)

 

<그날들>

감기약도 제 캡슐을 벗고 싶을 때 있었을까

나의 여름이 아버지의 겨울을 이기고 싶었던 것처럼“(89)

 

<가로등>

진실로 외로워 본 자들은 알지

어둠이 어둡지 않다는 걸

너무나 밝고 환해서

한 번의 마주침으로도

시력을 잃기도 한다는 걸“(102)

 

<무너지는 진화>

자신의 피를 맛본 사람만이 어둠을 견딜 수 있다”(120)

 

허 희 문학평론가는 방수진 시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시에 깊이·넓이·입체가 존재함”(137), “방수진의 구름에서 반짝거리는 걸 살펴보라는 조언”(138). 오랜만에 좋은 시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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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누리는 소소한 행복 - 꿈과 희망을 주는 간이식의 모든 것
한기진 지음 / 스타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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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를 개 패듯 한 게르만족하루의 소확행

[서평하루하루 누리는 소소한 행복(한기진스타북스, 2019.08.26.)

 

간을 뜻하는 영어는 ‘liver’이다간은 이식해도 이식자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이 책 하루하루 누리는 소소한 행복의 저자 한기진 씨는 평생을 IT관련 일을 했다기술 관련 컨설턴트로 오랫동안 일했던 그가 왜 한국간이식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일까이 자체만으로 책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추천사를 보니역시나 한기진 씨가 간 이식을 받은 후 당뇨와 여러 합병증을 극복했다고 한다간 이식을 받은 지 정확히 20년이다지독한 식단관리와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그 후 한기진 씨는 젊은이들의 취업과 간이식으로 힘들어하는 환우들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다른 추천의 글을 보면▶ 합병증관리 ▶ 음식조절 ▶ 운동이야말로 한기진 저자가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수술 직전 1년간은 몸 전체에 고통이 너무 심해 생의 모든 것을 포기했다밤에는 이 고통이 더욱 심해 잠을 이룰 수 없었다.”(10)

 

일에 몰두하며 산다는 것은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데 더 큰 힘이 되었다.”(1415)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대군을 이끌고 게르만족을 정복하러 갔다가 큰 깨달음을 얻는다야만족이라 치부되던 게르만족에게 사자를 풀었더니처음 보는 동물이라 개라고 여겨 물리친 것이다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진다한기진 저자 역시 70세이지만그가 하려는 것들은 정말 소중한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사는 것이다한기진 저자는 3H, 즉 건강(Health), 행복(Happiness), 도움(Help)를 추구한다그 구체적 방법은 3S, 즉 느리게(slow), 단순하게(simple), 작게(small)이다.

 



사자를 개 패듯 한 게르만족의 마음가짐

 

이사로까지 승진하며 잘 나가던 한기진 씨는 만성간염이 급성간염으로 바뀌었다그때부터 고단백 음식을 먹고충분히 잘 쉬며운동을 해야 한다책에서 눈에 띄는 건 민간요법이다병원에서 하는 치료는 표준에 맞춰서 진행되기 마련이다한기진 저자는 아내의 헌신이 없었다면 진행하기 어려웠을 치료였다고 회고했다아내는 직접 뜸 뜨는 것을 배우기도 했다춘천까지 가서 뜸을 배운 것이다아래 글귀를 보자.

 

쑥뜸을 매일 한 시간씩 뜨고녹즙기로 싱싱한 야채 및 인진쑥을 갈아 아침저녁으로 마시고스콸렌칼슘 가루단백질 가루 등을 복용하고가물치장어 등을 삶아 곰탕으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복용하였다민들레 뿌리를 가루로 만들어 먹고굼벵이도 좋다는 소리에 그것도 먹었다.”(32)

 

죽음에까지 이르러 모든 걸 포기하려고 했던 7개월한기진 저자는 중국도 다녀오는 등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보았다삶의 희망을 포기하려던 그때 병원에서 한기진 저자와 같은 혈액형의 뇌사자의 간을 확보했다기적이 일어난 것이다하지만 18시간의 걸친 수술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고몇 주 동안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야했다한 마디로 혼상태그러나 한기진 저자는 잘 살아남았다.

 

어떻게 간 이식 합병증을 극복했나

 

이 책 하루하루 누리는 소소한 행복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간 이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첫째는 생체 간 이식이다살아 있는 가족이나 같은 혈액형 사람으로부터 간 이식을 받는 것이다둘째는 사체 간 이식이다죽어 있는 사람으로부터 살아 있을 때 동의를 얻어 간을 이식받는 것이다서구문화에서는 장기 기증 문화가 일반적이어서 사체 간 이식이 활발하다하지만 우리나라는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간 이식을 받는 생체 간 이식이 대다수다.

 

모든 합병증이 다 위험할 수 있지만간 이식 수술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합병증은 당뇨와 면역력 감소로 알려져 있다.”(46)

 

한기진 저자는 당뇨와 합병증으로 배변에 큰 문제를 겪었다잘 참지 못하고바지에 싼 것이다한 번은 해외에 나갈 때 바지에 실례를 범하는 바람에 팬티도 안 입고 비행기를 탄 적도 있다고 한다그는 병원비 등을 벌기 위해 악착 같이 일했다지금은 그래도 간 이식 관련 비용이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국민건강보험 등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어떻게 합병증과 당뇨 등을 이기고 완치했는지 비법이 나온다그건 바로 마음가짐이었다무슨 너무 간단한 얘기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허나병을 병으로 여기지 않고건강할 자신이 있다고 다짐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신체의 출발선이다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보면서 밝은 미소를 짓는다는 한기진 저자화날 땐 바보 같이 웃자는 게 그의 조언이다.

 

몸이 아파야 비로소 자신의 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차린다명심하자내일이 오려면 오늘이 건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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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맹가노니 - 이야기의 탄생
이송원 지음 / 문예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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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등에 업은 영화적 허구, 자기성찰을 따라야

[서평] 나랏말싸미 맹가노니 (이야기의 탄생)(이송원, 문예출판사, 2019.08.08.)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탄생할까? 영화 <나랏말싸미>를 흥미롭게 보았다. 한글 창제설 관련 논란만 없었다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젠 고인이 된 전미선 배우의 연기는 출중했고, 세종역의 송강호와 신미스님역의 박해일이야 믿고 보는 배우가 아니던가.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밥은 빌어먹어도, 진리는 빌어먹을 수 없다.”였다.

 

때마침 영화 <나랏말싸미>의 시나리오 작가가 책을 냈다. 바로 나랏말싸미 맹가노니의 저자 이송원 씨다. 지은이의 약력을 보니, 정말 인생 파란만장하다. 영화를 수입해서 소개하는 일을 하다가 영화판에 뛰어들었고, 어찌어찌 하다보면 기획된 영화가 엎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기어이 살아남아 세종의 한글창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역사 속 실존인물을 다룰 때, 주인공이 만만해 보이지 않으면 시나리오를 쓸 수 없다.”(28)

 

영화의 시나리오는 과연 어떻게 탄생하는가? 역사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알아야 하는, 알고 싶은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래서 시대극은 언제나 주목을 받는다. 이송원 작가 역시 시대극을 많이 써온 듯하다. 그렇다면 좋은 작품은 어떻게 쓰이는가? 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영화 일을 하면서 얻은 작은 깨달음이 있다. 행복한 인간은 결핍을 느끼지 않으며 절박한 결핍이 없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역설.”(30)

 

훈민정음이 위대한 창작물이라면 그 뒤에 거대한 결핍이 없을 리 없다. 이것이 드라마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의구심을 품고 실록을 들여다봤다.”(30)

 

외국 영화를 많이 보아온 필자로서는 시대극이 요새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남의 역사를 알아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이게 영화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골 때린다. 역사를 건드리지 않고 영화를 만들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재미난 영화가 대박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를 어떻게든 흥미롭게 끄집어내야 한다.

 

터무니없는 날조는 지양하더라도 영화적 허구를 위해 어느 정도의 역사 왜곡은 불가피하다....이마저도 허용할 수 없다면 영화가 아니라 역사서를 봐야 할 것이다.”(42)

 

이송원 작가는 영화 <사도>의 극본을 맡기도 했다. 영화 <나랏말싸미>의 감독인 조철현 씨 역시 <사도>의 극본을 함께 썼다. 오랜 선후배 사이인 이 작가와 조 감독은 영화 <나랏말싸미>로 뭉쳤다. 과연 작가로서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노이즈 마케팅처럼 보이기도 했던 한글 창제 관련 논란들은 무엇이었을까? 이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산재한 기록들을 꿰뚫고 있는 역사의 맥락, 인물들 마음의 맥락을 드러내자면 영화적 허구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그 허구의 성은 자기가 살아온 삶과 정직한 자기성찰의 기초 위에 쌓아야 한다. 기억의 저편에 가둬두고 싶은 치부조차 끄집어내고 녹여 넣어야 한다.”(44)

 

이송원 작가는 잘 알려진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지금에 맞게 해석하고, 의견을 덧붙이는 게 바로 스토리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의 본질이란 아마 거기에 있지 않을까? 관속에 누워 있는 세종의 얼굴을 떠올리며 써내려간 시나리오가 바로 <나랏말싸미>. 세종대왕은 과연 한글 창제를 만족해했을까? 글자를 만들어낸 과정에 정말 어려움은 없었을까?

 

이 책 나랏말싸미 맹가노니조철현 감독의 이야기나, 공동작가 금정연 씨 후서, 기획자 우석훈 씨의 보론 등이 읽는 맛을 더한다. 영화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참고하길 바란다. 아마, 한국영화의 한 계보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나랏말싸미>주인되어 떠나는 나그네등 주옥같은 대사들이 참 많다. 그 중에 신미스님의 대사로 이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복숭에 속에 씨가 몇 개인지는 누구나 알지만,

그 씨 속에 복숭아가 몇 개 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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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 말주변 없는 사람을 위한 대화 처방전 36
가와시마 다쓰시 지음, 김은선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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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배우들과 대화하며 터득한 소통의 기술!

[서평] 어색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가와시마 다쓰시, 김은선 역, 예문아카이브 2019.08.26.)

 

이 책의 부제는 말주변 없는 사람을 위한 대화 처방전 36’이다. 어색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표지에는 맨홀에 빠진 듯한 청년이 저 사람은 어떻게 센스 있게 말을 잘할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을 쓴 가와시마 다쓰시는 현재 다이렉트 커뮤니케이션 대표이다. 희한하게도 이 저자는 어릴 때 대인공포증을 심하게 알았다고 한다. 역설적이지만, 자신의 단점을 극복해가며 우리는 전문가가 된다.

 

좋은 느낌의 대화란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날 때 발생한다. 대학교 생활도 순탄치 않았던 저자 가와시마 다쓰시는 극한의 괴로움 속에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다가온 것이다. 그래서 그는 TV 속 이야기와 대화들을 적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또한 포스터의 배우들과 대화를 해가며 커뮤니케이션 연습을 했다. 수 천 번 이상 연습을 한 결과, 가와시마 다쓰시는 드디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접시닦이를 하라는 점장의 조언을 들을 정도로 대화를 못했던 가와시마 다쓰시 저자. 그는 카페에서 같이 일하는 좋은 동료들을 만나 입이 트이기 시작한다. 이제 그는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만들어, 자신처럼 말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핵심은 9가지다. 1. 질문을 하되 취조하지 않는다. 2. ‘5W 질문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다. 3. 대화 중반에는 감정 질문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4. ‘모방 복창을 남용하지 않는다. 5. ‘환언 복창으로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6. ‘절반 질문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7.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면 5분 전 이야기로 돌아간다. 8. 질문에 답할 때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9.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내용에 포함한다.(12)

 

 

잡담은 상대방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드는 작은 아이디어다.”(15)


대인공포증 극복하고 커뮤니케이션 강사로

 

계절과 날씨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소재이다. 사시사철 변화도 무쌍하니 계절 이야기로 시작하면 어떨지, 가와시마 다쓰시 저자는 조언한다. 또한 스마트폰에 다 있는 메모장을 이용해 간단하게라도 ㅋㅋㅋ할 수 있는 이야기를 메모하면 좋다.

 

시종일관 가벼운 잡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말솜씨가 좋으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30)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해주면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되고, 가장 즐거웠던 기억을 상기하며 이야기하게 되어 분위기가 좋아진다.”(36)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방과 오해가 생길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참 난감하다. 가와시마 다쓰시 저자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명심하자. 그리고 실천해보자.

 

오해가 생길 때는 그 자리에서 정확한 의도를 설명한다.”(43)

 

어색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에는 알아두면 유용한 대화법이 중간 중간 소개된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건 조리 있게 말하려면 ‘3X3’ 법칙을 활용하라는 점이다. 좋은 점을 세 가지를 제시하거나, 요점을 세 가지로 정리하는 등 이야깃거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에필로그에서 저자 가와시마 다쓰시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만나며, 커뮤니케이션할 때 우리의 외연은 확장된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바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다. 아울러, 그는 자기 긍정이 좋은 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 연결고리를 갖는 것은 곧 자유를 확장하는 일이다.”(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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