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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설명되지 않는다
이윤서 지음 / 더블:엔 / 2026년 8월
평점 :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미술치료학까지 공부하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거장의 삶과 작품 속 희노애락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작품에 대한 정해진 해답을 제시하거나 관람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그보다 앞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감정에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을 것 같아 기대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거장과 작품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그림은 참 묘한 예술인 것 같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그림 앞에 서면 감정이 먼저 도착하고 이야기는 그 뒤에 따라 옵니다.
그리고 그림 앞에서 감정을 이해하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감정은 이미 우리 안에 와 있습니다.
그렇게 말보다 앞서 마음부터 움직이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그림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그림에 대한 설명 대신 삶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가득 채우기 보다는 여백을 남겨두고 그것을 독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으로 채울 수 있게끔 합니다.
그런 저자의 의도를 감안하며 이 책을 차분히 그리고 오래 머문다는 느낌으로 읽고. 보고, 느낀다면 더 의미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희노애락의 감정으로 이 책을 구성합니다.
희는 들뜬 기쁨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결심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노는 부정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말해지지 못했던 생의 에너지로 바라보게 합니다.
애는 상실 이후의 이야기로,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상태임을 증명해 보여줍니다.
마지막 락은 도착점이 아니라 다시 하루로 돌아가기 위한 숨으로 바라 봅니다.
저자가 힘주어 얘기하듯, 그림은 설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감정을 잠시 붙잡아 두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의 전작 하루 10분 100일의 명화가 입문서로 의미가 있었다면, 이 책은 조금 더 화가의 삶으로 들어가게 되는 느낌을 받게 해주었습니다.
게다가 첨부된 QR코드에는 이 책만큼 가치가 있는 내용과 그림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주로 사용하는 네이버 앱의 스마트렌즈로는 정상적으로 QR 코드 접속이 안되었지만, 휴대폰의 기본 카메라를 통해서는 무리없이 접근 가능했습니다.
QR코드를 통해서 그림도 볼 수 있고 놓치면 아쉬운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꼭 QR코드로 추가 정보까지 얻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이 책의 표지는 칼 라르손의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칼 라르손에 대해 조금 더 깊이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케아의 모든 디자인은 칼 라르손에게서 시작되었다는 말은 너무 유명합니다.
더불어 칼 라르손은 행복이라는 단어와 참 잘 어울리는 작가입니다.
행복을 그리지만 그 반대 지점에 있는 불행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림이 더 돋보이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칼 라르손이 스웨덴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이유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기록했기 때문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의 그림 속 방과 식탁, 창가의 햇빛 안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떠올렸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림 속 밝은 화면은 결필을 통과한 사람이 포기하지 않았던 삶의 형태를 보여주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어린 시절 갖지 못했던 안정, 지켜지지 않았던 평온을 그림 속에 다시 만들어낸 것입니다.
라르손의 그림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북유럽이라는 특유의 기후를 고려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겨울이 길고 낮이 짧은 북유럽의 특성상 바깥은 춥기 때문에 자연스레 많은 시간을 집 안에서 머물게 됩니다.
그래서 집은 마음의 온기를 지켜내는 곳으로 여겨집니다.
라르손은 추운 계절에도 햇빛이 들어오는 집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사람의 마음을 그림 속에 담아낸 것 같습니다.
라르손의 그림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함께 사는 시간이 어떻게 공간을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라르손이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함께 살아가는 시간을 지켜내려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저자는 우리에게 지금 내가 소중히 지키고 싶은 공간은 무엇인지, 어떤 온기를 여전히 품은 채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라르손의 그림을 볼 때 느낀 따뜻함은 단순히 밝은 색채나 풍경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건네는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온기 뒤편이 보이게 됩니다.
더불어 저자는 작품 하나만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거장의 생애 전체를 꿰뚫어 보게하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 책이 지닌 장점은 예술 작품을 감상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독자 스스로의 삶의 순간으로 생각을 이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수많은 미술 관련 도서들이 작가의 테크닉이나 특징,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 치중했다면 이 책에서는, 특히 라르손의 경우에는 집이라는 상징성과 행복에 대해 집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독한 가난과 불행했던 유년 시절을 통과한 라르손이 어떻게 자신의 손으로 평온과 안식을 일구어냈는지 그 서사를 따스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것 자체가 훌륭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예술이란 어쩌면 내가 갖지 못한 세계에 대한 지독한 열망이자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가장 강력한 의지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작은 방과 집, 우리의 일상으로 시선이 향하게 됩니다.
더불어 외부의 차가운 바람 때문에 나만의 온기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 보게 됩니다.
상처와 결핍을 다정하게 바꿀 줄 알았던 한 화가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에도 온기가 가득 차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책은 책 자체에 작품이 포함되기 마련인데 이 책은 따로 QR을 통해 작품을 보고 내용도 확장해야 합니다.
조금 번거로울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 과정을 거치며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눈보다 마음으로 더 먼저 다가서게 되는, 다양한 감정 속에서 작가의 삶까지 꿰뚫게 보게 해주는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마음에 다양한 감정과 질문이 남겨지고, 그에 대한 나름의 생각으로 마음과 삶이 충만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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