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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의 기술 - 한국 추리소설 작가 5인이 말하는
김이환 외 지음 / 알파미디어 / 2026년 8월
평점 :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께서 얼마전에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작가님의 죽음은 이상할 만큼 그의 소설을 닮았습니다.
한동안 아무 일도 없는 듯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독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갑작스럽게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니라, 수년간 대장암을 투병하면서도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작품 활동을 이어오다가 지난 7월에 세상을 떠나셨고 부고 소식은 그로부터 며칠 뒤에 공식적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작가님께서 남기신 작품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대박이 터진 작품들도 있고, 반면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묘한 끌림이 있었던 작품도 있습니다.
그런 작가님의 작품을 국내를 대표하는 장르 작가님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와 함께 의미까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여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님들은 조금 특별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작가님들과 직접 만난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이 그저 책을 통해 오랫동안 관계를 맺게 됩니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작이 나오면 반갑게 책을 구입하고, 읽는 동안 작가님께서 만든 세계 속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작가님을 마치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 또한 저에게는 바로 그런 작가님이셨습니다.

우선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이신 한이님께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거머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비결을 해부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작품은 문장이 간결하고 선명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불필요한 미사여구가 없으며 화려한 비유 또한 없습니다.
그렇게 누구나 쉽게 편하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불어 인간과 구원의 문제를 익숙하면서 처절하게 또는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 또한 너무나 치밀하게 작동하는 기계 장치처럼 느껴졌던 작가님의 작품들 속에서 단순히 범인을 찾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마주할 수 있어 더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만한, 그리고 자신만의 작가님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확인해보게 하는 추천글이라 마음에 들어 왔습니다.

본격적인 책의 내용에서는 실제로 추리소설을 쓰는 다섯 명의 우리나라 작가님들께서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통해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섯 작가님들께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이라는 같은 분을 바라보고 있지만 조금씩 다른 면을 찾아내는 지점이 나름 흥미롭게 다가왔고, 그 지점이 이 책의 큰 장점으로 느껴지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작가님께서는 치밀한 트릭과 구조에 집중하고, 또 다른 분께서는 등장인물의 인간적인 면모에 주목합니다.
또 어떤 작가님께서는 사랑과 죄의 복잡한 관계 구도 자체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넘어 인간적으로 평가하신 전건우 작가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 작품을 두고 매일 같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같은 작가로써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께서 3개월 안에 한 편씩 장편을 쓰고, 그걸 1년에 3번 꼴로 하셨다는 건 거의 초인에 가까운 일이라고 평가합니다.
이는 곧 작가님의 성실함과 우직함을 보여주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작가라면 꼭 필요한 용기와 끈기를 두루 갖춘 작가님이셨다고 평가하는 부분에서는 단순히 거장, 일반 독자들의 눈에 좋은 작가라 여겨지는 지점과 같은 작가로 볼 때 느껴지는 부분이 사뭇 다를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장암 투병 중에도 계속 집필 활동을 이어갔다니,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께는 죽음의 공포와 질병의 고통보다 소설을 쓰지 못하는 괴로움이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추리소설은 정답을 찾는 장르처럼 보이지만, 좋은 추리소설일수록 정답 뒤에 더 많은 질문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작품을 다시 읽게 만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미 백야행, 비밀,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을 읽은 독자라면 자신이 과거에 읽었던 장면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반전 때문에 놀랐던 장면이 이제는 인물의 외로움 때문에 슬프게 느껴질 수도 있고, 흥미로운 트릭이라고 생각했던 장치가 사실은 한 사람의 절박한 마음을 보여주는 장치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이 책은 제가 놓쳤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디테일을 짚어내 주기도 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작품을 많이 읽은 독자에게는 지나간 독서의 기억을 다시 꺼내보게 할 것입니다.
반면 아직 작품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독자에게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느낌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무엇보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게임이나 퀴즈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과 사회의 모순, 사랑과 죄, 용서와 정의를 질문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문학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거장은 떠나셨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음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작가님들께서 자신들만의 문장으로 거장의 발자취를 다정하게 되짚어 가며, 우리들에게 친절하게 전달해주는 선물과도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있는 책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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