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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언어 - 평범한 생각을 비범한 기획으로 바꾸는 말의 힘
편은지 지음 / 빌리버튼 / 2026년 8월
평점 :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보통 기획이라는 것은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획한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순위와 목표를 설정하고, 어디에 집중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평범한 생각을 비범한 기획으로 바꾸는,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의미있는 지점들을 짚어보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기획 사례와 함께 즐겁고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는 같은 PD임에도 어쩔 수 없이 스타 PD, 유명한 이들에 대한 부러움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부러움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자기 말을 가진 기획자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자기 말, 언어는 우리의 전부이고, 누구나 사용하지만 누구나 갖지 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모든 일의 흥망성쇠가 바로 이 언어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만의 의도를 담아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말이야말로 힘이 있는 자기 말인 것입니다.
내 말투대로 말하고 살고 싶다는 것은 기획의 힘을 가지고 싶다는 뜻이고, 이는 AI 시대에 더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기획이란 것은, 특히 방송에서의 기획이란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화면 속으로 표현해내야 하는 작업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기획자들은 어느 순간 남의 언어를 빌려 말하는 데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럴수록 어쩌면 더 자기 고유의 언어를 지닌 이들에 대한 열등감이 생길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우리에게도 무언가를 묻고 있는 듯합니다.
언어를 단순히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우리 존재를 표현하고 기획하는 도구로 본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누구나 매일 말을 하고 글을 쓰지만, 그 언어가 온전히 나라는 주체의 의도와 철학을 담아내고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내 입을 통해 하는 말들이 어쩌면 세상의 관습이나 타인의 욕망을 복사한 것에 불과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내 말투대로 말하고 살고 싶다는 저자의 열망이 단지 개성의 표현을 넘어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강렬한 의지로 느껴졌습니다.
저 또한 삶에서 그런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기에 깊은 공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어지는 이 책의 내용들이 더 마음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송인 지상렬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방송으로 보여지는 가벼운 모습과는 달리 90도로 목례를 하며 제작진 한 명 한 명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제작진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왜 그가 그토록 오래 방송계에서 살아 남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가 문학이나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에 가까울 정도였습니다.
그를 보며 저자가 깨달은 기획자의 언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퇴사한 막내 제작진의 이름을 외우는 유일무이한 연예인으로 그늘진 곳에 머무는 상대와 상황을 치밀하게 관찰합니다.
스스로를 1인칭으로 칭하며 상대를 올려주는 대화법은 자신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표현입니다.
상대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비유로 만들어낸 신조어와 유행어들은 청자 중심의 대화법의 표현입니다.
기획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사람의 일에는 정서적 체온의 교감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함을 여기서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 지상렬을 방송에서 보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살림남이라는 방송은 제작비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차선을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특히 특급 슈퍼스타를 출연시킬 수 없는 환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민적인 출연자들의 진면모를 담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인간은 모두 독특해 보이려고 애쓰지만 실제 욕망은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모두가 특별해지려는 시대일수록 아무도 특별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평범함을 읽는 사람이 결국에는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은 저자는 깨달았다고 합니다.
무한 경쟁이 보편화 되어 있는 방송을 제작함에 있어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 순간 저자가 평범함 속에서 발견한 따뜻한 시선과 통찰은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SNS나 각종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포장하려 하고 도파민을 쫓는 우리지만 화려한 포장지를 한 겹 벗겨내면 그 안에 담긴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다른 이들의 삶을 오래도록 관찰해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발견의 지점을 저자가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우리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뭔가 특별하거나 화려한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서민적인 일상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보편적인 애환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평범함을 읽어내는 힘이야말로 삶이라는 긴 무대에서 오래 살아남는 진정한 생존의 지혜로 이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뭔가 대단하거나 특별해져야 한다는 압박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남기는 메시지가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결핍을 최고의 기획 소재라고 생각하는 지점도 우리의 삶을 비춰 보기에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결핍을 꺼립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조금씩 다른 결핍이 있기 마련이고 이런 개인적인 차별성은 기획에서 확실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34년 동안 가창력 논란이 계속되는 유일한 현역 가수 김장훈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결핍은 제거해야 할 무언가가 아닌 적극 활용해야 할 에너지의 근원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결핍은 숨길수록 약점이 되지만 결핍을 이해하고 알맞게 드러내는 순간 그만의 언어를 담은 유일한 이야기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결코 누구도 흉내낼 수 없게 됩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모든 기획은 결핍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라고 단언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외롭고 고독한 인간을 위로하는 콘텐츠는 불변의 히트 아이템이었다는 점은 우리가 타인의 결핍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결핍은 인간 존재의 아주 본질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인간은 완전해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하고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좋은 콘텐츠나 좋은 기획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도 결국 그 안에 외로움과 불안이나 아픔을 알아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야기에는 위로를 받게 됩니다.
더불어 지금껏 결핍을 감추려고 했던 시간들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감추고 싶은 상처였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의 언어가 되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만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깊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저자가 경험한 방송과 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기획자가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결국 우리의 삶으로 메시지가 연결됩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언제나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는 고유한 자기 말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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