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새기는 철학 필사
강준우 편저 / 북카라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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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필사책을 접하곤 하는데 유독 애정이 가는 장르는 역사 철학 필사입니다.

왜냐하면 철학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그것을 한 번 읽는 것과 두 번 읽는 것,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곱씹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문장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서도 오래 담아 두고 싶은, 다시 한번 깊이 되새겨보고 싶은 철학 문장과 구절들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는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지식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특히 이 책은 읽기 어렵고 난해한 철학의 원문이나 이론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발견해 낸 주옥같은 문장과 구절을 현대적 의미로 의역하고 해석해 낸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철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묵직함과 허들은 잠시 내려놓고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읽고 필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하는 시간과 더불어 한 뼘 더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유도합니다.


프란츠 카프카가 고독에 대해 남긴 구절을 살펴 보겠습니다.

- 완전히 고요하게 홀로 있어라.

- 그러면 세계는 스스로 너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카프카는 고독을 기다림의 상태로 보았습니다.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드러나는 시선이라고 본 것입니다.

고독을 수동적인 시간이 아닌 깊은 인식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 지금 이 자리에서도 충분히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너무 멀리 있어서가 아니라,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내용이 보다 저에게 깊이있게 다가왔던 이유는 카프카의 삶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카프카의 삶은 분열의 연속이었습니다.

낮에는 노동자들의 재해보험을 담당하는 일을 하며 서류들 속 숫자와 비극에 치이면서 생활했고,

밤에는 혼자 골방에서 글을 썼습니다.

더불어 폭압적이었던 아버지, 유대인이라는 정체성 또한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카프카가 <변신>에서 보여준 불안과 고립을 넘어 그가 가지고 있었던 실존주의에 대한 정확한 지점을 짚어볼 수 있는 구절인 것 같습니다.

카프카는 고독을 통해 찬란한 예술을 만들어 낸 작가입니다.

그가 남긴 이 구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지독한 고독 속에서 마주하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우리는 셰계와 진정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카프카는 그토록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예언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칼릴 지브란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시인이자 철학자입니다.

그가 사랑에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남긴 구절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 서로 사랑하라.

- 그러나 사랑을 속박의 사슬로 만들지는 말라.

- 비록 같은 음악으로 떨리더라도,

- 류트의 줄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지브란은 사랑하는 관계 속 거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느 것입니다.

사랑이 지나쳐 소유가 되면 오히려 서로에게 독이 될 수 있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보게 됩니다.

사랑에 대한 소유와 집착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브란의 경고는 명확합니다.

낭만주의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둘이 하나가 되는 사랑이 아닌 각자 고유한 존재와 범위를 인정하는 사랑인 것입니다.

이 내용은 앞서 언급했던 카프카의 생애를 다시 떠올려 보게 합니다.

카프카는 인생에서 여러 여인들이 지나갔지만 결코 결혼이라는 사슬에 묶인 적은 없습니다.

카프카는 한 여인과의 완벽하게 하나되는 것은 자신의 존재 기반인 문학이 무너지는 지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만 지브란의 말처럼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 여인까지 모두 온전히 지켜내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런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제 자신을 되돌아봐도,

저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상대에게 의존하거나 집착하는 사랑이나 관계는 결국 집착으로 이어지고 모두를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지브란의 말처럼 사랑에 있어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의미있는 구절 속에서 의미를 발견해 내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단순히 이 책을 읽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필사와 더불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이 책을 훨씬 더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조금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구절 속에서 삶의 의미를 탐구해보는 유의미한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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