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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use I am a Girl - 가난한 나라에서 여자아이로 산다는 것
플랜 제팬 엮음, 선현우 옮김 / 에이지21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일상적으로 읽는 책에 비해 참 얇고 작은 책입니다. 기존의 책들에 익숙한 탓인지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너무 작고 얇은 크기에 조금 놀랐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 많은 사진들과 함께 짧고 간단한 몇 가지 문구만이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장을 우수수 넘겨서 훑어보았을 때는 이 ‘적음’이 참 아쉽게 느껴졌는데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하자 그 ‘비어있음’이 생각을 ‘채워 넣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책은 개발도상국에 태어난 여자아이에 대한 책입니다. 책의 첫 페이지에 실린 ‘가난한 나라에 여자이이로 태어난다는 것 - 그것은 가혹한 하루하루에 도전하는 것이다.’라는 글귀처럼 이 책 속에 여자아이들은 차별과 폭력에 고통 받으며 가난과 학대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책은 Girls’ Stories Episode 1 South Asia 마니샤의 결혼, Girls’ Stories Episode 2 West Africa 전장의 리타, Girls’ Stories Episode 3 South Asia 매춘부 사미타, Girls’ Stories Episode 4 South America 마리아의 결심, Girls’ Stories Episode 5 West Africa 아와의 희망 의 순으로 구성되어 여자아이의 가치, 납치되어 소녀병으로 살아가는 여자아이들의 삶, 인심매매 등으로 위협당하는 여자아이들의 성,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여자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지막으로 여자아이들에게 교육을 함으로서 높일 수 있는 생존율과 경제력을 통해 차별에 의해 잃어버리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힘에 대해 적으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책 속 여자아이들이 겪어야 했던 잔인하고 추악한 현실들은 ‘아이’는 물론 ‘여자’ 뿐만이 아닌 ‘인간’으로서는 내몰리지 말아야 했던 삶들입니다. 그러나 가난과 차별은 과거에도 그래왔듯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에게서 교육의 기회를 빼앗고 미래를 망가뜨리며 잔혹하게 굴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이 작은 책을 무겁게 만듭니다.
하지만 77쪽부터 이어지는 마리아의 결심은 고된 그들의 삶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에게 작은 희망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여자아이들이 지식을 습득하고 의지를 가진다면. 마리아는 이 기회를 학교에서 발견했다. 공부하는 마리아를 응원하는 것은 어머니뿐이다. 지금 당장은 바꿀 수 없을 것이다. 5년 후, 10년 후.... 아니, 마리아가 할머니가 되었을 즈음에야 뭔가 바뀔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 이 마을의, 이 나라의 여자아이들이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면 말이다. 그래서 마리아는 오늘도 학교에 간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어머니와 마리이지만 어머니는 설령 조금의 가능성일지라도 딸의 삶을 위해 마리아의 공부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의 생활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조개를 줍던 아와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단체의 교실에서 받은 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재봉소를 시작하고 예전의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지원한다는 글을 통해 작은 도움이 이들의 삶을 얼마나 눈부시게 만들 수 있는지 확신을 가지게 합니다.
이 책 속의 사진들은 대부분 슬픈 눈을 하고 환하게 웃는 여자아이들의 모습입니다. 한편에 적힌 고된 현실이 그 사진 속 웃음을 더욱 서글프게 보이게 만듭니다. 이 책은 여자아이들이 살고 있는 절망과 그럼에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과 우리의 작은 도움이 그들에게 어떤 미래를 선물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을 차례대로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여백에 채워 넣은 나의 생각과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적혀진 이 책의 내용으로 인해 더 이상 작고 얇은 책으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 적힌 “이 책의 판매금액 중 일부는 플랜코리아에 기부되어 “Because I am a girl” 캠페인을 지원하는 활동에 쓰입니다.” 라는 문구가 이 책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고통 받는 여자아이들을 위해 소홀함도 아쉬움도 없이 쓰이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