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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Who - 누가 인생 후반전에서 승리하는가
박형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9월
평점 :

퇴직,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끝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따라옵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에서 나오고, 매달 들어오던 급여가 끊기는 순간을 상상하면 지금까지 단단하게 쌓아온 삶의 한 축이 갑자기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은퇴를 준비하면서 돈부터 계산합니다.
얼마가 있어야 하는지, 연금은 얼마나 나오는지,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하는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물론 모두 필요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퇴 후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바로 이 질문이었습니다.

이 책이 마음에 남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은퇴를 경제적인 사건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퇴직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인생을 따라갑니다.
대기업 임원에서 택배 분류 노동자가 된 사람, 호텔 셰프에서 택시 기사가 된 사람, 회사 임원에서 청소업체 대표가 된 사람,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뒤늦게 꺼내 든 사람까지 그들의 행로는 하나같이 다릅니다.
그런데 그 다름이 오히려 이 책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보통 은퇴 관련 책들은 어떻게 준비하면 된다는 식의 정답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재무설계, 연금, 자격증, 재취업, 창업 같은 키워드를 내세우고 독자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봅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누군가에게는 월 500만 원의 수입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느끼는 만족이 더 중요했고, 누군가에게는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는 일이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또 누군가는 예상과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은 책에 등장하는 24명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우리 자신 또한, 어느 순간 그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직업과 자기 자신을 분리해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직함으로 자신을 설명하며 살아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체성을 직업과 연결합니다.
좋은 회사, 높은 직급, 안정적인 소득이 곧 나의 가치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퇴직은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떼어냅니다.
그 순간 비로소 남는 것은 회사원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입니다.
어쩌면 퇴직이 두려운 진짜 이유는 월급이 사라지기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가 누구인지 설명해줄 문장이 사라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 속의 다양한 인물들은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던집니다.
직함이 사라진 뒤에도 나는 나인가?
어쩌면 우리는 직함이 사라진 뒤에야 진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은퇴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은퇴는 삶의 두 번째 장이라기보다, 어쩌면 처음으로 자기 이름으로 살아보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젊었을 때는 부모와 학교가 정해준 길을 걷고, 사회에 나와서는 조직이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가족을 책임지며 해야 하는 일을 중심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역할이 끝나면 갑자기 선택의 자유가 찾아옵니다.
그런데 자유는 생각보다 편안한 것이 아닙니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동시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하고 싶은 일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자기계발 문구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알아가는 일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은퇴 준비가 결국 직업 준비가 아니라 자기 이해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퇴 후의 삶이 반드시 화려한 제2의 전성기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보다 작은 일을 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삶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는 결국 인생의 성취를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젊을 때는 연봉과 직급, 자산과 사회적 지위가 성취의 중요한 기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인생 후반부로 갈수록 질문은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얼마나 자기답게 살고 있는가, 얼마나 높은 곳에 올라갔는가보다 지금의 삶을 얼마나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중요해질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은퇴, 퇴직를 앞둔 40~50대들에게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조금 은퇴가 멀게 느껴지는 분들에게도 좋을 것입니다.
오히려 너무 늦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퇴직 직전에 급하게 자격증을 찾거나 새로운 일을 고민하기보다, 지금부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미 퇴직했지만 조금 막막한 느낌이 드는 분들에게도 의미있는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직장에서는 정년이 있지만, 우리 자신의 삶 자체는 정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서의 역할은 끝날 수 있어도 삶은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퇴직, 은퇴의 순간 삶 전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또 하나의 문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그 문 너머에서 무엇을 만날지는 아무도 대신 결정해줄 수 없습니다.
결국 그 길을 선택하고 걸어가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그 선택의 순간에 곁에 이 책이 의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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