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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넌 누구냐? - 색깔 있는 술, 막걸리의 모든 것
허시명 지음 / 예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당연하게’ 우리의 것이기에 너무나도 ‘무심했던’ 우리들.
막걸리 열풍이 일어나면서 연달아 막걸리에 대한 방송들이 제작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방송들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일본인 야마시타씨의 막걸리 기행 이였습니다. 그는 단순히 막걸리라는 술을 아는 것이 아니라 막걸리라는 문화 자체를 이해하고 있는 외국인 이였습니다. 저는 그 방송을 보면서 외국인이 우리도 소홀한 한국의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배운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동시에 우리가 소홀히 하는 동안 우리의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조바심을 갖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막걸리를 조금이라도 더 알려줄 수 있는 막걸리에 관한 책이 많이 출간되기를 바라고 있었고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막걸리, 넌 누구냐?’라는 책의 등장은 참 반가운 소식 이였습니다.
‘막걸리는 한국 술의 막내다. 누군가는 막걸리를 두고, 청주를 떠내고 남은 술 찌꺼기를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그 찌꺼기를 헹궈낸 사생아 같은 술이라고 평한다. 처음부터 의도하진 않았지만, 뜻밖에 생명을 얻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보자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막걸리는 우리 민족에게는 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막걸리는 일꾼들의 힘을 돋우는 노동의 벗이었고, 시인을 노래하게 하는 밥이었고, 노인을 봉양하는 우유였다. 우리는 술지게미를 양식 삼아 어려운 시절을 넘기기도 했고, 술지게미로 살림을 꾸린 ‘조강지처’도 만들어냈다. 막걸리는 서민과 고락을 함께한 동기간 같은 술이다’
이 책의 시작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막걸리가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또 우리는 이 술을 왜 이리도 지독하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해 주고 다시 한 번 기억하게해줍니다. 우리에게 막걸리는 삶의 달고 쓴맛을 함께하는 술이 였고 우리를 지켜준 아버지의 고난을 달래주던 술이었기에, 우리에게 막걸리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추억을 그저 오래된 것으로만 생각하고 이 전통주가 얼마나 멋있고 매력 있는 술인지를 잊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저 ‘술’로서 막걸리를 대할 때 일본은 막걸리를 주목하고 있었고 이제는 ‘김치대란’처럼 우리의 것임에도 우리의 것임을 증명해야할 위기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좋은 읽을거리이며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처음, ‘막걸리 넌 누구냐’에서는 우리가 잘 구분하지 못하거나 헷갈려하는 탁주와 막걸리 또는 동동주와 막걸리 같은 명칭의 차이를 설명해주고 막걸리의 도수 변화나 맛의 변화가 어떤 이유로 시작된 일이며 이 변화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자세히 알려줍니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의 삶과 막걸 리가 얼마나 가까이 살아온 것인지 알게 됩니다. 이외에도 막걸리를 빚는 방법이나 누룩 소개 글에서는 단순히 정리를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자세한 방법이나 누룩 제조장 연락처 같은 쉽게 알기 힘든 정보들이 담겨있습니다.
두 번째, ‘대체 술이야, 약이야?’ 에서는 막걸리가 단순히 고단한 서민들을 위로해 주는 값싼 술의 이미지로 남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얼마나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려줍니다. 알코올 도수와 열량이 낮으며 필수 아미노산이 가득하고 풍부한 유산균과 살아있는 효모, 피로회복에 좋은 유기산 등 건강주로서의 막걸리를 시작으로 막걸리 다이어트, 막걸리 마사지, 막걸리 비누, 막걸리 식초 같이 막걸리 그 자체만이 아니라 막걸리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설명이 아닌 막걸리 비누를 제조하는 방법이 자세히 적혀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세 번째, ‘전국 막걸리의 다양한 매력 속으로’에서는 방송에서 여러 번 소개된 부산의 금정산성막걸리부터 민가에 전승되는 여섯 가지 탁주까지 다양한 양조장 순례 글에 그 양조장에 얽힌 옛이야기까지 함께 담겨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P.118) ‘포천막걸리의 정체성을 찾아라.’라는 내용에 나온 글로서 ‘ ‘포천일동막거리’를 생산하는 (주)상신주가는, 일본의 c업체가 2008년 11월 일본 특허청에 ‘포천막걸리’와 ‘포천일동막걸리’ 상표를 출원해서 등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방송과 신문사에서 일제히 이 사실을 뉴스로 다루면서 기치가 기무치가 되어 세계시장에 돌아다니듯, 막걸리가 막코리가 되어 세계를 석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 라는 부분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대형 주류회사가 아닌 양조장에서 상표등록을 하기에 비용의 문제 크고 그 당시 해외로 수출하는 막걸리의 비중이 작아 일본시장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며 지명이 들어간 상품은 상표등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지리적 표시제 등록을 추진하겠다고 하나 이는 근본적인 보호책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김치대란’을 통해 그 분함이 어떤 것임을 겪고도 여전히 아무런 준비 없이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황당하기도 했고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네 번째 ‘막걸리, 우리 문화에 말을 걸다’에서는 세계 속의 막걸리, 막걸리 열풍 속의 막걸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 이였습니다. 이 중 ‘막걸리는 값싼 술이 아니다’라는 부분에서 서민의 술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막걸리는 막연히 값싼 술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우나 제조원가가 높은 고급술이며 싸기 때문에 품질이 낮거나 저급하다는 것은 억울한 말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서민의 술 중 가장 알찬 술인 막걸리의 매력이 다시 한 번 빛나는 부분 이였습니다.
다섯 번 째, ‘요리조리! 막걸리를 디자인하다’에서는 집에서 손쉽게 막걸리를 빚는 법이나 누룩을 만드는 법 또는 막걸리를 활용한 요리, 막걸리에 어울리는 요리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조금 더 막걸리를 가까할수 있고 자주 마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별책인 ‘하하호호! 신나는 막걸리 파티’는 막걸리로 만들거나 막걸리 파티에 어울릴만한 음식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으로 ‘모주’와 같이 흔하지 않은 소개 글도 있으나 음식을 웬만히 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음식들이 많았습니다. 이 점이 조금 아쉽기도 했으며 단순히 막걸리 파티 책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국의 특색 있는 막걸리를 마시러 갈수 있는 여행 책자였다면 더 활용도가 높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우리의 전통주인 ‘막걸리’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이해하고 싶다거나 막걸리를 담는 방법들을 살펴보고 싶다면 좋은 책입니다. 하지만 만약 막걸리 기행을 떠나기 위한 여행책자를 찾고 있다면 조금 부족할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전국 막걸리의 다양한 매력 속으로’에서 몇몇 양조장등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책의 한 부분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양조장을 다루고 있다기 보다는 매우 유명한 몇몇 양조장의 역사나 그곳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지 찾아가는 방법 등의 여행에 유용할 것 같은 정보들은 서술되어 있지 않으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가난하고 고된 과거를 함께 한 막걸리이기에 ‘서민의 술’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값싸다는 의미도, 저급 하다는 의미도 아닌 서민의 벗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젠 이 벗의 의미를 함께 한 세대보다 이런 벗의 모습을 듣기만 한 세대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습니다. 때론 그 추억을 모르는 세대이기에 막걸리를 유행에 따라 바꾸고 잊어갈까봐 걱정도 되지만 추억이 없다고 이 멋을, 그리고 이 풍류를 모를 거라곤 믿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