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Style (올 어바웃 스타일) - 정윤기 스타일을 말하다
정윤기 지음 / 한스컴퍼니앤조이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멋쟁이’

나는 이 말이 듣고 싶어 최근 꽤나 노력한다. 하지만 그 말이 탐이 날수록 그 말이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깨닫고 있다.

내가 욕심내는 ‘멋쟁이’는 꽤나 호사스럽고 까다로우며 새침스럽다. 비싼 옷을 입고 명품 백을 드는 멋쟁이는 솔직히 욕심이 없다. 물론 가격표에 0 수를 세기 겁날 만큼 비싼 명품 제품이 모양이나 색깔도 멋지게 나와서 나의 눈을 사로잡을 때면 욕심이 생길 때도 있지만 나는 그 보다 엄마옷장의 70년대 빈티지 드레스도, 동생 옷장의 가죽 라이더 재킷도 내 스타일로 멋을 낼 수 있는 그런 멋쟁이가 되고 싶다. 그리고 ‘옷을 차려입은’ 멋쟁이보다 ‘말투와 행동도 멋이 나는’ 그런 멋쟁이가 되고 싶다. 이렇게 욕심이 많다 보니 준비할 것들이 많아 호사스럽고 그 구색을 맞추기에 까다롭고 멋쟁이라는 기준 선이 나를 호락호락 넘겨주지 않고 여간 새침스럽게 구는 게 아니다.

내가 지금껏 보면서 가장 ‘멋쟁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헐리웃 스타도 아니고 매번 유행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패션스타도 아닌 ‘tim gunn’이였다. 반듯한 정장을 입고서 냉정한 듯 한 외모를 하고 정중한 말투의 말을 던질 때마다 ‘아! 저런 사람이 진짜 멋쟁이 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멋 부림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고 보던 텔레비전에서 자신에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제대로 갖춰 입고 ‘제대로 옷 입기’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예쁜 말투로 신이 나서 설명하는 ‘정윤기씨’를 보고서 ‘멋쟁이 발견!’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게는 욕심이 날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스타일에 대한 욕심은 많은데 이놈의 ‘스타일’이라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나도 누군가 ‘그 옷은 아니야- 이 옷을 이렇게 입는 게 어때?’라고 조언해 줄 만한 사람이 옆에 있든가 아니면 나를 조금이라도 이끌어 줄 참고서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패션 관련 책들이 초기에는 외국 발행 서적이라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스타일’과 ‘엣지’라는 유행어가 등장하면서 쏟아져 나온 많은 책들은 유행에 맞추어 쏟아낸 만큼 가볍고도 가벼웠다. 이런 실패와 실망이 거듭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와 관련된 책들에는 무관심 해져 버렸는데 이번에는 표지에 적힌 ‘정윤기 스타일을 말하다’ 라는 문구가 나를 한 번에 사로잡았다. 매번 관심 있게 보던 정윤기씨의 책이기도 했고 텔레비전에 등장할 때마다 유용한 멋 내기 조언을 던지던 그였던 만큼 정윤기씨가 가르쳐 주는 ‘스타일’을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모두 읽은 지금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면 이 책은 나의 기대와는 달랐다고 말을 하고 싶다.


‘정윤기 스타일을 말하다’라는 문구를 보며 나는 정윤기씨가 ‘스타일’에 대해 내게 말해주고 가르쳐 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이 책은 ‘정윤기씨 스타일’에 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나처럼 단순히 패션에 대해 좀 더 직접적인 조언을 얻고자 했다면 이 책이 기대와는 달랐을 것이고 스타일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자 했다면 만족스러운 책이었을 것이다.


물론 책의 사이사이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보통 곤란해 하는 패션에 대해 비법을 알려주고 해답을 말해주면서 관련 정보를 함께 전해주는 부분은 분명히 도움이 되었고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책의 많은 부분이 정윤기씨의 스타일을 말하면서 정윤기씨가 스타일링 했던 스타들과의 이야기나 그 스타의 스타일링을 기본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연예인 사진은 자주 등장하는데 패션 아이템 사진은 부족하고 나처럼 ‘연예인 --의 스타일’이라는 말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여러 모로 실망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패션에 대한 조언들이 사이사이 등장하지만 너무 스타의 스타일링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보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쯤 오히려 더 멋 내기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 것이다. 분명히 조언을 들었는데 너무너무 부족한 느낌이라고 설명해야 할까나? 물론 멋 내기에 능숙한 그가 적은 책이니 만큼 반짝 반짝이는 조언들도 많았다. 다만 내가 원했던 이야기들과는 다른 이야기가 조금 더 많았던 게 내게는 아쉬웠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자신감’을 가지고 옷을 입으라는 것이었다. 초보 멋 내기로서 어쩔 줄 몰라 할 때마다 엄마께서 항상 말씀하시길 ‘자신감은 부족한 옷차림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였다. 아무리 예쁘게 차려입어도 입은 사람이 부족하지 않은가 망설이면 누구의 눈에도 예뻐보이지 않고 어색해 보인다며 그렇게 자주 말씀하셨는데 엄마말 틀린 거 하나 없다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정윤기씨도 자신감 있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조금 뜨끔 하였다.


찬찬히 수다를 떨듯 이야기를 읽고 듣는다 생각하면 문구 사이사이 전해주는 조언들이 보이고 모두가 칭찬하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에 대해 알아 갈수 있는 책이었고 직접적인 조언에 목말라 있는 성급한 초보 멋쟁이라면 조금은 갈증을 느낄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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