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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넌 누구냐? - 색깔 있는 술, 막걸리의 모든 것
허시명 지음 / 예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당연하게’ 우리의 것이기에 너무나도 ‘무심했던’ 우리들.


막걸리 열풍이 일어나면서 연달아 막걸리에 대한 방송들이 제작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방송들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일본인 야마시타씨의 막걸리 기행 이였습니다. 그는 단순히 막걸리라는 술을 아는 것이 아니라 막걸리라는 문화 자체를 이해하고 있는 외국인 이였습니다. 저는 그 방송을 보면서 외국인이 우리도 소홀한 한국의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배운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동시에 우리가 소홀히 하는 동안 우리의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조바심을 갖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막걸리를 조금이라도 더 알려줄 수 있는 막걸리에 관한 책이 많이 출간되기를 바라고 있었고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막걸리, 넌 누구냐?’라는 책의 등장은 참 반가운 소식 이였습니다.


‘막걸리는 한국 술의 막내다. 누군가는 막걸리를 두고, 청주를 떠내고 남은 술 찌꺼기를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그 찌꺼기를 헹궈낸 사생아 같은 술이라고 평한다. 처음부터 의도하진 않았지만, 뜻밖에 생명을 얻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보자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막걸리는 우리 민족에게는 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막걸리는 일꾼들의 힘을 돋우는 노동의 벗이었고, 시인을 노래하게 하는 밥이었고, 노인을 봉양하는 우유였다. 우리는 술지게미를 양식 삼아 어려운 시절을 넘기기도 했고, 술지게미로 살림을 꾸린 ‘조강지처’도 만들어냈다. 막걸리는 서민과 고락을 함께한 동기간 같은 술이다’

이 책의 시작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막걸리가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또 우리는 이 술을 왜 이리도 지독하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해 주고 다시 한 번 기억하게해줍니다. 우리에게 막걸리는 삶의 달고 쓴맛을 함께하는 술이 였고 우리를 지켜준 아버지의 고난을 달래주던 술이었기에, 우리에게 막걸리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추억을 그저 오래된 것으로만 생각하고 이 전통주가 얼마나 멋있고 매력 있는 술인지를 잊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저 ‘술’로서 막걸리를 대할 때 일본은 막걸리를 주목하고 있었고 이제는 ‘김치대란’처럼 우리의 것임에도 우리의 것임을 증명해야할 위기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좋은 읽을거리이며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처음, ‘막걸리 넌 누구냐’에서는 우리가 잘 구분하지 못하거나 헷갈려하는 탁주와 막걸리 또는 동동주와 막걸리 같은 명칭의 차이를 설명해주고 막걸리의 도수 변화나 맛의 변화가 어떤 이유로 시작된 일이며 이 변화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자세히 알려줍니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의 삶과 막걸 리가 얼마나 가까이 살아온 것인지 알게 됩니다. 이외에도 막걸리를 빚는 방법이나 누룩 소개 글에서는 단순히 정리를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자세한 방법이나 누룩 제조장 연락처 같은 쉽게 알기 힘든 정보들이 담겨있습니다.

두 번째, ‘대체 술이야, 약이야?’ 에서는 막걸리가 단순히 고단한 서민들을 위로해 주는 값싼 술의 이미지로 남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얼마나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려줍니다. 알코올 도수와 열량이 낮으며 필수 아미노산이 가득하고 풍부한 유산균과 살아있는 효모, 피로회복에 좋은 유기산 등 건강주로서의 막걸리를 시작으로 막걸리 다이어트, 막걸리 마사지, 막걸리 비누, 막걸리 식초 같이 막걸리 그 자체만이 아니라 막걸리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설명이 아닌 막걸리 비누를 제조하는 방법이 자세히 적혀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세 번째, ‘전국 막걸리의 다양한 매력 속으로’에서는 방송에서 여러 번 소개된 부산의 금정산성막걸리부터 민가에 전승되는 여섯 가지 탁주까지 다양한 양조장 순례 글에 그 양조장에 얽힌 옛이야기까지 함께 담겨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P.118) ‘포천막걸리의 정체성을 찾아라.’라는 내용에 나온 글로서 ‘ ‘포천일동막거리’를 생산하는 (주)상신주가는, 일본의 c업체가 2008년 11월 일본 특허청에 ‘포천막걸리’와 ‘포천일동막걸리’ 상표를 출원해서 등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방송과 신문사에서 일제히 이 사실을 뉴스로 다루면서 기치가 기무치가 되어 세계시장에 돌아다니듯, 막걸리가 막코리가 되어 세계를 석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 라는 부분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대형 주류회사가 아닌 양조장에서 상표등록을 하기에 비용의 문제 크고 그 당시 해외로 수출하는 막걸리의 비중이 작아 일본시장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며 지명이 들어간 상품은 상표등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지리적 표시제 등록을 추진하겠다고 하나 이는 근본적인 보호책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김치대란’을 통해 그 분함이 어떤 것임을 겪고도 여전히 아무런 준비 없이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황당하기도 했고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네 번째 ‘막걸리, 우리 문화에 말을 걸다’에서는 세계 속의 막걸리, 막걸리 열풍 속의 막걸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 이였습니다. 이 중 ‘막걸리는 값싼 술이 아니다’라는 부분에서 서민의 술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막걸리는 막연히 값싼 술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우나 제조원가가 높은 고급술이며 싸기 때문에 품질이 낮거나 저급하다는 것은 억울한 말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서민의 술 중 가장 알찬 술인 막걸리의 매력이 다시 한 번 빛나는 부분 이였습니다.

다섯 번 째, ‘요리조리! 막걸리를 디자인하다’에서는 집에서 손쉽게 막걸리를 빚는 법이나 누룩을 만드는 법 또는 막걸리를 활용한 요리, 막걸리에 어울리는 요리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조금 더 막걸리를 가까할수 있고 자주 마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별책인 ‘하하호호! 신나는 막걸리 파티’는 막걸리로 만들거나 막걸리 파티에 어울릴만한 음식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으로 ‘모주’와 같이 흔하지 않은 소개 글도 있으나 음식을 웬만히 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음식들이 많았습니다. 이 점이 조금 아쉽기도 했으며 단순히 막걸리 파티 책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국의 특색 있는 막걸리를 마시러 갈수 있는 여행 책자였다면 더 활용도가 높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우리의 전통주인 ‘막걸리’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이해하고 싶다거나 막걸리를 담는 방법들을 살펴보고 싶다면 좋은 책입니다. 하지만 만약 막걸리 기행을 떠나기 위한 여행책자를 찾고 있다면 조금 부족할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전국 막걸리의 다양한 매력 속으로’에서 몇몇 양조장등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책의 한 부분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양조장을 다루고 있다기 보다는 매우 유명한 몇몇 양조장의 역사나 그곳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지 찾아가는 방법 등의 여행에 유용할 것 같은 정보들은 서술되어 있지 않으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가난하고 고된 과거를 함께 한 막걸리이기에 ‘서민의 술’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값싸다는 의미도, 저급 하다는 의미도 아닌 서민의 벗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젠 이 벗의 의미를 함께 한 세대보다 이런 벗의 모습을 듣기만 한 세대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습니다. 때론 그 추억을 모르는 세대이기에 막걸리를 유행에 따라 바꾸고 잊어갈까봐 걱정도 되지만 추억이 없다고 이 멋을, 그리고 이 풍류를 모를 거라곤 믿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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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빵집
이병진 지음 / 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 집은 맛있는 것에 너그러운 편입니다. ‘맛있는 것’을 ‘즐겁게’ 먹는 것도 삶의 기쁨 가운데 하나라고 굳게 믿는 분위기 속에 자라온 저 역시 당연히 맛있는 것에 약합니다. 몸에 안 좋은 것임을 알면서도, 매달 초 약속한 다이어트에 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맛있는 것이라면 살짝 눈을 감고 먹어줍니다. 다행히 다들 ‘미식’과 함께 ‘타고난 체질’도 갖고 있는 것인지 건강하게 지내오고 있으니 아마 이 책 저자의 머리말에 적힌 ‘나는 내 몸이 허락하는 동안 달콤함과 고소함이 주는 즐거움을 계속 누리고 싶다’는 말처럼 우리 가족도 계속 이 ‘미식’의 길을 걷겠지요.^^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요즘은 맛있는 것들이 더 맛있으려고 노력한 다기 보다 비슷해지려고만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맛집’보다 ‘체인점’이 늘어나면서 큰 실패 없는 ‘맛’을 만나는 것이 쉬워진 만큼 다른 ‘맛’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빵집’은 간판에 파란색, 초록색 혹은 갈색 등의 옷을 입고 같은 이름표를 달고 거리에 쭉 늘어서 비슷한 빵들만을 내어놓으면서 비슷비슷함만을 자랑합니다. 저는 그런 점이 항상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기에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며 ‘이 집은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진짜 빵집 지도를 가르쳐주겠다는 저자의 말이 저를 참 다정하게 꼬드겼습니다.


이 책은 ‘자연, 순리의 가치를 일깨워준 블랙 올리브빵 - 서울.홍대/폴 앤 폴리나’ 와 같이 빵집의 전체를 소개하기 보다는 주로 한 가지 빵을 선택하고 그 빵을 선택한 이유, 빵을 먹으면서 느낀 저자의 이야기로 이루어집니다. 빵을 선택할 때는 그 빵집에 유명세를 가져다 준 소문의 빵을 선택할 때도 있지만 올리브 빵처럼 저자의 마음이 가는대로 여행하듯 고른 빵들도 있습니다. 우리도 가끔 남들이 시키지 않은 음식을 선택하고서 운명 같은 맛있는 만남이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저자도 그와 같은 이유로 그 빵을 선택했다는 문구를 읽고서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비슷한 것인가 싶어 웃었습니다. 또 단순히 빵을 선택하고 시식후기를 남기는 범위에서 벗어나 ‘바움쿠헨’ 같은 경우는 그 완성의 어려움이나 바움쿠헨 전용 오븐 같은 빵집 속 주방의 이야기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타르트에 관한 잡담’이라는 부분에서는 맛있었던 타르트를 소개함과 동시에 전체의 이야기 전개방식과는 다르게 대화의 형식으로 타르트에 관한 생각, 마음에 든 타르트, 타르트를 판매하는 빵집을 소개합니다. 이런 점이 좋았다 라거나 혹은 이런 점 때문에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같이 즐거운 수다처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맛있는 혹은 남 다른 빵집 찾기 여행기’라는 점입니다. 사이사이 빵에 관한 지식 쪽지들을 적어두지만 절대 전문성이 넘쳐흐르지 않아 제빵에 관한 초보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호기심은 풀어주되 공부를 하지는 않아도 될 정도를 지켜주니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참 쉬운 책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고 겪어봤을 만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부분이 많아 더욱 편안하게 읽게 되는 책입니다. 그리고 종류와 지역의 다양성에 대한 도전만으로도 어느 정도 장점을 더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대부분 맛집에 관한 책들이 ‘서울’만을 다루는데 비해 미약하나마 군산, 부산, 경남 등의 지역을 다루고자 시도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기본적인 빵에서부터 타르트, 케이크, 양과자점, 호두과자 까지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빵들을 소개하고자하는 부분도 보입니다.


그러나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을 적는다면 먼저 서울 지역에 맛있는 빵집이 너무 많아서 인지 지방을 다루는 부분은 너무도 작았다는 점입니다. 전체 310쪽 중 10쪽부터 180쪽까지 모두 서울 지방이며 나머지 186쪽부터 310쪽 까지가 그 외의 지역인데 그 중 서울 인근을 제외하면 지역 빵집을 다룬 부분은 더욱 자그마하게 줄어듭니다. 또 한 가지를 더 꼽자면 역사와 함께한 빵집들의 소개는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빵집들이 생겨나면서 ‘프랑스’나 ‘독일’의 본래 빵에 근접한 맛을 완성해가는 부분은 있겠지만 우리와 시간을 함께하면서 한국형으로 자리 잡은 빵집들의 빵을 보고 싶었었는데 274쪽의 군산 ‘이성당’과 같은 역사 속 빵집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빵집들의 선전을 바랬던 저로서는 참 아쉬운 부분 이였으나 이 점은 저자가 다녀온 후 맛집에 넣을 수 없었던 것인지 새로 생겨난 빵집들 중 유명한 곳이 너무 많아 그 유명세에 오래 된 빵집들이 밀려버린 것인지 그 뒷사정을 자세히 알 수 없기에 개인적인 안타까움으로 접어둡니다.

이 책은 정말 맛있는 빵집 찾기에 충실한 책입니다.

빵집을 찾아 빵을 맛본 이야기를 적고서 자신처럼 맛있는 빵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쉽게 그 곳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작은 지도도 매번 담아두었습니다.

그렇기에 맛있는 빵을 갈구해왔던 사람들에게는 빵집 보물 지도를 선물 받은 것 같은 책이 될 것이고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을 듣고자 했던 이들에게는 기초적이고 ‘맛’에 충실한 책이기에 아쉬움을 맛보게 해 줄 책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자신이 사는 곳의 ‘맛있는 빵집 지도’를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이 너무도 즐거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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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Style (올 어바웃 스타일) - 정윤기 스타일을 말하다
정윤기 지음 / 한스컴퍼니앤조이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멋쟁이’

나는 이 말이 듣고 싶어 최근 꽤나 노력한다. 하지만 그 말이 탐이 날수록 그 말이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깨닫고 있다.

내가 욕심내는 ‘멋쟁이’는 꽤나 호사스럽고 까다로우며 새침스럽다. 비싼 옷을 입고 명품 백을 드는 멋쟁이는 솔직히 욕심이 없다. 물론 가격표에 0 수를 세기 겁날 만큼 비싼 명품 제품이 모양이나 색깔도 멋지게 나와서 나의 눈을 사로잡을 때면 욕심이 생길 때도 있지만 나는 그 보다 엄마옷장의 70년대 빈티지 드레스도, 동생 옷장의 가죽 라이더 재킷도 내 스타일로 멋을 낼 수 있는 그런 멋쟁이가 되고 싶다. 그리고 ‘옷을 차려입은’ 멋쟁이보다 ‘말투와 행동도 멋이 나는’ 그런 멋쟁이가 되고 싶다. 이렇게 욕심이 많다 보니 준비할 것들이 많아 호사스럽고 그 구색을 맞추기에 까다롭고 멋쟁이라는 기준 선이 나를 호락호락 넘겨주지 않고 여간 새침스럽게 구는 게 아니다.

내가 지금껏 보면서 가장 ‘멋쟁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헐리웃 스타도 아니고 매번 유행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패션스타도 아닌 ‘tim gunn’이였다. 반듯한 정장을 입고서 냉정한 듯 한 외모를 하고 정중한 말투의 말을 던질 때마다 ‘아! 저런 사람이 진짜 멋쟁이 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멋 부림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고 보던 텔레비전에서 자신에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제대로 갖춰 입고 ‘제대로 옷 입기’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예쁜 말투로 신이 나서 설명하는 ‘정윤기씨’를 보고서 ‘멋쟁이 발견!’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게는 욕심이 날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스타일에 대한 욕심은 많은데 이놈의 ‘스타일’이라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나도 누군가 ‘그 옷은 아니야- 이 옷을 이렇게 입는 게 어때?’라고 조언해 줄 만한 사람이 옆에 있든가 아니면 나를 조금이라도 이끌어 줄 참고서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패션 관련 책들이 초기에는 외국 발행 서적이라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스타일’과 ‘엣지’라는 유행어가 등장하면서 쏟아져 나온 많은 책들은 유행에 맞추어 쏟아낸 만큼 가볍고도 가벼웠다. 이런 실패와 실망이 거듭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와 관련된 책들에는 무관심 해져 버렸는데 이번에는 표지에 적힌 ‘정윤기 스타일을 말하다’ 라는 문구가 나를 한 번에 사로잡았다. 매번 관심 있게 보던 정윤기씨의 책이기도 했고 텔레비전에 등장할 때마다 유용한 멋 내기 조언을 던지던 그였던 만큼 정윤기씨가 가르쳐 주는 ‘스타일’을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모두 읽은 지금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면 이 책은 나의 기대와는 달랐다고 말을 하고 싶다.


‘정윤기 스타일을 말하다’라는 문구를 보며 나는 정윤기씨가 ‘스타일’에 대해 내게 말해주고 가르쳐 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이 책은 ‘정윤기씨 스타일’에 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나처럼 단순히 패션에 대해 좀 더 직접적인 조언을 얻고자 했다면 이 책이 기대와는 달랐을 것이고 스타일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자 했다면 만족스러운 책이었을 것이다.


물론 책의 사이사이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보통 곤란해 하는 패션에 대해 비법을 알려주고 해답을 말해주면서 관련 정보를 함께 전해주는 부분은 분명히 도움이 되었고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책의 많은 부분이 정윤기씨의 스타일을 말하면서 정윤기씨가 스타일링 했던 스타들과의 이야기나 그 스타의 스타일링을 기본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연예인 사진은 자주 등장하는데 패션 아이템 사진은 부족하고 나처럼 ‘연예인 --의 스타일’이라는 말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여러 모로 실망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패션에 대한 조언들이 사이사이 등장하지만 너무 스타의 스타일링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보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쯤 오히려 더 멋 내기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 것이다. 분명히 조언을 들었는데 너무너무 부족한 느낌이라고 설명해야 할까나? 물론 멋 내기에 능숙한 그가 적은 책이니 만큼 반짝 반짝이는 조언들도 많았다. 다만 내가 원했던 이야기들과는 다른 이야기가 조금 더 많았던 게 내게는 아쉬웠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자신감’을 가지고 옷을 입으라는 것이었다. 초보 멋 내기로서 어쩔 줄 몰라 할 때마다 엄마께서 항상 말씀하시길 ‘자신감은 부족한 옷차림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였다. 아무리 예쁘게 차려입어도 입은 사람이 부족하지 않은가 망설이면 누구의 눈에도 예뻐보이지 않고 어색해 보인다며 그렇게 자주 말씀하셨는데 엄마말 틀린 거 하나 없다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정윤기씨도 자신감 있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조금 뜨끔 하였다.


찬찬히 수다를 떨듯 이야기를 읽고 듣는다 생각하면 문구 사이사이 전해주는 조언들이 보이고 모두가 칭찬하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에 대해 알아 갈수 있는 책이었고 직접적인 조언에 목말라 있는 성급한 초보 멋쟁이라면 조금은 갈증을 느낄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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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기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2. 죽기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  

3. 지식 E 세트 완독 

4. '구해줘'로 시작해서 기욤뮈소 저서 완독하기 

5. '밤은 노래한다'로 시작해서 저자 저서 완독하기 

6.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7.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8. 프로파일링  

9.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 

10. 르네상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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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대영 박물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7
루카 모자티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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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관 기행 : 대영 박물관

나는 흘러간 시간을 구경하는 것에 흥미가 많다. 그래서 '현대적‘인 것보다는 ’역사적‘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거니는 것을 좋아하고 유물에 관한 지식을 탐구하기 보다는 이미 지나가버려 다시는 마주할 수 없는 순간을 유물을 통해 구경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나의 취미 때문에 ’대영박물관‘ 도서에 대해서도 예술에 관한 지식인의 눈이 아니라 흥미를 가진 관광객의 눈으로 읽혀졌고 평하여 졌다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세계최초의 공공박물관이자 루브르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함께 3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대영박물관의 명성 덕에 관람에 관한 욕심은 한껏 있었으나 현실적인 제약과 영국까지 날아갈 정도로 용감하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등장은 무척 반가울 것 같다. 일단 허기진 궁금증의 일부분은 달래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전시물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되어 있다. 하나의 전시물에 관한 사진을 전면에 싣고서 그 전시물에 관한 설명을 덧붙이는 식이다. 설명에 있어서도 저자의 감상보다는 전시물의 형상을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관람기’를 들려주기 보다는 스스로 관람하고 느끼도록 유도한 점이 이런 분류의 다른 서적들 보다는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한 페이지 가득 사진을 실어 읽는 이 스스로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점도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폼 내는 많은 전시품 중에서 일 부분을 선정하는 일이 어려웠을 것인데 서양의 그리스 유적, 이집트, 아시리아와 같이 눈에 익은 부분부터 미스킨, 사초방, 술탄마호메트처럼 낯선 풍경까지 다양하게 선택하여 보여준 점도 마음에 흡족하였다.

하지만 하나의 책이 모든 궁금증을 만족시킬 수 없듯이 이 책에도 나름대로의 약점은 존재한다. 먼저 나 와 같이 전시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지 않은 이를 배려하지 않은 나열법이다. 어떤 특정 기준을 가지고 전시물이 순서대로 배열되었다면 읽기에 편했을 것인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각기 다른 전시물이 예고 없이 펼쳐져 조금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또 너무 형태묘사에 집중한 설명도 아쉬웠다. 위에서 장점으로 거론 했듯 작가의 감상을 줄여 관람의 기회를 넘겨 준 것은 좋은 시도였으나 책을 읽을 나와 같은 초보 관람객을 위해 작품에 관한 자그마한 지식을 먼저 귀띔해주고 형태 설명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하나하나의 전시물은 아름답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습관처럼 지독한 선입견은 떼어 낼 수 없는 것인지 묘한 씁쓸함은 입가를 맴돌며 사라지지 않았다. ‘대영 박물관에 진짜 영국제는 수위밖에 없다’라는 쓴맛의 농담거리처럼,

대영박물관, 그것은 문화를 만들어간 인간으로서의 역사임과 동시에 문화를 파괴한 인간으로서의 역사이다.

그곳에는 인간의 창조물이라기에 너무 위대한 문화이자 인간이기에 만들 수 있었던 문화가 담겨 있지만 그것들이 그곳에 있기 위해 식민지에 약탈자로서 들어선 인간이 있었음이 책을 보는 내내 잊혀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서평을 ‘인간이 창조한 아름다움을 보는 것에 황홀했으나 책의 마지막 장을 닫을 때 아름다움에 속에 묻혀 있던 역사가 떠오름은 어쩔 수 없다.’ 라고 마무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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