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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7월
평점 :

저자의 전작 <한순간에>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이 책 또한 기대를 가지고 읽어 보았습니다.
삶을 바라보는 뛰어난 눈과 그것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문체, 그리고 깔끔하고 탄탄하게 짜여진 서사 구조에 강점이 있는 저자가 이번에는 또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지 궁금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은 지금의 우리 삶이 조금만, 어쩌면 완벽하게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과 매번 감내해야만 하는 현실의 무게는 그런 일탈적 상상을 꿈꾸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지점을 정확하게 파고 들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세 아이를 홀로 키우던 서른둘의 싱글 맘 페이 마틴.
막내딸 몰리의 우연한 영상 하나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삶의 변화는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돈과 명성, 사랑과 관심, 새로운 인간관계와 화려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 모든 것이 선물이자 축복처럼 보였습니다.
어쩌면 페이 마틴이,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인생의 반전이자 역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단순한 성공이나 쾌감을 선사하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성공하고 유명해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는데, 성공은 새로운 불안과 욕망을 데리고 왔기 때문입니다.
유명해지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노출된다는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됩니다.
돈이 생기면 삶이 편해질 것 같았는데 돈이 생긴 뒤에는 그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해야 하는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삶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에는 또 다른 종류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소설 속의 인물이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그를 존경할 수는 있어도 깊이 공감하기는 어렵기 마련입니다.
이 소설에서 페이는 일반적인 우리와 다름없이 무수히 흔들리는 인물입니다.
외롭기 때문에 잘못된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도 하고, 사랑받고 싶기 때문에 자신이 받아야 할 것보다 적은 사랑을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를 원한다라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인간에게 얼마나 강력한 욕망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때로 우리는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상대의 잘못을 용서하기도 합니다.
내가 존중받고 있는지, 제대로 대우받고 있는지보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감정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주 쉽게 약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철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인간의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진짜 외로움은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상태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역시 어쩌면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나를 좋아하고,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결국 명성이라는 것도 자세히 뜯어보면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의 확장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할리우드라는 공간은 인간의 욕망을 아주 극적으로 확대해 보여주는 무대로 잘 설정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함을 벗어나 화려한 세계로 들어가는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결국 이 책은 평범한 날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지고, 한번 사라진 평범함은 얼마나 그리워지는가를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행복은 결코 삶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내가 내 삶을 얼마나 온전히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느냐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페이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소박한 꿈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현실적인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평범하고 작아 보이는 꿈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삶은 언제든 달라지고 변화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기회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고, 한순간의 사건 때문에 지금까지의 일상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행복은 특별한 삶을 기다리는 데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오늘을 특별하게 받아들이는 것.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이 아니라 내가 잃고 싶지 않은 삶이 무엇인지 아는 것.
지금 내가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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