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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10분, 홈메이드 말차 드링크 - 맛에 진심인 야마마사 고야마엔의 30가지 레시피
고야마 마사요시 지음, 양수현 옮김 / 시원북스 / 2026년 9월
평점 :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우선 말차를 마주하는 순간을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찻잔에 초록빛이 번지고 쌉싸름한 향이 천천히 올라오는 것을 먼저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한 모금 삼킨 뒤 입안에 남는 은근한 감칠맛을 가만히 느끼는 순간만큼은 평소보다 시간이 조금 느려지는 듯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시간을 집에서도 만들어 볼 수 있게 도와 줍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말차를 어렵고 격식 있는 차로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말차라고 하면 다도나 전통적인 방식부터 떠올리기 쉽고, 한편으로는 카페에서만 판매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치고 있으면 말차가 생각보다 자유로운 재료라는 사실을 새삼 발견하게 됩니다.
바나나와 만나면 부드러운 셰이크가 되고, 오렌지와 만나면 산뜻한 음료가 되며, 초콜릿이나 캐러멜과 만나면 디저트처럼 깊어진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말차를 하나의 맛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무수한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의 세계로 보여준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었습니다.

10분이라는 것도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좋은 취향을 즐기기 위해 반드시 많은 시간과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제대로 즐기려면 그만큼 복잡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커피를 마시려면 전문적인 장비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좋은 차를 마시려면 차를 다루는 특별한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담을 가볍게 내려놓게 합니다.
몇 가지 재료와 간단한 도구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한 한 잔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레시피는 단순히 음료를 만드는 방법 이상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만들어 먹는가라는 질문을 생각하게 됩니다.
잠시 시간을 내서 말차를 계량하고 천천히 섞어 내가 마실 한 잔을 만드는 것이 삶의 태도까지 바꿔 놓는 느낌이었습니다.
홈카페 음료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음료를 제조하는 행위가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나에게 시간을 돌려주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흔한 레시피 책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30가지 음료의 제조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차를 제대로 이해하고 다루는 법부터 알려줍니다.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농도는 어떻게 조절하는지처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초를 먼저 짚어줍니다.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설명 때문에 독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실제 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냅니다.
이것이 이 책의 현실적인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인 고야마마사요시가 전통적인 차의 세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말차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책 전체에서 느껴집니다.
야마마사 고야마엔이 오랜 시간 이어온 차에 대한 경험과 현대적인 음료 문화가 만나는 지점이 흥미롭습니다.
전통을 지키기 위해 전통적인 방식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통의 핵심적인 맛을 오늘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해낸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교토말차의 매력도 단순히 좋은 말차를 사용하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말차가 가진 쌉싸름함과 향, 색, 감칠맛을 어떻게 다른 재료와 조화시킬 것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좋은 재료는 혼자서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재료와 만났을 때 자신의 성격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말차는 상당히 철학적인 재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너무 강하게 드러내면 다른 맛을 압도하고, 지나치게 희석하면 자신의 존재감을 잃습니다.
적당한 농도와 균형을 찾을 때 비로소 가장 아름다운 맛이 만들어집니다.
어쩌면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색을 지키는 것과 다른 것들과 어울리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만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욱 분명해지기도 합니다.
말차 한 잔을 만드는 일에서 이런 생각까지 이어지는 것이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말차 레시피도 그래서 단순한 변주 이상의 즐거움을 줍니다.
말차 바나나 셰이크나 말차 티라미수 라테처럼 익숙한 재료를 활용한 메뉴부터 말차 젤리 사이다, 말차 망고 재스민티, 말차 코코넛 그라니타처럼 한 번쯤 직접 맛을 상상하게 만드는 조합까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말차는 말차 라테만 생각했던 분들에게 말차 드링크의 세계가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말차와 함께 소개되는 호지차의 매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말차의 선명하고 싱그러운 이미지와 달리 호지차는 볶은 향에서 오는 따뜻하고 구수한 느낌이 있습니다.
호지차 레시피로 소개되는 시나몬 라테, 핫초코, 캐러멜 마롱 셰이크 같은 메뉴는 특히 계절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해 즐기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차라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완성된 음료의 멋진 모습과 달리 만드는 과정은 의외로 소박하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호텔식 말차라는 표현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보기에는 세련되고 특별하지만 만드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그 의미와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이 책은 말차를 배우고 싶은 분들과 즐기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말차를 접하는 분에게는 말차 배우기의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고, 이미 카페에서 말차 라테를 즐겨 마시는 분에게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는 새로운 재미를 선물할 것입니다.
매일 비슷한 커피에 조금 지친 분이라면 집에서 근사하게 홈메이드 말차를 한번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말차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취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행하는 맛을 소비하는 것과 그 맛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기 방식으로 즐기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이 책을 통해 그 차이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전통과 현대, 전문성과 간편함, 차와 디저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말차의 가능성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레시피를 모아놓은 책이라기보다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깊이 좋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거창한 취미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하루에 단 10분, 내가 좋아하는 맛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평범한 하루에 작은 즐거움을 하나 더 만드는 것.
어쩌면 좋은 취향을 갖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차 드링크와 홈 카페 음료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고, 다양한 말차 레시피를 제대로 익히고 싶다면 더욱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러면에서 말차 책 추천 목록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시원북스가 펴낸 이 책과 함께 말차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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