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그걸 우울증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 정신과 의사의 다정한 마음 처방
전지현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이 책은 그림으로 환자들과 소통하는 정신과 의사 전지현 자자의 그림 에세이입니다.
저자는 인스타그램과 브런치 스토리에 니너하리라는 이름으로 그림과 글을 연재하고 있는 작가님이시기도 합니다.
심리, 심리학과 정신건강, 정신건강학을 통해 우울증에 대한 이해와 동행의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우울이라는 말은 참 이상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사용해본 단어인데 막상 “당신은 지금 왜 우울한가요?”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슬프거나 지쳐서일 수도 있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마음이 가라앉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힘든 순간은 우울한 것 자체보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을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우울을 바라보는 저자의 태도였습니다.
이 책은 우울을 서둘러 정의하거나 몰아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쉽게 위로하지도 않고,
“이렇게 하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독자를 다그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잠시 걸음을 늦추고 지금 내 마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함께 들여다 보게 합니다.
바로 그런 점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장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증을 다룬 책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무겁고 전문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증상과 진단 기준, 치료법 같은 의학적 설명이 중심이 되기 쉽습니다.
물론 그것들은 중요하지만 마음이 이미 지쳐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설명조차 버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어려운 마음을 우울이라는 귀엽고 흥미로운 캐릭터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울이와 함께 하며 우울증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를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덜어낼 수 있도록 도와줘서 좋았습니다.
이야기 속에 그림이 들어간 방식도 단순한 장식처럼 느껴지지 않아 좋았습니다.
오히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림을 통해 쉽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지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는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하지?”라는 생각에 갇혀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 마음과 조금 떨어져 우울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숨을 돌릴 공간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우울을 설명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우울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우울증을 하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그리지 않는 것도 좋았습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그 마음의 고통까지 다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우울한 사람이라는 표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사람을 너무 쉽게 상태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의 형용사로 설명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내가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계절을 지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현재의 감정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착각합니다.
실패하면 실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우울하면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그러나 감정은 나의 일부이지 나의 전부는 아닙니다.
슬픔이 나를 지나갈 수 있고 우울 또한 나를 통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곧 슬픔이고 우울인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잠시 "나는 누구인가?"라는 조금은 근원적인 질문에 접근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자신을 고정된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면 복잡한 삶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오늘의 나에게 찾아온 감정이 내일의 나를 완전히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은 때로 너무 막연합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목표 자체가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행복하지 않아도 대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일 수도 있고, 일일 수도 있고, 한 사람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배움이나 자유, 창작, 여행, 혹은 그저 평온한 하루일 수도 있습니다.
삶의 의미는 고통이 사라진 뒤에야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울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보다 더 깊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다시 무엇을 향해 살아갈 것인지, 무엇을 소중히 붙잡을 것인지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리감을 낮춰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정신과에 가는 것을 망설이는 많은 분들은 정신과라를 단어 자체에서 큰 허들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자신의 슬픔과 아픔이 과연 병원을 갈 정도인지에 대한 의문도 가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고통의 크기를 경쟁시키지 않습니다.
아주 큰 상처가 있어야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몸이 조금만 아프면 병원에 가면서도 마음은 아무리 아파도 끝까지 참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음의 고통을 의지의 문제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움을 전문가에게 요청하는 것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택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우울한 당사자에게만 필요한 책도 아닙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의 우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예전 같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판단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상대의 행동 뒤에 어떤 마음의 어려움이 숨어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울한 누군가를 진단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을 없애야 할 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내 삶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바라보는 것이 유의미할 것입니다.
우울은 우리를 설명하는 이름이 아니라 한때 우리를 찾아온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한 시기가 어둡다고 해서 삶 전체가 결코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우울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제시할 것이고, 그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그걸우울증이라고부르기로했어요 #정신과의사의다정한마음처방 #전지현 #시원북스 #심리 #그림에세이 #정신건강학 #정신건강 #심리학 #정신과의사전지현 #니너하리 #브런치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