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읽는 스페인
백인필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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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강연과 도슨트를 통해 여러번 뵌 백인필 도슨트님의 책이라 괜히 내적 친밀감이 들어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물론이고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와 론다, 세비야까지 커버하고 있어 스페인 전체를 그림과 건축에 집중하여 감각적으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기대되었습니다.

백인필 도슨트님의 풍부한 지식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큰 기대를 가지고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인 백인필 도슨트님께서는 어린 시절 책 속에서 보았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매료되어 스페인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8년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며 예술의 숨결을 직접 느끼셨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느껴지는 가장 큰 감정은 도슨트님께서 스페인과 그곳의 예술,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깊고 따뜻한 시선이었습니다.

도슨트님의 해설은 단순한 미술사적 지식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마치 오래된 친구가 옆에서 나지막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가슴 깊은 곳에 은은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책이 의미있게 다가왔던 지점은 스페인을 단순하게 여행지나 관광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바라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도슨트님은께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함에 앞서 자신이 사랑하게 된 장소와 작품을 차분히 꺼내놓은 느낌으로 다가와 주었습니다.


도슨트님의 흥미로우면서도 몰입감을 주는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미 많은 분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도슨트님의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거장들의 인간적인 숨결을 입체적으로 살려내는 섬세한 스토리텔링은 압권이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짓기 전 그 터에 피어 있던 아프리카 금잔화를 허무는 것이 마음에 걸려 건축물 타일에 그 꽃을 영원히 새겨 넣었다는 가우디의 일화가 좋은 예시일 것입니다.

위대한 천재 건축가라는 거창한 수식어 뒤에는 작은 꽃 한 송이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가우디의 따뜻한 심성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이제 그의 건축물을 보면 돌 하나, 타일 한 조각도 전혀 다르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건축은 자연이 있던 자리에 인간이 자신들만의 무언가를 세우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우디에게 건축은 자연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닮아가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직선보다 곡선을, 완벽하게 대칭적인 질서보다 살아 있는 생명체의 불규칙함을 사랑했던 그의 건축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가우디의 건축은 단순히 독특하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건축물이 아니라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명과 문명이 충돌하고 포개진 역사적 현장을 미학적인 감수성으로 접근하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알람브라 궁전과 세비야 대성당에서 만나게 되는 이슬람과 카톨릭의 스토리는 단순히 승자와 패자의 역사 너머를 보게 해주셨습니다.

이슬람과 가톨릭이라는 이질적인 두 세계가 어떻게 서로를 품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는지 미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지점은 다른 책들에서는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성에 젖은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감각을 깨우고 싶은 분들이나 예술과 미술사가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입문자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것 같습니다.

어려운 학술 용어나 복잡한 연대기 나열 대신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일화를 흥미로우면서도 친절하게 풀어내고 있어 부담 없이 미술의 세계로 몰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단순한 관광이 아닌 깊이 있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도시의 건물과 미술 작품이 지닌 진짜 역사와 이야기, 그 공간과 작품에 쌓여있는 서사를 따라가보고 싶은 이들에게 유익할 것입니다.


도슨트님께서 언급하시는 예술은 유명한 작품만을 뜻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만 누리는 고상한 뭔가가 아니라 한 사람이 세상을 사랑한 방식이 남겨진 흔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일반적인 미술사 책이나 여행 가이드북과는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미술 작품의 제작 연도와 사조를 외우게 하기보다 왜 이 작품을 봐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여행지의 동선을 알려주는 대신 그곳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무엇보다 작품과 장소 사이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슨트님께서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잠시 멈추라고 말하는 느낌입니다.

벽에 새겨진 문장을 조금 더 바라보고, 건축물의 곡선을 따라가 보고, 그림 속 인물의 눈을 오래 들여다보고,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이 어떤 시간을 살았는지 생각해보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바라보고 나면 장소는 더 이상 장소로만 남지 않습니다.

건물은 누군가의 신념이 되고 그림은 한 시대의 기억 자체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여행지는 수많은 사람의 삶이 포개진 시간으로 남겨질 것입니다.


결국 예술을 안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아는 일이 아니라 같은 것을 보면서도 이전과 다르게 느끼는 능력을 갖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스페인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스페인을 바라보는 눈을 선물하는 책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장소를 많이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보았던 풍경을 이전과 전혀 다른 마음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도슨트님께서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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