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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도시기담 세계사
가타노 마사루.스가이 노리코 지음, 안병현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포와 재미가 함께 하는 13가지 유럽 도시기담과 함께 여름을 시원하고 즐겁게 보내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30년간 유럽 33개국을 발품 팔아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13가지 기담을 추려냈기에 흥미는 물론 의미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묘하면서도 괴이한 현상, 사건 사고들이 주는 매력 속으로 푹 빠져 보았습니다.

이 책은 5개의 파트로 나눠 총 13가지 도시기담을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포나 흥미 위주의 가십거리가 아닌 나름의 역사적 사실이 바탕이 된다는 점과 그 안에는 찾을 수 있는 우리들의 삶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글루미 선데이, 우는 소년, 애나벨, 엔필드 사건, 도플갱어, 루트비히 2세, 라스푸틴, 드라큘라처럼 한번쯤 들어본 이야기도 있었고,
잭 더 리퍼, 골렘 같은 이야기는 저에게는 조금 생소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책에서 기담들을 가벼운 초자연적 현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이야기는 저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뒤에는 언론과 대중의 호기심이 깔려 있습니다.
어떤 사건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권력의 문제가 숨어 있기도 합니다.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인간은 그것을 그냥 모른 채 두기보다 이야기를 만들어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어쩌면 기담이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간만의 설명 방식인지도 모릅니다.
그런점에서 이 책의 스토리텔링 자체가 훌륭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의 전개와 구성은 순식간에 이 책을 완독하게 만들었습니다.

도플갱어와 관련된 이야기는 철학적으로 조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도 남겨주었습니다.
나 자신과 똑같은 형상이 내 눈앞에 나타나고, 그것이 죽음의 징조가 된다는 설정이 바로 도플갱어입니다.
보통 우리는 철학의 출발점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도플갱어의 존재는 그 확고한 나라는 주체가 과연 단일하고 완전한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주체와 객체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자아 정체성의 붕괴를 몰고 오게 됩니다.
결국 도플갱어가 가져오는 죽음은 육체적 소멸이기 전에 나의 고유함과 유일성이 파괴되는 자아의 파괴일지도 모릅니다.
정신적 소멸일지도 모릅니다.
괴테처럼 도플갱어를 목격하고도 삶을 이어나간 이들의 존재 역시 흥미롭습니다.
괴테에게 환영은 죽음의 선고가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억압되어 있던 자기 자신과의 도발적인 재회였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평소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규범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도플갱어는 어쩌면 그 가면 뒤에 숨겨둔 억압된 욕망,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림자가 현상화된 모습일 것입니다.
그림자를 마주했을 때 그것을 공포로 받아들이고 굴복하면 실존의 붕괴를 맞이하지만 괴테처럼 자신의 일부로 받아 들인다면 삶의 또 다른 차원의 문을 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편 링컨이 자신의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예언의 기담으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본디 인간은 미래를 알고 싶어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은 동시에 미래를 두려워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상상하고 그 상상 속에서 불안해 합니다.
때로는 꿈과 우연한 사건을 연결하여 미래의 징조라고 믿기도 합니다.
결국 예언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미래를 통제하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괴담과 역사를 서로 다른 것으로 생각합니다.
역사는 사실이고 괴담은 허구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둘 사이의 경계가 생각보다 모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역사적 사건도 시간이 흐르면서 전설이 되고, 전설도 수많은 사람의 믿음 속에서 하나의 역사적 기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왜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설명하려고 드는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이어지고 그것은 곧 기담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여 이런 기담들을 찾아내고 서사 속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저자들의 노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지점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기담들의 사실 여부가 아닌, 그런 기담을 만들어 낸 우리 인간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기억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생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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