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 속 최고의 책사로 여겨지는 제갈량의 사상과 철학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책입니다.
무수한 변화와 불확실성, 치열함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우리에게 제갈량의 철학이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기대를 가지고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신화 속의 제갈량이 아니라 행정가이자 운영자였던 제갈량에게 집중합니다.
그는 평생 국가의 중대사를 짊어지면서도 사사로운 욕망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 그토록 헌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가차 없을 것.
감정에 휘둘리지 말 것,
화려함에 취하지 말 것,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킬 것,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을 엄격하게 구분할 것.
한편 책의 제목의 뉘앙스에서 느껴지는 한계를 부순다는 말은 무모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계를 부수는 일은 감정이 아닌 가장 이성적인 냉철판 판단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전해지는 제갈량이 전하는 단호한 가르침은 우리에게 뼈아픈 충고의 지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어 줄 것입니다.

담박명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원하고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매일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비교하며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기 일쑤입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게 됩니다.
제갈량에게서 느껴지는 담담함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삶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 분명하게 정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욕망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욕망이 없는 사람이 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강한 것입니다.
무엇이든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은 결국 외부의 평가에 끌려다니기 쉽지만 자신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때로는 다른 것들을 포기할 수 있게 됩니다.
어쩌면 담박이라는 말의 진짜 힘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덜 원하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읍참마속과 천하삼분은 개인의 삶을 지탱하는 원칙과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줬습니다.
사사로운 정과 인간적인 아쉬움에 휘둘리는 순간, 그동안 피땀 흘려 구축해 온 조직의 기틀과 원칙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베어낸 것은 타인을 향한 처벌이기 이전에 자신의 나약한 감정을 참수하는 행위였던 것입니다.
지금껏 얼마나 자주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스탠스를 잃고 나 스스로에게 내린 약속마저 쉽게 어겨렸는지 반성해보게 되는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예외를 허용하는 순간 견고했던 원칙은 무너진다는 경고는 일상의 작은 타협들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무너뜨리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더불어 싸움터에 나서기 전 이미 이길 수밖에 없는 판을 미리 설계하고, 변수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원칙을 고수했던 제갈량의 단호함은 감정의 기복에 쉽게 흔들리던 저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했습니다.
진인사와 국궁진췌는 철학적 질문을 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카뮈는 거대한 바위를 산꼭대기로 끊임없이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를 이야기를 했습니다.
산꼭대기에 도달하면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의 행위는 어쩌면 촉나라의 명운을 짊어지고 한계가 명확한 북벌을 거듭했던 제갈량의 삶과 놀랍도록 닮아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 위나라를 대적해 천하를 통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제갈량 스스로도 그 한계를 누구보다 냉철하게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향해 그토록 매진했던 것일까요.
인간의 위대함은 결과가 보장된 성공을 거두었을 때 증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결과를 알 수 없고, 심지어 그것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오늘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태도 자체에 의미가 있을 것지도 모릅니다.
이는 니체가 말한 아모르 파티, 운명애와도 같은 맥락을 보여줍니다.
운명에 순응한다는 것은 주어진 불행에 무기력하게 굴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가혹한 조건과 결핍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선택한 가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는 것은 몸이 부서질 때까지 모든 정성을 다한다는 국궁진췌의 정신일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충성심을 넘어 무의미해 보이는 삶의 전장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창조해 내는 가장 숭고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렇듯 이 책은 여러 지점에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철학적 사유를 해보게 해주는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보다 의미있고 가치있게 살아가고,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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