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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우생학 사회 - 당신의 '낳을 권리'는 어떻게 선별되는가
이주희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그 어느 나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저출산 국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국가 소멸의 위기까지 걱정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보고,
저출생 정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저출산이 우리에게는 숫자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0.72, 국가 소멸의 위기, 70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실패한 정책 등이 우리에게 깊이 남아 있습니다.
현실에서 느끼는 저출산은 보다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아이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이 어르신들을 위한 시설로 바뀌고, 놀이터가 주차장으로, 유모차보다 많아진 강아지를 위한 개모차를 보면서 일상적인 체감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저자는 보다 섬뜩한 책 제목을 우리에게 내 놓습니다.
저출생과 우생학이라니.
우생학은 육종 등의 방법으로 인간의 유전형질 가운데 우수한 것을 선별, 개량하여 인류 전반의 유전적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는 학문입니다.
20세기 후반까지도 상당수의 국가에서 받아들여졌으나 이후 인권 문제나 실효성 및 비과학적인 기존 방법론과 이에 따른 폐단 등의 사태를 거쳐 대부분 폐지되었고 오늘날에는 비윤리적인 개념으로 인식됩니다.
그런 우생학이라는 단어를 저출생과 결합시킨다는 것은 숨겨진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진짜 얼굴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우생학, 구조적 우생학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바로 드러납니다.
그 누구도 노골적으로 출산을 금지하지 않지만 안정적인 직장과 주거, 충분한 소득, 사회가 인정하는 가족 형태를 갖추지 못하면 출산은 점점 더 어려운 선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법으로 막지는 않지만 사회가 보이지 않는 기준을 만들어 사람들을 선별하고 있다는 저자의 시각이 바로 우생학이라는 단어의 선택으로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저출생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여러 의견을 정리해보는 것에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출생을 단순히 집값 하나로 설명하거나,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 하나로 결론짓지 않습니다.
노동, 교육, 경쟁, 성평등, 가족 제도 등 여러 요소가 서로 얽혀 있다는 점을 차분하게 하나하나 짚어 갑니다.
세상에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는 문제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은 통해 재확인하게 됩니다.
더불어 단순한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라는 것 자체에 대한 깨달음도 남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정상가족이라는 포장지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짚어보는 지점은 우리에게 충분한 생각할 것을 남겨주었습니다.
세계 수많은 국가들이 이미 다양한 가족 형태와 성평등한 돌봄 체계를 수용하며 출생률의 반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잣대로 낳을 권리, 부모가 될 권리를 막아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부모 가정, 성소수자 커플, 미혼모 등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키우고 싶어 하는 수많은 이들의 상황을 짚어보게 됩니다.
가난을 증명해야만 겨우 얼마간의 지원을 해주는 복지 체계나, 정상가족의 틀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혐오를 견뎌야 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깊이있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입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저자의 시선은 따뜻하고 치열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경쟁을 강요하는 교육의 변화,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는 노동 시장의 개편, 기본소득의 도입, 그리고 미완의 성평등 혁명과 다양한 가족 형태의 인정까지.
저자가 제시하는 방안들은 결코 허황된 유토피아의 꿈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것들이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낳을 권리는 역설적이게도 낳지 않을 권리가 온전히 보장될 때 비로소 성립할 것입니다.
아이를 낳지 않아도 불안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 나의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는 사회에서만 비로소 우리는 낳을 권리를 먼저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저출생이라는 우리가 마주한 국가적 과제를 다루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 자체와 삶의 존엄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출생에 대한 성급한 비관론도, 무턱대고 제시하는 낙관론 자체보다는 현상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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