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
박용남 편역 / 리미트리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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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위대한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어떻게 편역해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편역본이나 초역본과 비교하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특히 편역하신 박용남님께서 어느 지점에 중심을 두고 의미를 부여하셨을지도 고려하며 읽어 보았습니다.


위대하는 말로는 그 가치를 결코 다 담을 수조차 없는 고전 중의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다들 한번쯤은 어떻게든 접해 보셨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완역본을 봤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편역본이나 초역본을 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는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서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이 통과해야 했던 막막한 삶의 궤적 전체를 헤아려 본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우리를 차분히 오디세이아 한 가운데에 데려다 놓습니다.

고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고전으로 들어가는 문턱을 낮춰주고 있습니다.

완역본이 지닌 학문적 충실함이나 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

원작자 호메로스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하는 방법이 완역본을 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은 결코 어렵게 읽어야만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번이라도 끝까지 읽어보고 그 세계에 매력을 느낀 사람이 원전으로 다시 돌아갈 때 고전의 깊이는 더욱 커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편역은 생략이나 단순 편집이라기 보다 고전에 대한 허들을 낮춰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고전 원전을 그대로 끝까지 읽어낸다는 것은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호메로스의 원전은 시간 순서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한복판에서 시작해 과거를 회상하는 복잡한 액자식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무수한 신들의 계보와 낯선 이름들로 가득 차 있어 중도 포기하기가 일쑤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이 책에서는 긴 서사를 시간 순서대로 배치하여 서사의 흐름을 쉽고 편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럼에도 각 장의 첫머리에 원전의 권수와 행수를 일일이 명시해 두고 부록에 원전 대조표를 담아둠으로써 원전의 깊은 뿌리를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서사의 흐름을 편하게 흘러가게 해줌과 동시에 언제든 원전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한 이런 구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구성은 흔히 볼 수 있는 축약본이나 줄거리 중심의 오디세이아 편역본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라 느껴졌습니다.

고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독자 친화적인 형태로 재구성한 이런 작업이야말로 현대 독자가 오디세이아를 완독할 수 있게 돕는 가장 현실적인 도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해설을 덧붙여 놓은 것도 의미있는 지점이었습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철학적 사유로 들어가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오디세이아의 줄거리나 서사의 기본 내용은 다들 너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3,0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태어난 이 서사시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보다 집중하여 읽으면 조금 더 의미있게 이 책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디세이아는 단지 옛날 이야기나 영웅의 모험담이라 하면 아쉽습니다.

오디세우스는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약한 순간,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바다에서 표류하고, 동료를 잃고,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때로는 거짓말을 하며 살아남습니다.

힘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힘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크게 느껴지는 것은 승리보다 귀환의 의미입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성취와 성공을 요구 받습니다.

더 빨리,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디세우스의 목적지는 결코 새로운 세계가 아닙니다.

자신이 떠나온 곳, 바로 고향입니다.

오디세우스의 위대한 여정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입니다.


그렇다고 그의 귀환이 단순이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의 이타카와 현재의 이타카는 결코 같지 않습니다.

그곳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가 이미 전혀 다른 인간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돌아간다는 것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을 통과한 뒤 비로소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디세이아는 귀환을 이야기 하면서 인간 자체에 몰입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떠난 사람의 귀환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한편으로는 기다리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편역하신 박용남님께서는 페넬로페를 다시 바라보게 해 주신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떠돌며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면 페넬로페 역시 이타카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시간을 견뎌냅니다.

그녀의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인내와 전략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오디세우스의 귀환만이 영웅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돌아올 가능성을 끝까지 놓지 않은 페넬로페의 기다림의 시간 역시 하나의 위대한 서사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완역본의 두꺼운 벽 앞에서 실패를 경험하셨던 분들에게 의미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복잡한 시간 구조와 막막한 분량을 배제했다는 것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임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립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삶의 긴 방랑과 시련 속에서 지쳐있는 분들이 읽으신다면 오디세우의 여정이 위로와 용기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오디세우스의 선택들을 통해 냉철한 지혜를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고전을 조금이나마 쉽게 다가갈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책과 함께 많은 이들이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함께 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디세이아 #박용남 #리미트리스 #호메로스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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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 - Ray Dalio’s The All Weather Portfolio
도세 도시로 지음, 김지선 옮김 / 북웨이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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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변동성이 극심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글로벌 자산 배분, 특히 미국 ETF를 활용한 평생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책이라 기대를 가지고 선택했습니다.

복잡한 분석이나 미래 예측은 배제하고 몇 개의 ETF와 우량주 조합만으로 시장의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냈는지 그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투자를 하며 우리는 매번 어려운 고민과 선택을 하게 됩니다.

투자할 종목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하여 매수 시점을 찾고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고민과 선택의 패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속에서 수없이 많은 순간 이성보다 앞서는 감정과도 싸워내야 합니다.

떨어지면 불안해서 팔고 싶고 남들이 큰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뒤늦게라도 따라가고 싶어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반 투자자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뭔가를 하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결정과 선택으로 바라보게 해줬다는 점이 의미있었습니다.


경제는 우상향한다고 믿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주식은 오래 가지고 있으면 결국 오른다는 말을 우리는 너무 쉽게 믿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너무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합니다.

돈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계좌의 숫자가 줄어드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활과 가족의 안정, 때로는 미래에 대한 믿음까지 흔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투자를 주제로 하는 책들을 보면 보통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어떤 주식이 유망한지, 어느 산업이 성장할지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요즘은 레버리지를 어떻게 활용해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책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미래를 정확히 맞힐 수 없다면 굳이 미래를 맞히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저자의 이런 생각 자체가 현실적이면서도 깊은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미국 주식, 국채, 금, 원자재처럼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자산을 한곳에 담는 올웨더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결국 예측하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경제가 좋아질지 나빠질지, 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매번 맞히려 하기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자산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입니다.

투자라는 행위에 따라붙는 불안의 상당 부분이 미래를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전략은 단순한 자산 배분을 넘어 하나의 삶의 태도로도 읽혔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도 미래를 알고 싶어 합니다.

어떤 선택이 옳을지, 지금의 직업이 계속 안전할지, 부동산 가격이 오를지, 자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면서도 끊임없이 예측하려 합니다.

그러나 인생이든 투자든 미래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모든 상황을 맞히려는 대신 다양한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웨더 전략은 예측보다 대비에 집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올웨더 전략을 상당히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합니다.

분산투자가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물렀다면 또 하나의 비슷한 투자철학 책으로 지나갔을 것이지만, 실제로 3개의 ETF와 5개의 우량주라는 단순한 구조를 제시하고 백테스트와 리밸런싱, 레버리지 활용, 약세장 대응까지 연결해 놓고 있어 좋았습니다.


투자 방법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쉬워 보여도 그 방법을 끝까지 지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시장이 계속 오를 때는 분산투자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고 특정 종목이 폭등할 때는 설정한 포트폴리오가 초라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이 폭락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1년에 한 번 리밸런싱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삶에 투자하라는 지점이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투자를 잘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람이 반드시 훌륭한 투자자는 아닐 것입니다.

한 번의 상승장에서 큰돈을 버는 것보다 예상하지 못한 폭락을 만나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놓는 것이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버는 목적이 결국 더 자유롭게 살기 위한 것이라면 투자 때문에 매일 불안하고 시장의 움직임에 삶 전체가 끌려다닌다면 어딘가 이상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미리 해놓았기 때문에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고 내 감정이 매수와 매도의 기준이 되지 않도록 규칙을 만들어놓는 구조를 세팅해 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투자 초보자들에게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주식투자를 시작했지만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 매일 종목을 검색하는 분,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마음이 불안해지는 분들에게 의미있는 깨달음을 남겨 줄 것입니다.

물론 이미 투자 경험이 많은 분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많이 알수록 더 자주 사고팔고 싶어지는 투자자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능력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월급 이후의 현금흐름을 고민하는 분이나 장기간 가족의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분에게도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평생 연금이라는 표현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연금은 단순히 매달 돈이 들어오는 금융상품만을 의미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자산이 작동하도록 만들어놓고 시장이 내 삶이 함께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그런 의미에서 평생 연금은 결국 돈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ETF 투자 안내서를 넘어 불확실한 미래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책으로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만드는평생연금ETF투자혁명 #도세도시로 #김지선 #북웨이브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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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자의 시대 - 사건에 휩쓸리지 않고 구조를 읽는 법
김준현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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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우리 앞에서 벌어지는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조건과 배치, 즉 구조에 주목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을 연결하고,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향하는지 읽어내는 관점을 이 책을 통해 배워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지점에 질문이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왜 똑같은 세상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흔들리지 않고, 어떤 사람은 매번 휩쓸리는가.

처음에는 그 차이가 지식의 양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그 차이는 시선의 방향에 의한 것이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같은 사건이나 뉴스를 접하더라도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반면에 그 사건을 만들어낸 구조를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개별 사건처럼 보이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뉴스들 사이에도 반드시 구조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우리에게 창발이라는 개념을 이해시켜 줍니다.

개별 요소들이 모였을 때, 어느 하나에서도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복잡한 개념도 단순한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해석입니다.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건을 보는 사람은 반응할 수 밖에 없지만, 구조를 보는 사람은 준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고, 구조를 아는 사람은 세상이 다르게 보이게 될 것입니다.


사실 사건은 눈에 쉽게 보이지만 구조를 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사람의 행동은 쉽게 보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 행동을 만들어낸 환경과 규칙, 보상과 기술, 문화의 변화까지 바라보는 일은 훨씬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잡한 현실을 자꾸 개인의 성격이나 도덕성으로 설명하려고 하려고 합니다.

누군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그 사람을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느끼면 사람들의 마음이 변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 사람이 먼저 변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판이 먼저 변한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바로 그 익숙한 생각의 방향을 돌려 놓으려 합니다.


저자는 세상을 하나의 분야로 설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세계, 감각, 지식, 과학, 기술, 경제, 문화, 법, 정치와 권력, 판단이라는 여러가지를 연결해서 바라봅니다.

각각의 영역만 떼어놓으면 익숙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러한 구조가 지식을 쌓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흔히 많이 읽으면 현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분야의 관련 서적을 읽으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식이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세상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정보가 머릿속에 쌓일수록 무엇이 중요한지 더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결국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과 지식 사이를 연결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말하는 해석자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해석자는 단순히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사건의 표면에 머물지 않고 그 아래에 있는 조건을 살피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의 변화가 다른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고 지금 당연해 보이는 것이 언제부터 당연해졌는지를 묻는 사람인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이것은 보는 방법을 배우는 일에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더불어 해석자라는 의미를 태도의 문제로도 접근 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빨리 결론 내리지 않고 눈앞의 현상을 보면서 조금 차분하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구조적으로 생각해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SNS와 알고리즘, AI가 일상으로 깊숙히 자리한 현대의 우리들에게 이런 태도는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모든 것에 너무 속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건이 터지면 즉시 의견을 내고 빠르게 정보를 취득하여 사람과 세상을 판단하곤 합니다.

그런데 반응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생각의 깊이는 오히려 얕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사회 속에서 살아왔는지에 따라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르게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알고리즘 시대에는 이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같은 사회에 살면서도 각자가 접하는 정보가 달라지고 서로 다른 현실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본 것이 현실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깨달음은 이제 겸손을 넘어 하나의 생존 능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중에는 이미 세상을 분석하거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는 교양서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비슷한 유형의 다른 책들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 분명 있습니다.

기존의 책들이 알고리즘이나 AI, 기술, 문화, 경제 등 단편적인 현상 하나만을 떼어놓고 깊이 파고들었다면 이 책은 세계, 감각, 지식, 과학, 기술, 경제, 문화, 법, 정치, 권력, 판단이라는 11가지를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연계해서 보여줍니다.

기술의 변화가 어떻게 경제적 비용을 바꾸고 그것이 어떻게 문화의 기본값이 되어 최종적으로 한 개인의 판단과 미덕 기준까지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연결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한눈에 풀어내는 짜릿하면서도 시원한 경험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줍니다.


한편 저자는 우리에게 뭔가 가르치려는 뉘앙스를 배제하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상당수의 인문 서적이 조금 당연한 주장을 하면서 독자들을 가르치려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변화의 향방을 스스로 읽어낼 수 있는 깨달음을 툭 던져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독자를 가르침의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함께 읽어낼 주체적인 해석자로 대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습니다.


더불어 저자가 다루는 내용 자체가 조금은 추상적인 이론으로 흘러가기 쉬울 수 있음에도, 우리 삶과 밀접한 현상들을 배치하여 이론과 현실의 갭을 메워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 감각과 몰입감을 극대화시켜 주는 느낌이 들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이 책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보다 오히려 세상이 왜 이렇게 변하고 있는지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뉴스는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세상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분이나, 여러 분야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의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듯합니다.

특히 AI 시대에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의미있는 지점을 남겨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신의 판단을 한 번쯤 의심해보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내 생각이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더 깊은 생각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복잡한 세상이 단숨에 단순하게 보이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복잡해졌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뉴스나 사건 하나를 보더라도 그 뒤에 어떤 기술이 있고, 어떤 경제적 유인이 있으며, 어떤 문화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만들었고, 어떤 법과 권력이 그것을 유지하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저자가 우리에게 건내 주고 싶었던 해석의 지점이이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을 완벽하게 해석하기 위해서가 결코 아닙니다.

흐름에 떠밀려 다니는 않고, 주도적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해석자가 되기 위해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해석자의시대 #사건에휩쓸리지않고구조를읽는법 #김준현 #어깨위망원경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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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달라지는 수면 과학 - 도쿄대학교 대학원 수면생리학 교수가 최신 연구를 총정리한 잠의 모든 것
하야시 유 감수, 홍성민 옮김 / 레몬한스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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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수면에 대한 최신 과학 정보를 설명함에 있어 다양한 그래프와 일러스트를 활용하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을 보다 쉽고 편안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수면 부채의 의미와 원리는 물론이고 기존에 알고 있던 잘못된 수면 상식도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수면 부채라는 개념을 정리해 보게 됩니다.

잠은 하루하루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만큼 몸에 빚처럼 쌓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사실 수면은 부족해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고 여겨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 해야할 것이 많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수면 시간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몸과 뇌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적절하지 못하면 당장은 괜찮은 것 같아도 집중력과 판단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실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감정 조절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결국 잠을 아껴서 얻은 하루가 오히려 다음 날의 나를 힘들게 만드는 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수면을 단순히 피곤하면 자는 것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잠이 부족하면 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은 인상적이면서 깊은 깨달음을 주는 지점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시간을 떠올려면 잠이 부족했던 날, 평소와 다르게 상대의 말이 날카롭게 들리거나 별것 아닌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가볍게 성격이나 인간관계의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부족한 잠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수면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관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대화법을 배우고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물론 모두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충분히 자는 것 역시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조건일 수 있습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해석할 여유조차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잘 자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덜 날카로운 사람이 되는 일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던 수면 상식에 질문을 던져 놓습니다.

수면 주기는 정확히 90분이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반드시 자야 한다와 같은 것들은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는 수면 상식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과학의 세계에서는 당연해 보이는 말일수록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짚어줍니다.

이 책은 무엇을 무조건 믿으라고 하기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잠에 대한 지식을 한 번 의심해보게 합니다.


다른 수면 관련 책들과 비교했을 때 이 책의 장점은 숙면 비법을 앞세우지 않는다는데 있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활 리듬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일정한 기상 시간, 햇빛, 운동, 카페인과 음주 조절, 저녁 시간의 습관처럼 어쩌면 너무 평범해서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특별한 비법을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지점들이 이 책의 가장 현실적인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잠을 잘 자야 한다는 당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침부터 낮, 저녁, 잠들기 전까지 하루 전체의 흐름을 하나의 수면 리듬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잠은 침대에 누운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침에 햇빛을 받는 것부터 낮에 움직이는 것, 오후의 카페인을 조절하는 것, 저녁의 빛과 음식, 목욕과 음주까지 결국 밤의 잠으로 연결됩니다.

이런 구성이 수면을 하루의 한 부분이 아니라 삶 전체의 리듬으로 이해하게 만들어 좋았습니다.


자려고 애쓰는 것에 대한 시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우리는 시계를 확인하고 조급해지곤 합니다.

내일의 피곤함을 미리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잠을 자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숙제처럼 되어버립니다.

잠은 원래 의지로 명령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자꾸 잠마저 성취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꾸어버립니다.


인간은 깨어 있는 시간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아깝게 여깁니다.

생산하고, 배우고, 소비하고, 움직이는 시간을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잠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을 줄이려 합니다.

하지만 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곳에서 몸과 뇌가 스스로를 회복하고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깨어 있는 나의 의지가 잠든 나의 몸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은 깊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결국 잠을 통해 회복해야 합니다.

인간에게는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생물학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잠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가장 정직하게 알려주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더 잘 자기 위한 책인 동시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으로도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흔히 하루를 얼마나 많은 성과와 성취를 이뤘는지를 통해 삶의 가치를 평가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잘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많이 해내는 것만이 아니라 내일의 나에게 필요한 것을 오늘의 내가 함부로 빼앗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을 줄여 오늘의 성과를 조금 더 높이는 대신 충분히 잠들어 내일의 나에게 온전한 정신과 몸을 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잠은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삶에서 버려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삶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깨어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잠들어 있는 동안 나 자신을 온전히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잠자리에 드는 순간의 마음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오늘 하루를 더 채우지 못했다는 아쉬움 대신 이제는 하루를 잘 살아냈으니 나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수면에 대한 최신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쉽고 흥미롭게 들여다보며, 자신의 수면은 물론이고 삶에도 반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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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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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1권에서 사랑은 다시 만나는 순간부터 현실과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온 마음이 있었지만 그 마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삶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권에 이르면 사랑의 의미는 한층 더 깊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삶을 돌보는 일이 사랑의 중심으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1권에서 윤소인의 삶을 짓누르고 있던 것은 가난과 가족의 몰락, 그리고 오랜 시간 누적된 고단함이었습니다.

이재이는 자신의 힘을 다해 그녀를 돕고자 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더욱 절박해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작품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세상과 싸우던 이야기가 이제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이야기로 변합니다.

이 부분이 이 작품에서 가장 의미있고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사랑을 흔히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사랑은 의외로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면 자신의 생활을 바꾸어야 하고, 상대의 불편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계획까지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됩니다.

이는 사랑이 감정에서 삶으로 넘어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재이에게 사랑은 이제 더이상 낭만이 아닙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삶 자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상대의 병을 대신 앓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간절해도 다른 사람의 운명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인간에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에 경계가 존재합니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 경계를 더 선명하게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도는 단순히 종교적인 행위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으니 이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고백처럼 느껴졌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고통 자체만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노력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합니다.

돈을 벌면 안정된 삶을 만들 수 있고 사랑하면 행복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우리의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이 작품이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의 인생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순간에도 그 사람 곁에 머무르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랑의 가장 깊은 곳에는 나보다 상대를 앞에 두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재이의 사랑이 일방적인 희생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결국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작가님께서 이 작품에서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기존의 로맨스와 상당히 다릅니다.

흔히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설렘이나 이별의 아픔, 재회의 감격이 중심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랑을 인간에 대한 태도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대체 어떤 의미인지를 더 깊이 고민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고민을 짙어지게 만드는 것이 고흐의 존재입니다.

이재이와 윤소인의 인연을 처음 이어준 것도 한 편의 시와 그림이었고, 파리와 암스테르담에서 고흐의 발자취가 두 사람의 여정과 연결됩니다.

고흐 역시 고독과 가난,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그림을 남겼던 예술가입니다.

그래서 윤소인이라는 화가의 삶과 고흐의 흔적이 오버랩 되는 것이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예술은 어쩌면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다른 형태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견디기 힘든 삶을 그대로 견디는 대신 그것을 그림으로 바꾸고, 문장으로 바꾸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재이의 시와 윤소인의 그림으로 시작된 사랑은 결국 두 사람의 삶 전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묶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또 다른 장점이 여기서도 느껴졌습니다.

오랜 세월 거대한 시대와 사회의 문제를 다뤄온 작가님답게 개인의 사랑조차 개인적인 감정으로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인간이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야 하는지,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얼마나 선택할 수 있는지까지 질문을 확장합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로맨스이면서 삶에 관한 소설이라 느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하고 의미있는 것은 함께 있는 시간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아픈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곁을 지켜주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힘든 순간에 건네는 한마디보다 아무 말 없이 함께 울어주는 마음이 더 큰 위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사랑은 소유가 아닙니다.

상대를 내 곁에 붙잡아두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 사람의 존엄을 지켜주고 그 삶을 함께 감당하려는 마음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오래 사랑해본 분,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삶의 어느 순간부터 성공보다 관계와 인간의 의미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분도 의미있게 읽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의 사랑과 지금의 사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각해보고 싶은 분에게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정래 작가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들여다보실 수 있길 희망합니다.

더불어 여전히 창작 활동을 하시는 작가님께 응원과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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