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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4분의 3은 호기심이다 ㅣ 시대철학 1
자코모 카사노바 지음 / 비원 / 2026년 7월
평점 :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저 또한 카사노바를 바람둥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인간관계에 고도의 심리학과 철학을 결부시켰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아 기대를 가지고 읽어 보았습니다.
더불어 그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삶의 태도에 대한 메시지 또한 찾아 보았습니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며 제가 카사노바에 대해 너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 자체에 놀랬습니다.
책과 더불어 추가적으로 카사노바에 대해 찾아보니,
17살에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평생에 걸쳐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성직자, 스파이, 외교관, 수학자, 번역가 등...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그의 직업들을 보면 그 인생 스토리 자체가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카사노바를 미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바라보고 그것에 대한 평가 또한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둡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과연 우리의 삶은 어느 지점을 향해, 자신만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줍니다.
이런 점을 기본적으로 마음에 담고 이 책을 읽으면 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사랑을 헌신이라는 단어로 치환시키곤 합니다.
진정 나를 버리고 상대를 채우는 것이 사랑의 본질일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을 비워낸만큼 우리는 상대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상대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자신만의 매력을 잃어가게 될 것입니다.
카사노바는 우리에게 너무 많이, 모든 걸 주고 나서 자기 자신이 남아 있지 않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카사노바는 어떤 여인과의 관계에세도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깊은 감정을 나누었더라도 떠나야 할 때에는 떠나는 자신을 두고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요컨대, 우리는 절대 떠나지 않을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지금 자기 곁에 머물러주기로 결정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를 고프레임이라고 합니다.
기준틀이라는 의미로 한 사람이 자기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의 문제입니다.
카사노바가 귀족 사회의 견고한 위계 속에서도 자신만의 꼿꼿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바로 이 시선의 높이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고프레임을 거만함이나 차가움으로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진정한 고프레임은 상대를 낮춰 자기를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는 이미 자기의 본질로 가득차 있는 상태에서 굳이 상대의 인정으로 채울 필요가 없는 상태여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주요 사상과 일치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력과 신뢰로 인간관계를 풀어내는 지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카사노바의 말년을 들여다보면 매력과 신뢰가 같은 뿌리에서 자라지는 않는다는 걸 배울 수 있습니다.
매력은 사람의 마음을 단숨에 열어젖히는 화려한 마스터키와 같지만 결국 그 관계를 오래 유지시켜주는 것은 신뢰입니다.
카사노바가 살았던 당시 시대상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우리에게 돌아볼 지점을 남겨 줍니다.
사람을 잘 다룬다는 칭찬을 듣고, 분위기를 잘 만들어 내고, 모임에서 자연스레 주인공이 되는 사람이 곧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됩니다.
짜릿한 호기심에 의한 끌림과는 달리 고요 신뢰일 것입니다.
이는 인생의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그 깨달음이 더해질 것입니다.
매력은 운이지만 신뢰는 윤리에 가깝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 깊이 박혔습니다.
카사노바가 살았던 시기의 계몽주의, 자유주의는 그에게 보다 자유로운 실존을 가능케 했을 것입니다.
이 책과 함께 카사노바의 인간 관계와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그의 삶에 대한 평가보다 그것이 주는 깨달음에 더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독자마다 삶의 태도와 방향이 다르기에 느낌과 깨달음의 지점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보다 실존과 본질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더불어 그와 연계된 철학적 사고를 조금 더 의미있고 풍부하게 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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